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복종 - 더 이상 싱어한테 처 맞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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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뇌피셜과 드립이 난무하는 글입니다. 설명을 위해서라면 교육 과정의 선타기가 아니라 선에서 멀리뛰기를 시전하는 필자이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반박시 여러분의 의견이 맞습니다.
*필자가 재미있는 글을 추구하다 보니 맞춤법 실수가 잦습니다. 사실 그냥 능지가 모자란 것이니 넓은 아량을 베풀어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네 여러분 반갑습니다. 눈덩이 아카이브의 필자 눈덩이입니다. 오늘은 6평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인 ‘시민불복종’ 단원과 연계하여 롤스의 이론을 살펴보기 전에 싱어의 시민 불복종을 살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글에 적을 내용은 제가 수험생 시절에 큰 도움을 받았기에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뭔가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싱어처럼 접근을 해봅시다. 일단 우리는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절대적이고 최우선적인 책무(의무)를 가질까요? 당연히 그건 아니니까 시민불복종을 인정하는 학자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에 의해서 어떤 수단이 인정될 수 있는가’입니다. 싱어가 선호 공리주의자라고 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같은 명제를 단순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뭔소리를 하는건가 싶죠? 모르셔도 됩니다. 서론을 있어 보이게 시작하려고 해본 것입니다. 중요한 질문을 계속 던져봅시다. 일단 밀 편에서 언급했듯 moral함과 ethics는 다릅니다. 다소 의역하면 법과 윤리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학교 수업에 지각을 하는 것은 옳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법(교칙)을 어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생들에게 수업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들어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래도 지각은 여전히 교칙을 어긴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게 도덕적으로 그렇게 부당한가라고 물어보면 약간 애매합니다. 밀은 prudence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도덕적이지 않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교칙을 어겼기 때문에 부도덕한 것이냐 물으면 좀 애매하다는 것이죠. 그래도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럼 이런 예시는 어떨까요? 늦잠을 자는 것은 윤리적일까요? 그렇게 윤리적인 것 같지는 않죠? 그런데 이게 법을 어긴 것은 아니잖아요?
필자는 왜 주제와 동떨어지는 것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일까요? 양심과 법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법을 어겼다는 것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싱어로 돌아와서 법이 매우 그릇되다고 생각한다면 그 법에 복종해야할 도덕적 의무가 생기는 것일까요?
“소로와 울프는 개인과 사회간의 갈등을 개인의 편을 들어 해결한다. 우리는 법률이 지시하는대로가 아니라 우리의 양심이 일러주는 대로, 다시 말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한다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대로, 행위해야 한다. 그 밖의 어떠한 방식으로 행위하는 것도 윤리적 선택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보이고 소로와 울프의 대답이 명백히 옳다. 그래서 (다양한 사례 제시) 등의 문제들은 국가가 합법적이라고 단언한 것보다는 그들이 보기에 옳은 잃을 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정당하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간단한가? 소로가 말한 대로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마땅히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면 울프가 표현했듯이 우리가 우리 결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그르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 어떤 일을 선택해야만 한다면, 물론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맞는 말이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알 필요가 있는 것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이다.”
법과 양심이 다른 것도 알겠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양심에 따르면 된다는 말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소로 말대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른다면 ‘양심을 따라라’는 너무 무책임한 명령입니다.
그러면 법이라는 것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문으로 거술러 올라갑시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조화를 추구하고 서로 양보하며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법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며 분쟁의 발생은 필연적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분쟁을 해결할 확정된 의사결정절차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법입니다.
싱어는 법에 복종함으로써 법에 대한 존중을 강화시켜 확립된 의사결정절차로서 법이 효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법에 대한 존중이 떨어지면 법법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공동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올바른 법이 존재하고 모두가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일 것입니다.
그런데 법에 복종하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법은 공리를 증진하고 분쟁을 피하기 위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목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그 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법에 복종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을 때, 법에 복종할 이러한 두 이유는 복종하는 것에 찬성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유들이 서로 대립될 때는, 불복종할 이유보다 우세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각의 경우의 장단점을 평가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서 불법적인 행위가 동물에 대한 많은 고통스러운 실험을 방지하거나 중요한 야생 지역을 보존하거나 온실가스배출을 급격히 줄일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러한 목적들의 중요성이, 법에 대한 복종심의 일반적인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다소간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수험생 시절 시민불복종이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말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이 강할수록 시민불복종이 더 쉬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이 싱어 입장에서 모두 맞는 말이었기에 혼란을 겪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태까지의 서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빌드업 정도로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이건 제 수험생 시절 문제는 아니고 2025학년도 6월 평가원 생윤 14번 문제입니다. 을이 싱어고 제시문에서 ‘시민 불복종이 중단시키려는 악의 크기와 그것이 가져올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의 감소 가능성을 저울질 해보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 불복종은 악을 막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법에 대한 존중심은 감소시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강할수록 시민 불복종이 옹호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강하기 때문에 설령 악한 법이라도 시민 불복종을 행하기는 어려워져야 할테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ㄷ은 맞는 선지입니다. 사실 이런식의 충돌은 이미 제시문을 통해 법에 대한 존중이 강한 민주 사회일수록 시민 불복종이 옹호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의 감소 가능성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것은 따로 이미 저희에게 주어진 정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수험생 시절의 필자 역시 이게 왜 충돌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생윤 만점을 맞고 철학과에 왔음에도 1학년의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찾았으니까 글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원전에서 찾았다는 사실이 좀 열 받기는 합니다. 저는 윤리 교육과가 아니라 철학과라서 어디까지가 교육 과정인지 명확하게 말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거 보면 제 눈에는그냥 교육부 얘네도 어디까지가 교육 과정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정기적인 교육부 기습 비난 시간이었습니다.
기습 비난을 시전한 이유는 원전을 읽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천윤리학] 11장 4절 시민 불복종 혹은 기타 불복종을 참고해봅시다.
“대체로 민주주의적인 사회에서 불법적인 수단의 사용을 정당화하고자 시도하는 두 가지 다른 방식들이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첫 번째 방식은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이 반대하고 있는 결정이 진실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두 번째 방식은 그러한 결정이 다수의 견해의 진정한 표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너무도 심각하게 그른일이어서 다수에 반대하는 행위가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시민불복종’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들어 맞는 것은 첫 번째 근거에 의한 불복종이다. 이러할 때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참된 민주주의적 결정을 확보하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의 사용을 확정적으로 간주한 것일 수 있다. 개혁을 보장할 정상적인 통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이러한 확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선출된 대표자들이 그들의 재선출 캠페인에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고, 또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소수자의 정당한 이익이 편견을 가진 관리들에 의해서 무시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경우에, 현대의 시민불복종의 행태들, 즉 수동적 저항, 행진 혹은 연좌는 적합하다.”
정리를 해보면 싱어가 주장하는 시민 불복종의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참고로 저는 진정한 다수의 의견을 ‘민의’라고 부릅니다. 그냥 용어를 그렇게 배워서 그게 더 편해서 쓰는 표현입니다.
① 법이나 제도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우
② 법이나 제도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는 있지만 민의가 심각하게 그른 경우
물론 원전에서 언급했듯이 시민 불복종이랑 가장 잘 들어 맞는 것은 ①의 경우입니다. 하지만 ②의 경우가 시민 불복종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①의 경우부터 생각해보면 이러한 경우의 시민 불복종은 민주주의적인 의사 결정을 좌절 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복원 시키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정당한 절차를 거친 다수의 의견이 부정의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표현되었으므로 민의를 담지 못한 법이나 제도들에 불복종을 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적인 의사 결정을 복원시키는 것입니다. 즉 법이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목적이 안정적인 의사결정절차를 탄생시키기 위함이었고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이러한 의사결정절차를 확립시키는 것이 공리를 증진하기 가장 좋은 형태라고 보는 싱어 입장에서 ①의 시민 불복종은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을 감소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강할수록 이러한 시민 불복종은 자주 정당화될 것입니다.
어? 그럼 제시문의 내용이 틀린 것 아닌가요? 아니죠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을 것입니다. 괜히 싱어가 두 가지 경우로 나눈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이제 ②의 경우를 봅시다. 전에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 이 미대생 지망생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어 형이야
놀랍게도 이사람은 투표로 당선되었습니다. 1934년에 기존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히틀러가 총통직을 맡는 것에 대해 88.8%의 찬성표를 보이며 당당히 당선되었습니다. 이건 tmi이고 나치식 대량 학살 정책을 생각해봅시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정책이 진짜 민의를 담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고 가정을 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을 가정하면 어떡하냐고요? 그럼 여러분 트롤리 딜레마 생각할 때 진짜 그런 상황이 있어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원래 윤리학은 보편적인 원칙을 세우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들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쨌든 싱어는 이러한 경우 시민 불복종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원래 여기서 더 나아가서 악한 경우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냐는 논의가 필요하기는 한데 수험생들이라면 거기까지 안 가셔도 됩니다. 우리는 ‘공리의 관점에서 시민 불복종이 중단시키려는 악의 크기와 그것이 가져올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의 감소 가능성을 저울질해 보아야 한다’ 라는 제시문의 내용이 참인 이유를 위에서 본 선지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찾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②의 경우 민의가 심각하게 그른 경우에도 시민 불복종이 가능하므로 우리가 막으려고 하는 악의 크기와 시민 불복종으로 인해 가져올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심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민 불복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2024학년도 6평 생활과 윤리 5번 문제를 봅시다.
다른 것보다 ㄴ 선지에 집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ㄴ 선지가 명확하게 맞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① 시민 불복종의 경우 때문입니다. 위에서 보고 왔다면 바로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싱어의 시민 불복종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기는 눈덩이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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