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수 [1381183] · MS 2025 · 쪽지

2025-04-10 21: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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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학은 비문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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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지문을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보는 눈이 있었더라면, 문학을 더 잘했더라면 지문을 읽을 때 정답 선지가 의미하는 내용이 보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문을 읽을 때 더 꼼꼼히 읽고 내제된 의미를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여요.


하지만 이러한 읽기 방법은 수험생에게 적절하지 않아요. 물론 꼼꼼히 읽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문학 지문은 빠르게 읽어야 해요. 그리고 숨은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하다가 수험생의 상상력이 개입해 지문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수능 문학은 해석을 요구하지 않아요. 오로지 제시된 선지에 대한 판단만을 요구할 뿐이에요.


상위권 수험생이라도 지문의 내용만을 보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내기 어려워요. 문학은 비문학이 아니에요. 정답이 온전하게 지문에 쓰여 있지 않아요. 독서의 경우에는 지문의 내용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문학의 경우에는 선지의 개연성을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리고 이 개연성은 지문을 보고 떠올리지 못한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선지를 본 이후에 판단할 수 있어요.


문학 지문을 읽을 때는 중요한 정보만 캐치하면서 빠르게 속독해야 돼요.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드러나는 정서는 어떠한지 위주로 잡으면서 읽어도 충분히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어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개연성을 판단하는 실력이 아직 부족한 것이지 지문의 속뜻을 파악하는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에요.


특히 어려운 지문이 나오면 지문을 읽을 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더더욱 어려워져요. 이런 지문이 나오면 글이 읽히지 않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정상이에요. 지문에 쓰여 있는 내용은 있는 그대로만 파악하면 돼요. 아무리 어려운 지문이어도 긍정적인 내용인지 부정적인 내용인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잖아요. 있지도 않은 숨은 의미를 찾아내려고 할 필요 없이, 글자 그대로 지문을 받아들이면 돼요. 오히려 문학 지문에 파고들려고 하다가 정작 중요한 내용을 놓쳐 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시, 소설, 극, 수필 등을 읽을 때에는 지문에서 무언가를 더 파악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상황, 정서, 시상의 전환과 같이 중요한 정보들만 잡고 가도 모든 문제를 맞추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오히려 문제를 푸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주요 정보들 위주로만 끌고 가는 연습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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