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돌리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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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원서를 넣은 지 얼마 안 돼서 합격여부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오르비를 들렀다 가는 길에, 조기발표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입학처 사이트를 들어가야 했다. 역시, 조기발표는 하지않았다. 발표 일정이 굉장히 늦는 것 같았다.
"좀 일찍 발표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합격 발표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늦거든 다른 대학 가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대학이었다. 일정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합격시켜 달라고만 부탁했다. 대학은 잠자코 열심히 엑셀을 돌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돌리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돌리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발표해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자취방 구할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줄세우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발표해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원서 넣은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돌린다는 말이오? 입학처 당신네들, 외고집이시구먼. 방 구할 시간이 없다니까요."
입학처는 퉁명스럽게,
"다른 대학 가시우. 난 발표 안 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원룸 구할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줄 세워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엑셀이란 제대로 돌려야지, 돌리다가 실수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수능 성적 엑셀을 잠시 꺼놓고 태연스럽게 대학원 합격 발표를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엑셀을 보고 이리저리 둘러 보더니 다 됐다고 합격 발표를 해준다. 사실 합격 여부는 2주 전부터 결과가 나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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