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는 노력으로 커버되는 계열이 아닌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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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는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공감하시 않는 분들이 태반이겠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여기에 글을 써봅니다.
그냥 제 인생의 일부를 읊조리는 글입니다.
저는 후비루 증후군과 메니에르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은 고1 여름에 진단을 받았고, 그냥 쉽게 생각하시면 어지러움 증후군입니다. 이게 급성기에 접어들면 눈이 미친듯이 돌아서 구토도 합니다. 급성기는 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받아서 작년 수능 끝나고 딱 1번 경험해 봤네요.
후비루 증후군은 증상은 고1의 시작부터 나타났고 확진은 올해 상반기에 받았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콧물이 코 상부에 뭉쳐있는 일종의 비염입니다. 이게 코와 목에 딱 걸려있어서 코를 풀기 보다는 대부분 헛기침을 해서 입으로 뱉어냅니다. 여기서 끝나면 상관이 없는데 콧물이 코 상부에 뭉쳐있으면 그만큼 세균도 잘 고여서 남들보다 감기(라고 하지만 증상이 고열감기고 정확히는 편도염)에 잘 걸립니다. 한번 걸리면 끝장을 보죠. 열이 39도는 기본으로 넘어갑니다. 이쯤되면 정신력? 그런거 필요 없습니다. 앉아서 수업 듣는게 기적입니다.
'얘는 무슨 이렇게 엄살이 심하나' 싶으신 분도 있으시겠죠.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병원에서는 제가 고통을 남들보다 잘 참는 편이랍니다. "얘가 아프다고 하면 진짜 아픈거다"라고 할 정도로요. 보통 '3주 멀쩡하고 2주 편도염'의 반복입니다. 저는 그래서 남들의 1년이 12개월이라면 저의 1년은 7개월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등학교 때는 진지하게 자퇴 후 검고도 고려하였으나 그냥 다녔죠. (자퇴를 했어야했는데..)
재학생 시절에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놀때는 놀고 공부할때는 공부하고. 학원도 다니고. 공부:놂=6.5:3.5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46565라는 형편없는 성적을 받습니다. 저는 솔직히 예감했습니다.
*제가 조금 아픈 것도 아니고 거의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느낄 분도 계시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제 몸을 일반인과는 비교하는게 무리라고 생각합니다.)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였으니까요. 아플 때는 그냥 앓아누워버렸으니까요.
*화1은 고3 3월에야 시작하고 수능때 생1은 공부도 못하고 봤습니다.
그리고 재수학원에 들어갑니다.
다행이 이과 중에서 나름 유명한 학원에 선행반 버프로 들어갑니다.
아마 제가 저희 학원 끝에서 10등 안에 들었을 겁니다.
들어가면서 나름의 규칙을 잡았습니다
(1)수업시간에 절대 졸지 않는다 ─실천사례→ 제가 원래 잠이 많습니다. 카페인은 메니에르 증후군이면 먹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먹었습니다. 저에겐 몸보다 성적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2)여자에 관심을 끊는다 ─실천사례→ 여자랑 말한 적 5번 미만
(3)친목도 하지 않는다 ─실천사례→ 친목때문에 반 분위기 개판될때 저는 그저 마이웨이
(4)남들보다 모자란 만큼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한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했다는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을 모르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아픈 것도 여전했지만 참아가면서 했습니다.
모의고사 못 나와도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하게 오답분석했죠.
생1은 6월에야 개념이 끝났고, 영어는 평가원시험은 93점이었고
10월에는 22343까지 나옵니다.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구나, 이제 오르기 시작하는 구나.'
그리고 수능을 망칩니다. 35444
성적표 받고 드는 생각은, 후회는 없지만 너무 억울했습니다. '내가 이 성적 받으려고 공부한건 아닌데'
심지어 수학은 수학:타과목=5:5다 싶을 정도로 노력했고, 성에 차지 않는 영어나 국어 문법이 눈에 아른거려도 '지금 모자란건 수학이니 수학을 하자'해서 했건만.
그리고 드는 생각은 '이정도면 뺀질거리면서 나보다 놀았던 애들보다 못 봤겠다. 노력은 사람따라 배신하기도 한다'
집에서는 난리를 칩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이게 내 잘못일까. 난 분명이 남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후회없는 1년이 되도록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했는데 이런 대접까지 받아야할까'
죽고 싶습니다.
살아서 또 수능을 치뤄야한다면 이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문과는 부디 노력에 보상하는 계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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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계열은 모르겠지만 빵떡님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ㅠ
음... 근데 아무리 문과여도 이과 35444면 문과 가셔도 열심히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과 35444가 문과간다고 11111이되는건 절대아니에요 22222로만올려도 성공일듯하네요
그건 당연하죠ㅋㅋㅋ
열심히하시면 될겁니다. 그래도 문과 수학이 훨씬쉬운건 사실이니.그리고 사탐도 과탐보다 훨씬 쉬우니.국어 영어 열심히 하시고요.! 건투를 빕니다
지병도 있으신데 1년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노력보다 효율 , 전략,운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뼈저리게 느끼네요. ㅠ
그래도 나름 최선의 전략으로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 우울하네요
이과셨군요 ㅠㅠ 힘내요 문과 공부는 이과공부보다 잘하실수 있을거에요. 저는 만성비염 있어서 수시로 코 풀러 도서관 열람실 들락날락 하는것도 짜증났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네요ㅜㅜ 화이팅 빵떡!!
빵떡이 이름달고있는터라 이걸 올려도되나 엄청 고민했다는ㅋㅋㅋㅋ 부끄럽습니다
우선 고생 많이 하셨구요
사실 시험이라는게 약간의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그래도 이과에서 문과면 많이 수월할 거 같아요
힘내세요!!!
문과간다고 다를거 없어요 원서 써보면 무슨말인지 아실겁니다
그렇다고 이과에 잔류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 또한 아닌것 같아서요. 올해 재수하기 전에도 전과할까 고민했다가 '노력하면 되겠지. 현역때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라는 생각으로 잔류했었거든요.
정말수고하셨어요 저도 10모잘봤는데 수능썰어먹어서 영.. 꼭 좋은 결과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엄마도 메니에르증후군있는데 힘드셨겠어요 저 고3때? 여튼 처음엔 별거아닌줄알앗는데 엄마아파도 신경못쓴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ㅠㅠ 엄마도 저만큼 어쩌면 더 힘드셨을텐데.. 글쓴분 힘드셨을텐데 잘 이겨내셨어요 힘내세요!!
저는 우선 글쓴이분을 비난하려는 입장이 아니라,한번 더 입시를 준비하시려는것 같아서 도움을 드리고자 댓글을 다는것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일단 올 한해는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지만 진지하게 '내가 과연 정말 열심히했는가?'에 대해선 의심을 한번쯤 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일단 님의 상황에 전반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게 앓고있는 질병이신것 같은데, 정말 냉정하게도 수능은 눈이 안보이거나, 귀가 안들리거나 하는게 아니라면 그 어떤 질병 혹은 장애도 '본인'이 극복을 해야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질병이 있으니까 남들보다 오래 못해. 이걸 인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질병이 있으니까 남들보다 오래 못하니 최대한 짧은시간대비 효율을 뽑는 방향으로 공부를 하셨어야 해요.
재학생 시절을 기준으로 65%를 놀고 35%를 공부했다면, 재수할때는 재학생 시절에 놀았던 시간을 쪼개서 치료 내지는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나머지 65%를 공부에 매진하시되 더욱 효율 높은 방향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연구 하셨어야 해요.
그리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꼬집어 보자면.. 선행반부터 시작하셨으면서 과탐 개념이 6월에 끝났다는건 아무리봐도 열심히했다는 말이랑은 좀 모순된다고 봅니다.하다못해 개념을 끝났다고 하셨는데도 3등급 4등급이 나왔다는건 그만큼 밀도있게 하신게 아니지 않나.. 싶어요.
조심스럽게 '인강을 완강했다' 를 열심히 한 기준으로 보신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수학도 마찬가지로 수능에서 5등급을 받으셨다는건 70점대 성적을 받으셨다는건데 올수능 기준으로 그동안 기출문제+ebs수특 수완만 3번정도 풀어도 실수 다 포함해도 80점 아래로 받을만한 시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순히 '니가 공부 안해놓고 노력으로 안된다고 징징대지마라.'라는 비난을 하기 위해 댓글을 단게 아니라, 진심으로 다음 입시를 준비할 마음이 있으시다면 지나온 한 해에 대해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기회를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댓글을 다는겁니다. 저 역시도 매년 입시가 끝날때마다 '난 열심히 했는데 시험운이 없었어..' 하며 합리화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험생보다 몇년 더 입시를 겪었습니다.작년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한번 더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발 '노력해도 안돼'라는 나약한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하셔서 저의 발자취를 밟진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정말 억울해! 난 너무 열심히 했는데!! 하신다면, 올 한해 작성한 스터디 플래너, 그리고 그동안 공부한 전과목 참고서내지는 문제집을 다 쌓아놓고 한장한장 펴보세요. 거기 적혀있는것들이 답을 해줄겁니다.
건설적인 조언 감사합니다.
1. 솔직히 저도 아직까지는 제일 큰 실패원인을 효율성의 부재라고 생각하는데, 그 효율이라는게 해결할 그렇다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재수할때는 공부:휴식:치료=8:1:1이었다고 봅니다.
2. 과탐 개념이 6월에 끝난다는건 학원 진도를 기준으로 말씀드렸던 겁니다.
3. "기출문제+ebs수특 수완만 3번정도 풀어도"라는 부분은 인정합니다. 좀 변명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학원에서 나갔던 교재 커리가 자체교재(2월~7월), 수완(8월~9월)이었는데, 학원 진도의 예습복습을 하고 보면 시간이 빠듯하더라구요. 기출은 고2 겨울방학때 한번 푼게 전부였네요. 개인적으로 재수생활에 후회되는 점이 하나있다면 학원 공부를 하느라 제 공부를 좀 덜하지 않았나 싶네요.
4. 저 또한 '진정한 실력자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이겨낸다'라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제가 아직 그 실력자가 아니라는게 문제지요ㅋㅋㅋ
문과 전향을 결정하게 된 요인은 이과는 수학탐구가 핵심인데 그 중 하나인 수학을 이렇게 못하면 어떡하나, 올해 이렇게 했는데도 이정도면 내년에 또 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싶어서가 제일 큰 요인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