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재수를 실패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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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료 제작 다 하고 자려고 하는데 천둥 때문에 잠이 오지 않네요.
여러분들이 제가 지난 번에 적은 칼럼에 너무나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더 풀어드리려고 해요.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위로가 될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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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수를 실패한 사람입니다.
첫 수능 때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전공을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다만 자만했던 탓에 학교를 걸어 놓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막연하게 재수하면 더 잘 나올 것이라는 허풍을 떨었습니다.
보기 좋게 재수는 실패를 했고, 경희대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국어 제외 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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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혼자서 많이 울었어요.
자살할까도 생각하고 과거의 자만과 안일한 선택에 후회가 되었어요.
유독 제 주변에는 공부를 잘 하던 친구들이 많았어요.
나만 재수를 실패했고, 마치 재수를 성공한 주변 친구들을 시기 질투했어요.
나만 운이 좋지 않았고, 나만 온 세상의 억까를 다 받은 것 같았고요.,
그 대단한 서울대 의대부터 전국 의대, sky에 진학한 친구들 뿐이었어요.
그 안에서의 비참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스스로가 너무 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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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는 죄책감과
허풍과 과장 뿐이었던 재수 시절 덕분에
보기 좋게 실패한 그런 사람으로 스스로를 낙인 찍었어요.
부모님에게 의대를 가겠다 큰소리 치던 그때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없고
방에서 게임만 하고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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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나마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국어 과외를 시작했어요.
내가 그나마 잘 봤던 것이 국어이고,
분명 내 재수 생활은 헛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려고 악을 썼던거 같아요.
너무나 운이 좋게 첫 과외생부터 서울대학교를 진학하고 강사 일은 일사천리가 되어 승승장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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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돼요 여러분.
못해도 되어요. 수능 그까짓거 못 보면 어때요.
단, 눈에 진물이 나올만큼 열심히 해봐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어차피 못할거,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정답을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그런 유형의 학생이 만일 입시에서 성공했더라도 행복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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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능을 못 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다른 칼럼을 적으시는 분들처럼 스카이, 의대 뱃지를 달면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ㅎㅎ
가끔 만약 제가 좋은 결과를 수능에서 얻었더라면 제 말에 힘이 더 실리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는 없죠.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제가 수능을 망쳤을 때의 우려와는 다르게
제 인생은 너무나 아름답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해서 잠이 안옵니다. 설레서 잠이 안옵니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나는 얼마나 더 잘 되어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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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개처망한 저라는 사람도 이렇게 살아갑니다.
여러분들은 부디,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길 바래요.
사교육에 입성하고, 학군지에서 일을 하다보면
그 누구도 '못해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저는 청년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 분들보다는 사회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세대 중 한 명입니다.
제가 겪은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못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사회였습니다.
단, 열심히는 해야하죠. 아등바등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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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런 고민이 있으신 학생분들이 있다면
가서 물리적으로 안아주지는 못하겠지만ㅋㅋㅋ
제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위로해주고 싶어요.
쪽지 주시거나 저희 학원 방문해주시면 밥이라도 사드리면서 (당연히 공짜) 도와드리고 싶네요.
그런 학생들을 안아주는 그런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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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저에게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만일 한 마디만 해줄 수 있다면
너무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고
행복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고 이야기해주고
결국 수험생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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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씀드리지만
못해도 전혀 지장 없습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해보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은 세상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모두들 행복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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