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시달렸던 입시 논술의 끝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0599640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요
가끔, 아주 가끔 마시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이 조용할 때가 있어.
뭔가 다 멈춘 것처럼 그러면 또 확 독주를 들이 부어.
편안하고 좋을 때도, 그게 싫어서 깨 버리려고 확 마셔.
살 만하다 싶으면 얼른 확, 미리 매 맞는 거야.
난 행복하지 않습니다. 절대 행복하지 않습니다. 불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은 조금만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앉는 게 힘듭니다.
왔던 길을 다섯 걸음 되돌아가는 것도 못 할 거 같아서
두고 나온 우산을 찾으러 가지도 않고 비를 맞고 갔습니다.
그 다섯 걸음이 힘들어서, 비를 쫄딱 맞고
아, 나는 너무 힘들고, 너무 지쳤습니다.
엄청나게 벌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좀!
딱 이 심정이에요
유명 논술 학원에서 정규반 마치고 파이널반까지 개근이었고요 리라이팅, 복습은 뭐 그냥 생활 중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한 번 보시곤, 복습 노트는 학원에 기증해라, 이걸 리라이팅 해 왔다고? 하신 적도 많아요 그만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글쓰기뿐이니까. 이거라도 끝장을 봐야지. 최고가 돼야지. 하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파이널반...
첨삭 때 늘 안정권이었고 간간이 우수답안으로 채택돼서 카피까지 뜨곤 했어요
정말 모든 선생님들이
넌 하나라도 안 붙으면 그게 이상한 거야
하셨어요
그 말을 질리도록 들으며, 동시에 제 자신을 늘 의심했어요
불행은 언제든 찾아오니, 안주하지 말자고.
정말 다시는 수업 자료를 보기 싫을 정도로 성실히 임했어요
물론 카톨릭대 시험은 많이 떨어서 답안을 다 못 채웠지만, 다른 대학교 시험은 준수하게 봤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한양대는.. 여기서 뭘 더 해~ 할 정도로 만족스럽게 치렀어요.
그냥 했던 대로, 대치동에서도 안정권이었으니까 실력 발휘만 잘 하자..
모든 시험에 이 마인드로 임했어요
사실 뭐
제 불행(대입 가지고 불행이니 뭐니 하는 것도 웃기지만)이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
성인 되자마자 목숨을 잃을 뻔 한 적도 있고, 한양대 예비 1번도 그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기도 했으니까요.
오히려 6떨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던 것 같네요.
근데 막상 그게 현실이 되니까 허탈할 뿐이에요
제가 그냥 기구한 인생인 걸까요
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체념하고 살아요
예상했던 불행이라 놀랍진 않았어요
그냥 뭐...
내가 잘 풀릴 리가 없지
그치 이래야 세상이지
싶었어요
근데 그 씁쓸한 체념을 삼킬 때마다 참 허탈하고 괴로워요
너무 이른 나이에 많은 걸 체념하고 사는 것 같고, 다들 이러고 사나 싶어서 또 괴롭고. 늘 그런 식이에요
두서없이 막 적는 글이지만 그냥.. 하소연해 보고 싶었습니다
남들은 노력하면 된다던데, 인생이 그냥 뜻대로 수월하게 풀리던데 나는 왜 이러나 싶고.
시험을 망친 것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
학원에서 유망주였는데, 왜 꼬였을까 싶고.
참ㅋㅋ 다 모르겠어요. 일단 대학 갈 운명은 아닌가 봐요.
그래도 뭐 알아주는 전문대에 속해 있다는 걸로 위안삼아야 하는 걸까요. 돌아갈 학교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요.
일단은 또 휴학계를 내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몇 번의 불행이 더 닥쳐야 행운이 올지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이젠 깨지는 게 두렵지가 않아요
좋게 들리겠지만, 모든 걸 다 포기했다는 뜻이에요
희망따위 버리고 그냥 살아보자, 일단 깨져 보자, 하는 거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가 않네요.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주절주절 길었네요
결론은
전 계속 불행할 것 같아요
근데 그냥 두려고요
이제 극복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요
그냥 현재를 느끼면서 살아보려고요
원하는 걸 찾고, 열심히 해 보고, 깨지고, 또 깨지고 살겠죠.
딱히 기대도 두려움도 없어요
간절히 원하는 것도, 들끓듯 사랑하는 것도 없어요
죽지만 말자
그게 다예요
결론이 참 이상하죠
새벽이라 아무 말이나 하게 되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강사 문제집에도 사관은 들어있는데 경찰대는 없던데 경철대는 뭐가 다르길래 수능에 도움이 안될까요?
-
롤할까요 옵치할까요? 15
와다다
-
제국주의식민과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식민과의 연대
-
우직하게 요령/편법 안쓰고 묵묵히 공부한 애들 특히 강의 평가질 + 머리쓰는 공부...
-
저는 23수학 공통 체감난이도가 젤 낮았음 이유: 15번 22번을 감각적 직관으로 딸깍딸깍해서...
-
사문 한지 최저 0
최저 사문이나 한지로 맞출생각인데요 2학년 선택과목에서 물화생지 다해서 사탐...
-
25미적 솔직히 23 24 보다 많이 가벼운거같은데 막상 시험장에서 풀땐 그리 쉽다...
-
참 감사한것같다 진짜 … 과탐 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수특 풀이나 다른 문제집 자료...
-
옵치 하는중 6
내가 하는 유일한 컴게임...
-
1컷 92 가능?
-
동국대vs교원대 어디가 더 남? 그냥 딱 동국대 다녀요, 교원대 다녀요 했을때 드는...
-
학사 생활하는 사람들 있음??많은편임???
-
내일부터 갓생이다
-
운이 어떤 부분에 작용한다는 거지
-
6모 vs 10모
-
목적어가 있으면 뒤에있는 서술어는 무조건 동사라고 보면 될까요?
-
반수 수능땐 걍 졸릴정도로 안떨렷음
-
엄기은 이훈식 0
누가 더 ㄱㅊ을까여???
-
ㅇㄷ감?
-
정직하게 랩하는 그 맛이 있네
-
플래너 쓰면 6
봐주실분잇나욮ㅍ
-
군수학개론 (1) - feat. 누가 군수를 하면 좋은가? 1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께 군수와 관해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써봅니다. 저는 재수를...
-
재수vs반수 0
지금 건동홍 중 하나 걸고 재수하는중인데 서성한 이상이 목표면 재수가...
-
멘탈 차이?
-
일단 우리 학교 애들 공부 잘하는편인데 물론 평소보다 수능 잘본애들 있음(소수)...
-
2살까진 ㄱㅊ은듯
-
우울하다 5
올해도 그냥 이렇게.. 날리는구나
-
본인이 다니는 학교는 메디컬 정시 0명인 ㅈ반고임 첫날이라서 그냥 들어봤는데 대부분...
-
과탐 생지 3등급은 쉽다고하던데, 백분위 어디까지가 쉬운건가요? 6
과탐 생지 3등급은 쉽다고하던데, 백분위 어디까지가 쉬운건가요? 생1,...
-
만취했다 4
기분굿이네
-
[PASTKICE] 22학년도 이후 평가원 수2 단원별 전문항 모음!! 0
통합수능 이후 수2 단원별 전문항 만들어왔음ㅎㅎ 2점짜리도 다 넣어놨으니 원치...
-
라는 상상을 해봄
-
갈드컵이 없네 아주대 vs 과기대 건대 vs 외대 재밌는데
-
그래도 꿈을 낮추기는 싫다
-
투 더 넥스트 투 더 이치방우에에에에
-
강윤구김범준 1
스블vs스타터, 4공법 어떤게 더 어려움요?
-
이지영t 윤사 출제자의 눈 교재 구매 필수죠? ㅠㅠ 이투스 구독권 샀는데 걍 교재...
-
기출회독법 0
언매,정법,생윤 같은 과목에서 기출을 풀때 회독하며 다시 풀기를 위해서 노트같은데...
-
오르비 잘자요 4
야자까지했더니 피곤하네요
-
좋은 대학원을 가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누구는 학점, 누구는 자격증, 누구는...
-
25수능 46624 맞고 재수중입니다. 탐구빼고 국수영 하루 시간분배를 어케...
-
이거 정신병임? 3
공부하는데 누가 내가 공부하는거 보고 있다고 느껴지거나 목격하면 집중 안되고 막 떨림
-
반수 0
작수 24335인데 반수해서 중경외시 가능할까요 작수 9모때 13333이었음
-
개인적인 사설을 수능에 대입했을 시 나올 미적 만표에 대한 생각 13
현재의 괴랄한 표본을 기준으로 추정 시 가장 쉬웠던 회차~가장 괴랄했던 회차 EBS...
-
생윤 개념 이미 n회독 하고 3등급 나왔는데(3학년 내신+ 수능 최저) 이번년도에...
-
학교 수업시간 자습 3시간 20분 영어쌤이 정시파이터들 자습하지 말라했는데 어차피...
-
너무 이상한데;;;
-
슈퍼문 지문에서 2번째 문제에서 이심률이 커지면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도 커져서...
-
스크린타임 14시간 시절이 그립구나..
인논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정말 글 잘쓰시는 것 같은데 입시판은 조금 다른걸까요..
힘내십셔 ㅜㅜ
제 글이 그럴 듯해 보이나요? 다행입니다.
음 일단 입시판에서는 인정받지 못 하는 것 같아요. 운칠기삼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뭐... 잘 모르겠어요.
문예창작과 입시도 준비했었는데, 누군가가 원하는 틀에 맞춰 글을 쓰는 게 참 괴롭긴 하더라고요. 내가 뭐하고 있나 싶고. 근데 또 해야 하니까 하고.
제 글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힘내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되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존경스럽다는 말 말고는 생각이 나질 않네요,, 힘내십시오 진심으로 멋있으십니다
무의식적으로 들어왔다가 감동받고 갑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힘내서 잘 살아 보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되시고 바라는 대로 풀리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