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소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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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지나가는 아이야
부디 내 이야기를 들어주렴
어릴적 나는 전쟁터애서 살아왔었다
이 놀이는 보통 아버지가 퇴근하면 시작되었지
한 때는 휴일애 전화를 버티지 못하고
국밥집으로 피난길에 올라 주린 배를 채웠더랬지
소년병에서 꿈을 가졌어야 할 나이가 된 나는
모든것을 잊은척하며 기만의 웃음을 짓는 대신
전쟁애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눈에는 핏기가 이빨에는 복수의 다짐이 새겨져 있었다
전화는 잦아들었고
나는 잠시나마 그릇된 평화를 만끽할 수 있었지
그 때 나는 살아 처음 비상하기 시작했다
열등감과 PTSD로 찌든 새도
기름에 젖은 새도 다시 비상 할 수 있더구나
상처받은 새도 다시 활공 할 수 있더구나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더랬지
기억은 마치 한 순간 같고 도취의 만족은 한 끗과 같으니
눈을 떠보니 나는 추락해 있었다
나는 2년을 고뇌했다, 엎어진채로
미약하나 끊기지 않은 힘줄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나는 걷기 시작했다
다만 그것 뿐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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