Team BLANK [1288424] · MS 2023 · 쪽지

2025-11-10 20:13:00
조회수 4,371

정지 먹을 각오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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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수능 3일 전에 제목을 보고 깜짝 놀라셔서 다들 들어오셨나요?


오늘은 격식 없이 있는 저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비속어가 많이 쓰일 것 같아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해설의 모토가 또 사후적 해설도 아니고, 독자들을 기만하는 휘황찬란한 풀이가 아닌, 진짜 현장 그대로의 날 것을 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제가 여러분들께 해드리고싶은 말도 수정 없이 한 번의 수정도 거치지 않고 그냥 쭉 한 번 써내려가보겠습니다.


흐음 꽤 장문의 글이 되겠군요....


먼저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입니까?


아마 지금 이 커뮤니티 내에 있으신 분들 중 상당수는 SKY이거나 카이스트, 포항공대 혹은 메디컬을 진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나요.


그럼 그곳을 왜 가고싶으십니까?


그 직업이 되게 멋있어보여서?


부모님께 인정 받고 싶어서?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뭐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이 한 점으로 교차하는 부분은 분명 행복하기 위해서겠죠?


행복해지기 위해서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고 고득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직업군을 선택하거나 명문대에 진학하길 원하시는 것이겠죠?


오르비 커뮤니티는 명실상부 국내 최상위 커뮤니티 집단입니다.


이번에는 대학생분들께서 한 번 대답해주시죠.


명문대를 입학하고 본인의 대학생활은 파란만장하시고 아주 행복하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깥을 나가고


공부도 하랴, 부족한 생활비 메꾸기 위해 과외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물론 심적으로는 여유로워 지셨겠죠.


근데 정말 여유롭나요?


옆 동기는 창업을 해서 얼마를 벌었다던가


누구는 누구랑 사귀다가 헤어졌다던가


온갖 구설수와 도파민에 절은 얘기들을 들으며 "난 지금 뭐하고있나..." 끊임없이 비교하고 계시지는 않던가요?


혹은 이 새끼가 나랑 같은 학교인가싶은 새끼들도 많이 보셨던가요?


수많은 경쟁자들을 다 재끼고 위로 올라 왔더니, 그곳은 산 정상이 아니라, 출발의 이정표가 박혀있는 또 다른 입구 아니던가요?


뭘 말하고 싶냐구요?


말하고싶은거 없습니다. 그냥 적나라한 현실들을 얘기해드리는거에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냥 3일 전에 그 불안하신 마음들에 저도 한 번 동화돼서 그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를 생각하며 적는 것입니다.


그런 거창한 목표는 생각해보시지 않고 그냥 막연히 성적 잘 받고 여기까지 오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이번엔 제가 본 세상을 한 번 얘기해드릴까요?


아마 여기 커뮤니티분들은 아실텐데, 수능 성적이랑 인성이랑, 사회로 진출했을 때의 포텐셜은 진짜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관성대로 열심히 해서 잘된 것 뿐이에요. 그 학교 사람이어서가 아니라요.


과잠 입고 꺼드럭대는 새끼들도 있는 반면, 매 순간 본인의 인생을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의사가 되면 뭐 다른가요


치과 가면 과잉진료 하는 의사들도 많고, 돈에 영혼을 판 인간들도 많습니다.


이 나라는 학벌에 진짜 미친 나라 같아요.


제가 칼로 사람을 찔러 죽여도 경찰서에 과잠을 입고 가면 "그럴 애가 아닌데.."부터 나오겠죠


본론으로 돌아와서...


수능이 3일 남았는데 불안하시죠


불안한게 당연합니다.


그건 저도 그랬고, 제 선배들도 그랬고,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가 느꼈을 감정입니다.


그러니까 오바하지 마세요.


4등급이던 5등급이던 1등급이던 모의고사 모두 만점을 받았던 불안한 마음은 매한가지입니다.


모두 다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가 되겠고, 열심히 한 과정은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물론 최선을 다한 순간이 없었을 수도 있죠.


어떻게 사람이 365일 쉬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겠습니까


열심히 하신 여러분들, 오바하지 마시고 3일간 폰 보지 마시고 코코아 한 잔 드시면서 밤에 일기라도 써보세요.


혹은 지난 날을 회상하셔보십시오.


답답해 미치겠으면 나가서 런닝이라도 뛰세요.


컨디션 관리한다구요?


런닝 뛰어서 망가질 컨디션이 뭐가 있습니까


쪼끔만 본인 통제 하에서 틀어진다고 지금 벌써 망가질 멘탈이면, 수능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이런 좆도 아닌 시험 하나가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학벌의 장점은 많죠.


근데 그거 4년 뒤면 없어집니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아무런 공감이 안 될 것을 알아요 저도.


근데 진짜입니다.


나이 30 먹고 학벌 꺼드럭대면 어디 가서 병신이라는 말 들어요. (물론 제가 30은 아닙니다.)


매해 스카이 졸업생 메디컬 졸업생 한트럭씩 쏟아져나옵니다.


그게 평생의 우상이라면 그건 너무 작아보이지 않습니까.


꿈이 무엇이던가요


제 꿈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전 평생 한 번 마주칠까 말까한 여자와 사귀고 결혼까지 생각했었다가 헤어지고 2년을 넘게 괴로워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꿈은 이루고 싶네요.


여러분들은 아직 영혼이 죽지 않은 순수한 학생들입니다.


영상매체에서 찬양하는 학벌에 너무 과도하게 몰입하지 마시고


본인이 열심히 공부하셔서 좋은 성적으로 좋은 학교를 갔다면 그건 자랑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못 봤다고 패배자는 아닙니다. 그건 아시죠?


학교에서 배우는 건 진짜 하나도 없습니다.


인강 강사들이 훨씬 잘 가르치고 지식적인 측면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대학 오셔서는 홀로 스스로 찾아가며 깨닫고 능동적으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 홀로 서는 인생의 두 번째 장 초입새에 계십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세요. 늘 그랬던 것 처럼.


말의 요지가 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더이상 오만 자극적인 매체들로부터 피하시고, 차가운 밤공기 사이에서 정신을 맑게 유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도 칼바람을 맞으며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 분들 중에서 수능을 준비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지긋지긋한 회사가 싫어서 다시 한 번 수능에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경우의 분들께서 수능을 보시겠죠.


다들 담담하게 본인이 공부한 것들을 보여주고 오세요.


누구보다 밝게 빛날 여러분들의 찬란한 이십대를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eam BLANK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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