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수능] 부정할 용기, 무너뜨릴 용기, 되돌아갈 용기 - 노베이스 Projec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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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글은 명문대를 목표하며 2027수능을 준비하는 노베이스 학습자들을 위한,
[2027수능] 노베이스 Project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 올해 수험생 분들을 위한 글은 아니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시리즈 목차]
[2027수능] 수능은 지옥이다 - 노베이스 Project [1] / 링크: https://orbi.kr/00074569177
[2027수능] 부정할 용기, 무너뜨릴 용기, 되돌아갈 용기 - 노베이스 Project [2] ← 이번 글입니다.
[2027수능] 꿈은 이제 그만, 현실적인 계획 수립 - 노베이스 Project [3]
[2027수능] 기초라는 혹독한 시련을 견딜 준비, 되셨습니까? - 노베이스 Project [4]
[2027수능] 길었던 준비, 이제 본격적인 도약 (feat. 매미) - 노베이스 Project [5]
[글쓴이]
고1 3모 9등급을 받았던 영포자 출신 강사입니다.
현재는 메디컬권 최상위권과 일반고 9등급 수준의 최하위권을 모두 가르치는 강사로서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의 재능 차이와 (최)하위권 학생들이 처해 있는 답답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최하위권 학생들을 상위권으로 이어줄 교두보로서, 공교육에서 낙오하고 사교육이 버린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주워담아 가르쳐 끌어올리는 것이 스스로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 글에서는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생각하는 노베이스 학습자들이 수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론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저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해드릴 수는 있으나,
이렇게 공부하라고 여러분들을 설득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제 의견이 신뢰가 가신다면 따라와 주시고, 신뢰가 가지 않으시면 본인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공부하시면 되겠습니다.
높은 목표를 꿈꾸는 모든 노베이스 학습자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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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에 집착하며 개념만 붙들고 있다가 수능 망하기 아주 딱 좋다."
공부를 좀 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학습 자료나 글들을 좀 찾아본 분이라면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말입니다.
이와는 약간 별개로, 일전에 어떤 글을 통해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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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강사님은 B보다 A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강사님은 B보다 A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학습자가 보기에 이 둘을 서로 다른 조언이고, 분명 실제로도 다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같은 강사의 입장에서는 A와 B가 서로 다른 조언이 아닌, 같은 조언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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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개념을 굉장히 중시하는 강사이지만,
다른 어떤 강사님은 개념보다 실전이 더 중요하며 실전에서 개념을 다듬어가면 된다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저 역시 스스로의 수업에 자신이 있는 강사이고, 저와 반대되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실력이 좋으신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저와 다른 분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상반된 조언이지만, 이 둘은 같은 의미입니다.
그저 어디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개념을 중시하는 강사라 하여 문풀과 실전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문풀과 실전을 중시하는 강사라 하여 개념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허나, 개념에 집착하며 개념만 붙들고 있다가 수능을 망한 분들 또한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개념에 집착하는 태도' 때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개념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밑바탕이 흔들리면서 그 다음 과정인 문풀&기출&실전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거나, 혹은 문풀&기출&실전으로 넘어가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게 되어 그것이 수능을 망친 주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개념에 집착하는 태도' 그 자체가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개념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강사의 입장에서,
이 '개념'이 도대체 뭔지 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을 좀 드려볼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선택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1# 강사님들이 말씀하시는 개념과 하위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개념은 아마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저도 공부를 참으로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분명 교과서에, 개념서에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달달 외웠음에도
문제는 늘상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학교 선생님들은 제게 개념이 부실하다고 끊임없이 지적하셨지요.
저는 그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개념서의 내용을 다 이해했는데, 분명 공식도 꼼꼼히 외웠는데 왜 자꾸 부족하다고 할까.
왜 자꾸 다들 나한테 개념이 흔들린다고 할까. 도대체 왜? 여기서 뭐가 부족하다는 건데?
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 답을 저는 강사가 되고 나서야, 다른 분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학생일 때는 끝까지 그런 맥락의 지적과 조언을 들은 이유를 깨닫지 못했어요.
저는 영어 강사이므로 영어에 빗대어 설명을 좀 드릴까 합니다.
to부정사가 무엇이냐 물으면
"동사를 명사/형용사/부사 중 하나로 바꾸는 용법'이라 말하면 되지요.
이것이 일반적으로 '책'에 있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강사님들이 말하는 "너 정말 개념 잘 잡혀있니?"는 이 정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to부정사의 교과서적 개념뿐 아니라,
예문에서 to부정사를 만나면 이것이 명사/형용사/부사 중 무엇으로 사용됐는지, 그 판단 근거는 뭔지, 해석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모든 사고&해석의 속도가 충분히 빠른지까지.
그 모든 것들이 잘 잡혀 있는 것. 강사님들은 그런 걸 개념이 잘 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그간 수업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가르쳐 봤고, 대부분 생각하는 게 다음과 같이 비슷하시더군요.
본인이 올바르게 사고할 줄 알면, 해설과 정확히 부합하면 그것으로 개념이 잘 잡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아직 개념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속도까지 챙겨야 합니다. 그러한 복잡한 사고과정이 순식간에 깔끔히 처리될 만큼 그 개념을 많이 사용해보고, 접해보고, 익숙해져야 합니다. 강사님들은 그런 걸 '체화'라고 부르죠.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동명사가 무엇이냐 물으면
"동사를 명사로 바꾸는 용법'이라 말하면 됩니다.
하지만 동명사 안에는 '기본 용법', '용도 용법', '순수명사화 용법'이 있고
각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어떻게 판별하는지, 그리고 순식간에 판별이 되는지까지.
그것까지가 개념을 잘 아는 것입니다. 사고가 올바르더라도 가지고 놀 만큼 충분히 숙련되어 있지 못하면, 마음껏 편하게 쓰지 못하면 그것은 아직 내 손에 익숙하지 못한 도구이자 개념일 뿐이라는 거죠.
단순히 교과서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어떤 수학 공식의 증명 과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더라도
수학 문제를 거의 풀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문제를 푸는 속도가 느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강사님들이 말씀하시는 '너 정말 개념 잘 잡혀 있니?'는 단순히 교과서에 적혀 있는 개념을 다 이해했냐&외웠냐뿐 아니라, 그 개념을 얼마나 능숙히&빠르게&자유자재로 쓸 수 있냐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개념이란 단지 개념에서 국한된 것이 아닌, 실전까지 자연스레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2# 기초는 모든 것의 뿌리입니다. 높이가 낮을 때는 중요하지 않으나 높아지면 중요해집니다.
개념, 기초, 기본기.. 개념을 강조하는 저조차도 조금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표현인 게 사실입니다.
기초는 너무나 쉽고 단순하기에 공을 들여 공부하고 싶지 않고,
또 당장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기초는 뿌리와 같습니다.
씨앗이 막 싹을 텄을 때 뿌리의 깊이가 중요할까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줄기를 높이 키우려면, 그때부터는 뿌리가 얼마나 깊게 자리 잡혔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공부에 있어 기초가 딱 그것과 같습니다.
하위권일 때는 모르지만 상위권으로 갈수록 역설적으로 그것의 중요성이 대두된다는 겁니다.
영어로 예를 들어, 여러분들은 '분사구문'을 아십니까?
분사구문을 가르치지 않는 문법교재나 강의는 기초 강의가 아닌 한 없다시피할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기출지문에서 분사구문을 꽤나 어렵게 느낍니다.
왜일까요? 분사구문의 선행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사구문 학습 당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삼각형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함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삼각함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백에 백이면 '불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할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영어를 그렇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분사구문을 이해하려면 부사절과 주절의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하며,
부사절을 이해하려면 부사절 접속사의 개념 또한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 분사구문과 주절의 시제 선후 관계를 파악하려면
기본적으로 현재시제, 완료시제, 과거시제 또한 잘 알고 있어야 하지요.
하지만 이 개념들을 깔끔히 설명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개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로 분사구문을 배운다는 건
삼각형과 함수를 잘 모르는 채로 삼각함수를 배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내린 뿌리는 대개 너무나 얕아,
여러분들이 수능 심화 개념을 배우면 배울수록 그것을 버티기에는 뿌리가 너무 얕아 뽑히려 하고 있습니다.
도치구문, it ~ that 강조구문, 생략&공통&병렬구문..
어디선가 분명 공부해 본 개념들입니다. 이들은 수능 필수 개념들이죠.
노베이스 여러분들이 이것을 실전에서 정확히 적용하며 해석하고 이해하실 수 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봅니다.
it ~ that 강조구문만 해도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역설적으로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개념들(명사절 접속사 that, 부사절 접속사 that, 관계사 that, 동격 that, 가주어 진주어 구문..)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니 막막하게 느끼실지 모르겠으나,
정작 이것을 가르치시는 강사님들은 모두 알고 계십니다.
왜일까요? 이것들을 전부 알아야 이게 it ~ that 강조구문인지 아니면 비슷하게 생긴 다른 개념이 사용된 것인지 구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참 간단하죠.
누군가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 문법개념 아예/그렇게 깊게 모르더라도 영어 잘할 수 있는데요?"
맞습니다.
이미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이미 경험치를 충분히 많이 쌓아온 사람은 괜찮습니다. 이런 거 잘 몰라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어를 못하는데 이제부터라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요?
강사님의 강의를 듣는다거나, 시중 교재를 공부해서, 학원 수업을 듣고 올라가려는 사람들은요?
문법개념은 강사의 언어이자 구문독해의 공용어입니다.
문법을 쓰지 않고 영어를 익히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겠으나
그러면 강사님들이 가르칠 수단,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즉 강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시중 절대다수 강의나 교재를 학습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강사님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어.. 이건 그냥 원래 이렇게 해석하는거야. 그냥 받아들여." 라는 말밖에 해줄 게 없다는 거죠. 이렇게 수업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처음부터 컨셉을 교정&첨삭으로 잡은 수업이면 모르겠지만..
이처럼 해석이 나오는 원리를 설명해주고 싶어도 그게 곧 문법이니, 문법을 쓰지 않고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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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입니다.
여러분의 목적이 그렇게 높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면요?
누군가는 3등급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럴 경우 깊게 뿌리를 내리는 과정은 오히려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그냥 핵심 개념만 짧고 간단히 공부하고 바로 실전으로 넘어가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중위권까지 비교적 금방 도약이 가능하고 이는 사실입니다.
국어만 받쳐준다면, 흔하지는 않겠지만 중상~상위권까지 뚫는 분도 계실 겁니다.
(단, 최하위권은 어렵습니다. 설령 목표가 3등급이어도 제대로 공부해야 최하위권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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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수능에서 복잡한 문장만 나오면 멘붕이 온다, 꼬인다, 튕겨나간다' 등의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영어는 언어이기에 수학과 다릅니다.
하지만, '구문독해'의 영역이라면 구문독해는 수학과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구문독해에서는 A개념을 익히고, B개념을 익혀야 A와 B개념이 혼합된 C라는 상위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초등수학을 쌓고, 중등수학을 쌓아야 비로소 고등수학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수능에서 등장하는 길고 복잡한 문장을 정확히 읽고 이해하려면 그 선행개념들을 제대로 닦아와야 한다는 겁니다.
아까 it ~ that 구문이나 분사구문의 예시가 그러했죠.
하지만 이것이 쉽지는 않기에, 결정적으로 절평 기조이다 보니 수험생들이 영어에 시간투자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정확히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보다는 '대강 무슨 말을 하는지의 맥락 이해&정보 추출' 정도로 우회하여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요지는 간단합니다.
첫째, 길고 복잡한 문장을 정확히 읽고 이해하고 싶으면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하는 길을 택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런 문장들을 정확히 읽고 이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종착지가 다른 길'입니다. 다음 링크를 한번 참고해 보시면 길고 복잡한 문장들을 읽기 위해서 얼마나 선행 개념이 중요한지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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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영어] 최초로 공개하는, 어려운 지문도 강사처럼 매끄럽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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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효율을 추구하여 빨리 올라가고 싶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최정상으로 가는 정석적인 길은 아닙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고르는 겁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각 길의 장단점은 알고 고르시라는 겁니다.
각각이 장단점이 있기에 뭐가 정답이라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권장 사항을 적는다면
1. 무조건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 사람 → 첫째 길이 나음.
2.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투자 시간 대비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사람 → 둘째 길이 나음.
3. 국어&영어 모두 노베이스인 사람 → 첫째 길이 나음.
(이런 분들은 공부 볼륨이 커져도 낙오하지 않는 안전한 길이 더 이득이 큼. 어차피 빨리 가는 길을 가봤자 낙오라도 하게 되면 그간 들인 시간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대로 끝남)
3# 부정할 용기, 무너뜨릴 용기, 되돌아갈 용기
(본 글은 노베이스 학습자들을 위한 글임을 거듭해서 강조드립니다)
많은 노베이스 학습자들이 개념을 대충대충 빨리 공부하고 문풀로 넘어가시지 않으셨습니까?
문풀부터가 진짜 공부, 본격적인 공부라고 여기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셔야 합니다.
제게 공부를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며 상담을 오는 분들의 학습 히스토리를 들어보면 십중팔구는 다 비슷합니다.
개념강의 1회독? 구문강의 1회독?
그 정도로 수능이 보이겠습니까? 하물며 여러분들은 유베로 출발한 것도 아니고 노베로 출발했습니다.
노베는 그 정도 학습량과 경험치로는 수능 지문 손도 못 댑니다. 30번대는 아예 건드릴 수조차 없을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꾸역꾸역 문풀을 반복하고
30번대를 제외한 나머지 쉬운 지문&유형들에서 어느 정도 정답률이 유의미하게 올랐다 한들
어차피 희망이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의 목표가 1등급이라면 어차피 그 노력들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애초부터 길을 잘못 들어왔다는 겁니다.
30번대를 뚫어내지 못하면 1등급은 꿈일 뿐이며 2등급도 확보가 어려운데,
30번대는 탄탄한 기본기가 몹시 중요한 파트입니다.
기본기가 무엇인가요?
영어로 적힌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해석'만' 하는 건 기본기가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해석을 제대로 하는 분도 많지 않지만요.)
그 해석을 잘 하기 위해 우리는
어휘(단어+숙어)를 외우고 문법개념을 공부하고, 구문독해를 연습합니다.
많은 분들이 '해석을 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는데,
그건 여러분들의 해석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상한 오역'이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해석은 진짜 깔끔하게 잘 하는데 사고&정리하는 연습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 하는 분도 있긴 하죠.
근데 정말 극히 드물어요. 정확히 해석하는 사람이 2등급 밑에서는 그만큼 드물다는 겁니다.
애초에 수능 지문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분들이 3등급 이하 중에는 사실상 거의 없어요.
해석부터가 엉망인데 그 엉망인 해석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해를 바르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국어라도 잘하는 분이면 그런 와중에도 맥락 잡고 구도 잡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차력쇼가 가능하긴 하죠. 저도 왕왕 보긴 하지만 그마저도 고정 1받는 분은 본 적도 없고, 국어&영어 둘 다 노베면 이 방법은 쓰고 싶어도 못 따라합니다.
고3지문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핸드폰으로 녹음기를 켜놓고, 고1 30번대 지문을 1분만이라도 한줄한줄 해석해 보세요.
(아니다 그냥 제가 지금 지문을 첨부해 드릴 테니 딱 1분만 녹음하고 소리내서 해석을 해보세요.)
그리고 녹음한 것을 스스로 들어보시며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본인이 해석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정말 말이 되게끔 해석을 하고 있나요?
들어보니 본인이 해석한 것이 스스로 이해가 되세요?
해석이 버벅이진 않으세요? 느리지는 않으세요?
말이 되게끔 해석을 했다고요? 해석이 느리지도 않았다고요?
그러면 읽으면서 동시에 그 내용들이 정확히 기억&이해&정리가 되시던가요?
해석을 들어보면 대부분은 이상하게 해석하고 있거니와 상당히 느리기까지 할 겁니다.
고1 지문에서부터 이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런 상태로 고3 지문을 기출분석해도 얻어가실 수 있는 게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일단 어떻게 해서든 고3 기출 문제를 풀며 분석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음, 그래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라고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해석부터가 엉망인데 어떻게 이해를 합니까? 어떻게 논리를 배우고 어떻게 스킬을 익힙니까..
해석이 완벽하지는 못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엉망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석부터 엉망이면 자신이 읽고 있는 문장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되고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이 지문이 무엇에 대한 내용일지 예상할 수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쑥대밭, 총체적 난국이 됩니다.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기, 화자의 의도 캐치하기, 글의 구도 잡기, 중심 문장 캐치하기..
이런 것들은 일단 해석이 어느 정도 받쳐주고 나서야 성립되는 이야기들이라는 겁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지금까지 쏟아온 노력이 무의미했다는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이실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고 그것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그간 얼렁뚱땅 대충 쌓아온 개념을 아예 버릴 수 있어야 해요.
"내가 그래도 이전에 이거 배우긴 했는데, 대충 알긴 하는데."같은 태도가 여러분들의 발전을 막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 도화지' 같은 친구보다 '어디선가 어중간하게 배워온, 그림이 잔뜩 그려진 도화지' 같은 친구가 더 가르치기 어려울 때도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사실은 많이 부족함에도 자신은 이미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깊게 들여다보고 꼼꼼히 다시 공부하려 하지 않거든요.
마지막으로 다시 그 힘든 학습 과정을, 이번에는 올바른 길로 처음부터 걸어갈 용기를 가지셔야 합니다.
2027수능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이라면 아직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내년 2026년 7월, 9월 이럴 때까지 가서야 "어, 내가 그동안 뭔가 공부를 이상하게 했나? 내가 걸어온 길이 맞나..?"라는 쎄한 느낌이 든다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다소 강한 어조의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내년 수능을 준비하고 계시는 상황에서 나름 개념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계속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튕겨 나가고 있는 노베이스 분들이라면 제 말을 꼭 새겨들으셨으면 합니다.
뒤늦게서야 맘을 잡고 정말 열심히, 절박하게 공부하시는 노베이스가 꽤 많은 걸로 압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노력한 방향이 이상해서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의 그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아요.
4# 개념은 개념을 익히는 과정에서 가장 제대로, 가장 깊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언젠가 쓴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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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공부하고 기출로 넘어가든,
개념을 적당히 공부하고 기출로 넘어가서 문제를 풀며 마저 다듬든,
상관 없다. 개념에서는 실전 공부 못하나? 실전에서는 개념을 못 닦나? 아니다. 둘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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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렇기에 많은 강사님들께서도 '개념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실전에서 다듬어가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중위권 정도의 유베이스에게는 좋은 조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베이스 입장에서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하는 조언입니다.
개념이 부족한 노베이스가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제가 한번 묘사해 보겠습니다.
A: 쌤, 한 시간 지문 분석해도 2-3지문 보는 게 다에요. 이게 맞아요?
B: 어떻게 하는데? 한번 보자. (공부한 내용들을 뒤적여봄)
A: 이 부분은 이런 개념이 쓰였는데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찾아봐서 표시했고요. 또 저기도 잘 몰라서 이런 개념이 쓰였구나 하고 찾아봐서 표시해놨어요.
B: ..????
'A' 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A 학생이 몰라서 표시했던 개념을 to부정사라고 가정하겠습니다. to부정사는 용법이 다양한데 학생이 나름대로 찾아봤다 한들 그 문장에 사용된 '한 가지 용법'밖에 정리를 못 했을 겁니다. 즉, 스스로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정리가 너무나 불완전합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개념이 다음에 조금만 꼬이고 응용돼도 또 틀릴 겁니다.
둘째, 개념을 찾아보느라 시간이 또 흘러갑니다.
셋째,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개념들은 전부 놓칩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기출에서 다듬을 수 있는 개념의 깊이와 완성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출이 개념서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었다면 개념서의 존재 이유가 없겠지요.
어차피 실전에 가서 개념을 공부하면 될 테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개념-실전(기출분석)'의 가장 이상적인 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개념을 처음 공부할 때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최대한 깊게&제대로 꼼꼼히 공부한다.
2. 이후 실전으로 넘어가 까먹은 개념은 그때그때 발췌 느낌으로 채워가는 것을 반복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야지, 개념이 너무 부족한 상태로or체화가 덜 된 상태로 실전으로 넘어가면 그냥 시간낭비밖에 더 안 됩니다. 공부에 쏟은 시간 대비 결과물이 너무 적게 나온다는 거죠.
이것이 바로 '개념에 집중하되, 개념에 매몰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 번 공부할 때 제대로, 꼼꼼히 공부해서 끝내세요.
그 다음 실전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그럼 개념이 부족해서 큰 문제를 겪을 일도, 개념만 붙들고 있다가 시험 망칠 일도 없습니다.
제가 옛날부터 노베이스에게 많이 하던 조언이 있죠.
"눈 딱 감고 6개월만 단어암기&문법&구문독해를 꼼꼼히 공부해 봐라. 그 다음에 기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라. 어휘&문법&구문독해는 운동으로 치면 기초 체력인데 6개월도 못 하겠느냐. 수능이 노베에게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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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노베이스를 봐왔습니다.
영어가 6등급인데 워드마스터 2000부터 외우고 있다거나,
살면서 영어를 공부해 본 적이 없는 9등급 영포자가 첫 강의를 구문독해부터 듣는다거나,
그런 게 방향이 잘못된 공부입니다.
여러분들이 얼마나 노력하셨든간,
결승점이 북쪽인데 남쪽으로 최선을 다해 뛰어봤자 결말이 뻔히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노베이스 여러분들은 정말 올바른 길을 가고 있으십니까?
스스로 걷는 길이 옳다고, 이렇게만 가면 분명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그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시면 됩니다. 저 또한 응원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간 아무리 노력하셨다 한들 걸어온 길을 부정하고, 무너뜨릴 용기가 있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 노력하실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딱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 한다면,
정말 확실하게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
계속해서 방향을 찾고 무너뜨리고 찾고 무너뜨리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
강사님들이 말하는 '강사 유목민'이 되어 이 강사님 듣다 저 강사님 듣다 이후 뭐 좀 쌓으려 하면 또 강사님 바꾸고를 무한반복해서 결국 결과는 엉망이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신뢰할 만한 강사님을 찾아 그분의 커리큘럼을 타는 게
혹은 스스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가며 우직히 공부하는 게 중요합니다.
.
.
.
이 글을 읽고 있는 노베이스 학습자 분들 중에서
영어가 너무 어려워서 지긋하다 못해 고통스럽고 두렵기까지 한 분들이 계시다면
마지막으로 저에게 한번 걸어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제 커리큘럼은 수능 영어 커리큘럼 중 가장 최하방(9등급까지)을 커버할 수 있는 커리큘럼인 만큼
여러분들이 중위권으로, 그리고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으로 도약하시는 데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쪽지 주세요!)
최상위권은 냉정히 말해 영어뿐 아니라 국어도 일정 수준 이상이 요구되는지라 제 커리큘럼만으로 뭐라 된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
[2027수능] 노베이스 꿈은 이제 그만, 현실적인 계획 수립 - Project [3]
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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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옹
글 내용 요약입니다.
0. 개념에 집착하는 태도 자체가 수능을 망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개념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출 과정으로 넘어간 후 거기서 흡수했어야 할 경험치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망하는 겁니다.
1. '개념을 아니?'에 대한 기준 차이
강사들이 말하는 '개념'은 단순히 교과서적 지식/공식 암기를 넘어, 개념의 빠른 적용, 응용, 판단, 해석 속도까지 포함하는 '체화'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2. 기초의 중요성
기초는 뿌리와 같아서, 하위권일 때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상위권으로 갈수록 그 중요성이 증대됩니다. 특히 수능 심화 개념들(예: 분사구문, it ~ that 강조구문)은 기초 개념들의 정확한 선행 없이는 제대로 이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수능에서 길고 복잡한 문장만 만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추론으로밖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수능 지문의 길고 복잡한 문장도 정확히 읽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보는데, 이런 과정 없이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3. 목표와 목적에 따라 경로는 나뉩니다.
학습 경로 선택 목표에 따라 학습 경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최상위권(1등급)을 목표로 한다면 '처음부터 깊게 제대로 공부하는 길'이 장점이 더 클 수 있으며, 중위권(3등급) 정도로도 만족한다거나, 시간 투자 대비 효율적인 결과를 얻기를 원한다면 핵심 개념만 빠르게 익히고 실전으로 넘어가는 길도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4. 노베이스의 문제점
노베이스 학습자들은 개념을 대충 공부하고 문풀/기출 분석으로 넘어가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해석 자체가 엉망이어서 심화 학습(논리, 스킬)이 어렵고 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베이스 학습자는 베이스도 요령도 없기에 열심히 개념을 공부해야 비로소 실전파 강사님들이 말씀하시는 '개념을 적당히 공부한 상태'에 겨우 다다를 수 있는 경우가 많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5. 결론
노베이스 학습자는 자신이 걸어온 잘못된 길을 인정하고(부정할 용기), 그간 쌓아온 어설프고 얼렁뚱땅식 개념을 버리고(무너뜨릴 용기), 올바른 길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되돌아갈 용기) 필요가 있습니다.
'개념에 매몰되지 말라'는 조언은 중위권 유베이스에게 적합하며, 노베이스는 개념을 최대한 깊고 꼼꼼히 끝낸 후 실전으로 넘어가 부족한 부분을 발췌하여 채우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