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도 의대 수시 지원 전 고려할 사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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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다시 이 이슈를 가지고 글을 써봅니다. 다음주부터 수시 지원 기간이란 소식을 듣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경고해둘까 합니다.
이 글의 내용은, '불안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미 9평도 끝났고 수시 지원을 위한 상담까지 다 끝났을 이 시점에서, 자신만의 소신과 의지로 단단히 스스로를 지탱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이전에 썼던 글들과 약간은 스텐스가 달라졌단 사실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렇게까지나 정부와 대학당국이 이번 의료대란 및 의과대학 증원 문제에 있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무능하다'란 전제가 이 글엔 깔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 및 대학 입학처에 대한 신뢰가 출중하신 분들이라면 마찬가지로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서론이 또 길어졌습니다. 두서없는 타령은 그만하고 이제 진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 10% 이상을 증원한 의과대학에선 의평원에서 '불인증' 또는 '불인증 유예'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 처음엔 여야가 협의를 통해 의평원 문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런 예측은 단지 한여름밤의 더위처럼 잠깐 스쳐지나간 몽환이었던 것 같습니다.
- 야당 쪽은 이미 이번 의료대란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확장을 위한 확고한 카드로 삼으려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 역시 25학년도부터 증원 유예가 필요할 수도 있단 발언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여야의 합의로 의평원 문제를 우회하는 협치는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간호법은 별개이기도 합니다. 애당초 간호법은 야당 쪽에서도 언제나 환영하던 사항이었기에 지금의 이것과 같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 의평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증원이 10% 이상 이뤄진 의과대학들은 모두 '불인증' 내지 '불인증 유예'를 맞게 될 것입니다. (인증 결과는 2월에 나옵니다.) 정부는 25학년도를 위한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실제 현장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빌려보자면 어떠한 노력도, 지원도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 물론, 튼튼한 재정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지사의들도 몇몇 있을진 모르지만.. 솔직히 기대하면 안됩니다. 여러분들의 인생을 단순 요행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불인증'이 뜨는 경우, 국시 응시 자격이 상실됩니다. 즉, 입학생들은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이에 대해 "올해 입학생에 한해서 의사과학자를 키우자"라고도 언급했다는데, 과연 입학생들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 '불인증 유예'가 뜨는 경우, 1년 후 재조사를 합니다. 이때도 제대로 된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불인증'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럼 25학번 신입생들은 1년 간의 학교 생활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맙니다.
- "입학하자마자 군대를 가는 것도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이후 학번, 학년들도 계속 '불인증'이 뜨게 될 테니까요. 게다가 학번은 언제나 '25학번'으로 고정되어 있기에 군대는 그리 유망한 탈출구는 아닙니다.
- 신입생들은 행정소송을 하게 될겁니다. 의평원이든 대학당국이든 정부이든, 어디든 걸게 되겠죠. 하지만 대부분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만일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여 이 문제가 해소된다면, 적체된 인원에 의해 26학번의 피해는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 정말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절벽으로까지 떨어진다면, '모집 정지', '입학 취소'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 그리고 25학번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26학번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겁니다.
2. 10% 미만 증원 내지 증원을 하지 않은 의과대학은 의평원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 결론부터 말하면 '25학번에선 큰 문제가 없을진 몰라도, 26학번은 위태로울' 겁니다.
- 의평원은 '집단 유급'이 발생한 학교에도 조사를 나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니, 사실상 전국 40개 의과대학 모두가 이에 해당합니다. (잘 모르는 분도 계시겠지만, 지금 의과대학 재학생 대부분이 이미 '휴학서를 제출하고 학교에 나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떤 학교는 휴학서를 수리해줬고, 어떤 곳은 무단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쪽이 되었든 '올해 재학생의 교육은 끝났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도 힘든, 물리적으로 도무지 교육과 실습이 불가능한 시간만이 남았습니다. 재학생들은 '1인분은 하는 의사'가 되고 싶은거지, '무늬만 의사'인 빈껍데기가 되고 싶은게 아니니까요. 집단유급을 막고자 정부가 내세운 거짓된 당근이, 사실은 독사과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 그럼 그 학교들에 대해 의평원은 역시 '불인증' 및 '불인증 유예'를 줄 겁니다. 다만, 이미 인증을 받은 상태에서 입학한 기존의 25학번에겐 소급 적용에 따라 이 사태를 피해갈 권리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인증평가 이후에 들어올 26학번에겐 필연적으로 1과 같은 사태가 펼쳐질 겁니다.
3. 만약 1, 2대로 되지 않고 의평원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면?
- 그럼, 일단 뽑겠죠. 하지만 이후의 과정이 굉장히 험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전 글에 언급했던 것처럼, 교육 환경의 문제, 실습의 문제, 병원 실습의 문제, 양질의 교육 문제, 교수 임용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유급 문제와 국시 문제까지 모두 뒤집어 써야 합니다. 졸업 이후에도 심각할 수준의 전공의 경쟁 및 더욱 열악해진 수련 과정까지 버텨내야 할 겁니다. (자세한건 이전 글들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더불어, 각 학년마다 '수용할 수 있는 재학생 수'는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즉, "기존 학년에서 집단 유급이 발생하면, 합격을 하여 신입생으로 입학을 하여도 기존 인원의 적체로 인해 일부 신입생들은 원활히 수업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즉 자칫 잘못하면 진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란 뜻입니다. (이건 그나마 군대로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26학번에게도 필연적인 위협이 찾아옵니다. 적체 앞에서 자유로운 신입생은 없습니다. 모집인원이 크게 줄거나, 아예 한시적으로 모집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누가 의대에 지원해야 할까?
- 수험생들이라, '필수의료패키지 (aka. 필의패)' 등의 세부적인 정책 내용은 읽어보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 필의패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또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한다면 (건보 재정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필수의료패키지는 분명 확장하려고 할 겁니다.) 사실상 기존에 혼합진료로 (급여+비급여 : 급여는 건보가 70% 부담, 비급여는 개인이 100 부담하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실손보험 가입 비율이 높아 비급여 역시 손쉽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참고로 실손보험은 '혼합진료' 시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굴러가던 '마이너과'들은 크게 휘청거릴 겁니다.
- 그러니, 이제 '큰돈을 지향할 길'은 사실상 "피부미용" 뿐이죠.
>> 누가 의대에 지원해야 할까?
1) 돈이 좋아서 오고 싶은 경우 : 앞으로 마이너과로 이전처럼 많은 돈을 돈벌긴 힘들겁니다. 다만, "피부미용" 시장을 도전할 포부가 있다면 오셔도 좋습니다. 깔끔하게 속물이 돼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 어딘가엔 피부미용도 필수적인 의료행위로 여기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필수의료'를 하시면 됩니다.
2) 뜻이 있는 경우 : 관심있는 연구분야가 확고하거나 정말 하고 싶은 전공이 있다면 당연히 오는 게 맞습니다. 또한 진심어린 봉사정신과 따스한 의지를 자아실현의 방향성으로 삼고 있는 분들의 지원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3) 의학을 통해 타 영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경우 : 졸업 후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 로스쿨이나 공직, 언론계 등에서 특수한 업무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나쁘지 않습니다.
=> 그러나 만일 자신이 1), 2), 3)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주변에서 "공부 잘하면 의대가야지~"란 말을 들어서 오고 싶은 거라면, 남은 며칠이라도, 부디 심사숙고해주세요. 삶의 반환점이기도 합니다. 대학 전공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타 전공에 비해 더 긴 대학생활을 견뎌야 하는 곳, 그리고 나아가 젊음과 청춘을 과감히 모두 소모할 의지도 필요한 곳입니다. 더불어 '3'의 결과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교육과 수련환경을 의도치 않게 감내해야 하는 십자가를 짊어질지도 모릅니다. 선택의 이익과 책임 모두, 온전히 자신만의 것임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5. 25학년도 수시 지원 전략은 어떻게 되는가
1) '2'에 해당하는 학교에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경우
- 인서울 의대 및 병원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은 재단의 의대를 의미합니다. 이곳에 해당하는 의대들은 이전에도 항상 성적이 높았던 만큼 지원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본인이 확실히 붙을 자신이 있다면' 최대한 이쪽 위주로'만'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25학년도에 한해선, 어찌 됐든 인증평가를 통과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 서울, 연세, 가톨릭, 고려, 경희, 한양, 중앙, 이화 // 울산, 성균관 (증원은 됐지만 재단에 물적 지원이 풍족한 경우) // 연원, 인제 (10% 미만의 증원) //
2) '2'에 해당하는 학교에 지원하기엔 성적대가 애매하나, '1'에 해당하는 학교엔 지원할 수 있는 경우
- 1)에서 언급한 12곳의 학교 외에 남은 모든 의과대학이 2)에 해당합니다.
- 일단 '1'에 해당하는 학교라도 써야 합니다. 상황이 '3'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1'의 상황이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운좋게 해결될지도 모르니까요.
- 그렇지만 뒷배는 열어두시길 바랍니다. 전 1~2장 정도는 다른 의학계열 학과를 (치, 한, 약, 수 등) 함께 지원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중에서도 '확실히 붙을 만한 곳'을 골라 쓰십쇼. 분명 예년보다 안전빵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릴 겁니다. 이전보다 다소 입학컷이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진짜 '1'의 상황이 터져버린다면 일단 꿩대신 닭이란 생각으로 치한약수에 등록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3) 26학번은 어떻게 되나요?
- 기도하셔야 합니다.
- 다만, 애석하게도 '1'에 해당하는 학교에서도 25학번 입학생의 재수가 늘어 입학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2'의 학교들도 26학번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3' 역시 불가피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남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현실은 상당히 암울합니다.
- 25학번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할 학번은 사실 26학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긴글입니다. 시간이 날때 자세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쪽지나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시 지원 마감까진 매일 들어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착잡합니다. 길바닥에서 죽어나간 소생가능했던 영혼도, 고인의 유가족들의 절규도, 극심한 피해를 비가역적으로 입어버린 의대지망생들에게도. 저는 어떠한 권리도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대신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건승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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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s. 좋은 글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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