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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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대생들이 무섭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공포감에 이를 떤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약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꿇으라면 꿇어야 되는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약사...그것을 업으로 삼을 약대생이니까..
어느날 나는 컴공에 다니는 친구 알파고에게 물어보았다
"인공지능이 약사를 대체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약사? 약 포장이랑 식후 세번은 30년전에도 대체될 수 있지 인공지능도 필요없는 수준이야"
................
부끄럽다...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때 나는 속으로 수십번씩 외쳐댄다...약대 최고다 약사가 QOL은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캠퍼스를 걷는 의대생들을 본다... 언제나 그들의 발걸음은 어쩐지 '위압감 ‘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들이 옆구리에 두꺼운 전공서적을 끼고 최신의 임상의학을 들으러 갈때
나는 비굴한 교수에게....자판기도 할 수 있는 약 포장학 따위나 들으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처방점검', '복약지도', '임상약사'이란 단어들로 표현된다.
목줄을 쥔 주인 앞에 개처럼 도저히 저항할 수도 없는...완전히 종속되어 무릎을 꿇어야 하는 대상 앞에서
우리는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처방점검'따위의 구질구질한 접사를 붙여 마치 의사들이 우리들의 '처방점검'없이는 약을 제대로 모른다는 듯이 교묘하게 대중과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오후 7시 반....모든 수업이 끝나고 시내로 나가 동아리 동기들과 선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신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본4선배가 약사 업무의 전문성을 열심히 설파한다....우린 모두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다....약사 업무가 얼마나 쉬운 단순노동인지... 우리는 평생 갑질하는 의사에 공포감을 느끼며 무릎 꿇으며 살아야 할것을...
그들이 매일 빠르게 축적되는 부로 전문직의 직능의 요새를 쌓아올릴때.... 우린 한칸 조제실에서 약이나 싸며 수십년 전에 대체되도 남을 만한 직능과...의사의...갑질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고
그들이 무서운말투로 처방전당 상납금과 인테리어비를 요구할 때 우린 아직 약사의 성분명 처방권은 커녕 정원 증가도 막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모두들 신입생때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술에 젖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큰 목소리로 건배를한다.
본4 선배는 술이 오를대로 올라 계속 의새들의 갑질과 약에 대한 무지에 대해 미친듯이 떠들어댄다..
이때 술집의 낡은 문이 열리고...의대 예과생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본4는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듯이 이제 아무도 성분명처방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레 학우들의 밀애사와 추문 같은것으로 옮겨간다....
두시간 후....
다들 술이 오를대로 오른 우리 동아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술집을 나온다...
의대생들이 아직 이야기꽃을 피우고있는 그 술집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졌을 즈음
동기인지 선배인지....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한다...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페약만해도 월 400!!!"
"우리가 qol하난 최고야!!!!!"
"성분명처방, 일차의료처방권!!!"
"의새 로딩 14년!!!!"
어쩐지 힘이없는 외침들... 비내리는 저녁의 공허를 담은듯 너무도 쉽게 골목 뒤로 바스라진다...
만취한 본4 선배가 계속 외친다... "페약만해도 월400!!!!"
ㅡ아직 약대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수년 전..... 수의대를 예비 3번 차로 떨어지고 여기로 왔다고 했다.....
"페약만 가도 월400!!!!!"
ㅡ 젊고 푸르던 고등학생 시절...그의 꿈은 유기견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수의사였다고 했다...
"페약만 가도 월400!!"
ㅡ약 싸는 수업을 들으며 몰래 수학 문제를 풀던 신입생시절... 동아리 선배들에게 끝없이 세뇌당해 반수를 접었다고 했다...
"페약만가도 월 400!!"
하늘과 같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약사에 대한 전문성 회의감이 들 때마다 나를 꽉 잡아주던 선배가...
"페약만 가도 월 400!!"
6년의 긴 울음을 삼킨 외침이다...
선배는 완전히 실패했다...그는 의사 갑질에서 자유로운 진정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가 될수도 있었다....
그는 명석한 두뇌를 길고 긴 청춘 내내 약을 포장하는 방법에 바쳐넣은 것이다.... 그 댓가로...
"페약만 가도 월 400!!"
무엇이 선배를 무너뜨렸을까... 선배는 비겁한 사람일까? 아니 단지 한명의 피해자일 뿐일까?
어쨌든 그의 인생은 이제 처참하게 무너졌다...그의 졸업 후 봉급은 얼마일지 모르겠으나...적어도 수의학에 뛰어들어 한몸 불사르려던 재기넘치는 청년 ooo는 이제 죽어버린것이다..
"페약만 가도 월 400!!"
선배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길
뒤를 돌아보았더니
학교 언덕 위 눈부시게 희고 큰 대학병원 건물이 보인다... 그 아래를 한개의 작은 약국에서... 간신처럼 웃으며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는 작고 보잘것 없는 약사가 나온다...
나는 의대생들이 무섭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공포감 이를 떤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약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꿇으라면 꿇어야 되는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약사...그것을 업으로 삼을 약대생이니까.
시대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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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개웃기긴 한데 냉정하게 팩트라 안타깝네
약사들의 자랑거리 '처방전 이중점검' = AI로 지금도 순식간에 대체 가능하긴 함
솔직히 AI 진료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썩 잘 보는 편이긴 해서 의사마저도 내과 계열은 대체되네 마네 하는 마당에 약사는 대체 안 돼요~ 하는 게 웃음벨이긴 함
다좋은데 약대에는 본과가 없어서 비추드림 아 ㅋㅋ
헉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