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스키 [1332076]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4-09-18 08:46:12
조회수 868

과외에서 받아본 국어 관련 질문&답변(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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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수년간 국어 과외를 하면서 국어 질문을 많이 받아보고 같이 고민도 많이 해봤는데요.

결국 수험생들이 하는 고민이 거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재현해서 나름의 의견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Q1. 독서 영역을 풀 때 제시문과 문제 중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지 항상 헷갈립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먼저 읽으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시문을 먼저 읽으면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이해와 시간 관리에 더 효과적일까요?


- 장단점이 있습니다. 팩트를 말하자면, 선-제시문이 유리한 문제가 있고, 선-문제가 유리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제재나 형태만 보고 그 유불리를 판정할 수가 없고, 다 풀고 난 뒤에야 어떤 게 유리할지 알 수 있는 거라서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논쟁입니다. 실제로 둘 중 하나의 전략이 우월하도록 출제 경향이 세팅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라면에서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는 논쟁과 비슷합니다. 물을 먼저, 정량대로 넣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에 면이냐 스프 중 뭘 먼저 넣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찬물 상태로 넣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다만 독해력, 피지컬을 높이기 위한 학습 과정에서는, 운의 요소를 줄이고 독해의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먼저 읽고 최대한 뚫어내는 연습을 추천합니다.



Q2.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렇다면 수능을 준비하면서 관련 전공 서적이나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지문에만 집중해도 충분할까요? 예를 들어, 철학이나 과학 지문이 나오면 미리 그 분야의 기본 개념을 공부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 공부하셔야 합니다. 결국 가성비의 문제인데, 국어 변별력이 커지면서 배경지식이 필요해진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부할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요약집 형태로 익히기보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게 낫습니다. 사실 배경지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가 애매한 불확정개념이라서 문제인데, 가령 환율이란 한 통화와 다른 통화의 교환 비율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상식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환율의 표시에는 직접표시법과 간접표시법이 있다는 점, '자국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 상승'이라는 동일한 현상에 대해 환율이 올랐다, 내렸다는 표현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은 좀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식 표기법에서는, 환율이 오르면 물가상승압력이 생기고, 수출에 유리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지식들은 그 자체로 당연한 상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관련 문제 풀이에서 매우 유용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과거에는 수능 국어에 배경지식은 무익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점차 배경지식의 필요성과 유익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단순한 국어 문장 해석론보다 더 효율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사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국어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좋은 교수자와 풍부한 자료가 제공되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니 다음 글로 넘기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배우기가 어렵다고 해서 공부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더 효율적인 공부법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강의식 공부법보다 좋은 학습루트가 계속해서 열리고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찾아 보는 게 좋겠습니다. 고전이나 권장도서를 원문대로 읽는 건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교육청, 실전모의고사 등도 연습용으로는 괜찮지만 기초 학습 차원에서는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좋은 원문 컨텐츠(논문, 기사 등)를 잘 가공, 재구성하여, 수능과 비슷한 정도의 추상적인 어휘, 문장구조, 암묵적인 배경지식을 활용해 제작된 1문단을 보는 것이 낫습니다. 시간으로만 따져보면 모의고사 제시문 1개를 읽을 시간에 5개 문단을 학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소위 넓고 얕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시문 하나에서 얻어갈 지식은 잘 가공해보면 결국 한 문단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가장 추천하는 건 양질의 독학서+스터디 방식이고, 가능하면 문항 토론, 발제, 출제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Q3. 저는 한 번에 지문을 천천히 꼼꼼히 읽는 편인데,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빠르게 여러 번 읽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천천히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 효율적인 읽기 방법을 알고 싶어요.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겨 마지막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됩니다.


- 이 문제 역시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시간관리는 실전 연습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박 모 선생님의 영상을 추천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48QpYzgOpgE). 다만 공부할 때에는 시간 제한 없이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속, 저반복이 좋으냐, 고속, 고반복이 좋으냐는 시험 문제에 따라 다릅니다. 역시 미리 알 방법이 없으니 자기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세팅하면 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글은 천천히 읽어도 시간을 맞출 수 있지만, 어려운 글은 필연적으로 서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훑어보고 넘어가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빠르게 두 번 읽기, 혹은 제시문을 날려 읽고 선지를 보면서 해당 구간을 정독하기 같은 방법도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 단선적인 형태의 글은, 기승전결에 따라 차례대로 논리가 전개되지만, 실제로 수능 국어와 같은 단편적인 글은 후반부를 읽다가 전반부가 이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령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개봉한 영화의 순서와 작중 시간의 순서, 인과관계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 첫 문단에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말들을 배치하고 후반부나 <보기>에 예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속독 후 반복 전략이 유효할 것입니다.


 한 가지 유용한 팁을 더한다면, 제재별로 풀이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시험 운영을 하는 것은 매우 실용적이고 유용합니다. 7분, 8분, 9분처럼 제재별로 미리 정해놓습니다. 본인이 자신 있는 분야는 빨리, 자신 없는 분야는 천천히 읽는 게 핵심입니다. 다만 문항의 갯수, 길이, 주제를 고려해서 첫 10초 안에 판단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제재를 디테일하게 정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문 / 사회(법, 경제) / 과학기술 정도로 구분해서 10초 안에 예상소요시간 상중하를 정하면 됩니다. 만일 상상상이 나왔다면 첫 문제 풀 때부터 반드시 시간관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쉬운 문제를 먼저, 어려운 문제를 나중에 푸는 게 절대적으로 맞습니다. 물론 쉬운지 어려운지는 다 풀고 나서야 확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연습하고 나면 10초 안에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질문 리스트를 15개 정도 생각했었는데, 분랴잉 길어졌네요.

나머지는 다음 글에 추가로 작성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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