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의 어휘력: '보완'과 '대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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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조경민 소개
- 연세대 철학과,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19 수능 국어 97점 (당시 1컷 84)
- 수능 국어 강사, 저자 (만점의 생각 비문학편, 피램 국어 문학 시리즈)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국어 칼럼 올립니다.
이 글의 주제는 수능 국어에 필요한 '어휘력'이고,
이 글을 읽을 분께 물을 질문은
'보완'과 '대체'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짧게 생각해보시고, 밑의 글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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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 재학 당시 총 50명 정도를 개인 과외한 경험이 있습니다.
거의 직업 수준으로 과외를 했는데,
첫 상담 때 항상 물어보던 것이 '보완'과 '대체'의 차이점을 아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보완'과 '대체'라는 단어를 못 들어본 학생도 없을 겁니다.
제가 본 모든 학생들이 뜻을 '대략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뜻을 '정확히' 구분한 학생은 소수였고,
그 학생들은 전부 이미 1등급이었거나, 몇 번의 수업 뒤 1등급이 되었습니다.
위는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 제시하는 정의입니다.
저 정의만 봐서는 제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시겠죠?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보완'은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둔 뒤,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고,
'대체'는 이미 있는 것을 뺀 뒤, 새로운 것으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음... 무슨 차이냐고요?
다음의 기출 지문을 보시죠.
...
어떤 역사가들은 허구의 이야기에 반영된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료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 허구의 이야기를 활용하여 사료에 기반한 역사적 서술을 보완하기도 한다. 역사가가 허구를 활용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에 접근하고자 하는 고민의 결과이다.
영화는 허구적 이야기에 역사적 사실을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사료의 원천이 될 뿐 아니라, 대안적 역사 서술의 가능성까지 지니고 있다.
...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 [21~26]
여기서 '허구의 이야기'는 '사료에 기반한 역사적 서술'을 '보완'합니다.
즉, 제가 말한대로 '보완'의 뜻이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둔 뒤,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라면,
'허구의 이야기'로 보완된 결과, 즉 '영화'는
'사료에 기반한 역사적 서술(역사적 사실)' + '허구의 이야기(허구적 이야기)'가 됩니다.
'역사적 서술'이 빠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서술'에 더한 것이죠!
당시에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보기> 문제 '정답' 선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답: ②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가공의 인물과 사건으로 재구성한 영화 「서머스비」에서는 영화에 대한 역사적 독해를 시도하기 어렵겠군. (x)
<보기> 문제였는데, '보완'의 뜻을 의식하면서 읽었다면 선지만 읽고도 답이 나옵니다.
'영화'는 '허구의 이야기'가 가미됩니다.
이는 선지의 '가공의 인물과 사건으로 재구성'을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허구의 이야기'만 있는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역사적 서술'은 그대로 두고, '허구의 이야기'를 더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여전히 '역사적 서술'이고,
'역사적 서술'에 대해 '역사적 독해'를 할 수 없다는 선지는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허구적 이야기'를 더했다는 것에 매몰된 학생들,
즉 '보완'이라는 단어를 '대체'라는 단어로 이해한 학생들은 틀릴 수밖에 없었겠죠.
반대로, '대체'의 뜻만 가지고 문제가 풀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연안 생태계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북극곰의 눈물은 우리의 눈물이 될 것입니다. 건강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일회용품 줄이기, 나무 한 그루 심기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이자 저장고인 지구의 보물, 연안 생태계를 보호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데 동참합시다.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1~3]
화법 문제였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의 정답 선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답: ⑤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기존의 방법을 연안 생태계 보호가 대체할 수 있음. (x)
연안 생태계에 집중하자는 것이 글의 주제이긴 했는데,
이게 기존의 방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나무 한 그루 심기'처럼 기존의 방법도 그대로 하고,
여기서 '연안 생태계 보호'까지 추가로 하자는 것이었죠.
즉, 이 문제는 '대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틀릴 수밖에 없었고,
선지의 '대체'를 '보완'으로 바꾸면 옳은 선지가 됩니다.
어때요, '보완'과 '대체'의 차이를 좀 아시겠나요?
추가적으로 팁을 몇 개 드리겠습니다.
'보완'은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이니까,
추가하기 전 상태와 추가한 뒤의 상태의 공통점은 '기존의 것'이 됩니다.
어렵나요? 다음의 예시를 보면 이해될 겁니다.
예시: 나는 2023년에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 조절만 했다. 이제 2024년에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보완하고 있다.
2023년의 상태: 식단 조절
2024년의 상태: 식단 조절 + 운동
2023년과 2024년의 공통점: 식단 조절
2023년과 2024년의 차이점: 운동
'대체'는 기존의 것 대신 새로운 것을 사용합니다.
이때 '기존의 것'이 충족하지 못한 부분을 '새로운 것'이 충족시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문에서 제시된 '기존의 것'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것'의 장점입니다.
예시: 그동안 나는 수학 문제를 풀 때 볼펜을 사용했다. 볼펜은 지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연필로 볼펜을 대체했다.
(대체된) 기존의 것의 단점: 지울 수 없음
(대체한) 새로운 것의 단점: 지울 수 있음
위의 예시 문장은 쉽게 이해하셨죠?
그런데 재밌지 않나요?
저 글에는 '연필은 지울 수 있다'라는 정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체'라는 단어와 맥락을 통해
'그럼 연필은 지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이 정의를 응용해서 독해하는 예시를 몇 개 보여드리겠습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기자본 비율을 설정하여 궁극적으로 예금자와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바젤위원회에서 도입한 것이다. 바젤위원회에서는 BIS 비율이 적어도 규제 비율인 8%는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중략) 또한 감독 기관은 필요시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의 최저 비율이 규제 비율을 초과하도록 자국 은행에 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기자본의 경직된 기준을 보완하고자 했다.
- 2020학년도 수능 [37~42] 'BIS' 지문
생각1. '자기자본의 경직된 기준'은 앞서 나온 '최소한의 자기자본 비율=BIS 기준=8%'를 말하는 것이겠군.
생각2. '보완'이라고 하니까, '자기자본의 경직된 기준'은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군.
생각3. '경직된'이 단점이니까, '요구할 수 있게 함'은 '경직된'을 해소하겠군. 즉, '유연한' 보완책이겠군.
Comment.
위 지문은 아직까지도 '레전드' 지문으로 회자되는 지문인데,
계속해서 새로운 정책들이 추가되는 구조였습니다.
즉, '대체'는 거의 없고, '보완'이 주가 되는 구조였죠.
이때, 새로운 보완책이 등장하였다고 해서 앞선 정책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학생들을 낚는 선지가 많았습니다.
다음을 꼭 기억하세요.
'보완'은 항상 앞의 상황을 공통점으로 가진다!!!!!!
+) 생각1을 떠올리기가 어렵다면, 글의 재진술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겁니다.
제 책 '만점의 생각(https://atom.ac/books/12344)'에서는 그런 능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칩니다.
그 결과 미시 건전성 정책에 거시 건전성 정책이 추가된 금융감독 정책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 정책 간의 상호 보완을 통해 경제 안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 [27~31] '거시 건전성' 지문
생각1. '추가된'이니까, '거시 건전성 정책'은 딱 그것만 쓰는게 아니라 '미시 건전성 정책'과 함께 쓰는 것이군.
생각2. '상호 보완'이니, '주류의 견해'는 '금융감독 정책'과 '통화 정책'을 모두 써야 경제 안정이 가능하다는 것이겠군.
Comment.
여기서 '추가된'은 '보완된'과 동의어입니다.
'보완', '대체'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딱 '보완', '대체'란 단어가 나오지 않더라도
앞서 말한 '보완', '대체'를 이해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식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식이 가능한 동종 이식편의 수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우선 인공 심장과 같은 ‘전자 기기 인공 장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2020학년도 수능 [26~29] '이종 이식' 지문
생각1. '이식'을 '전자 기기 인공 장기'가 '대체'하므로, '전자 기기 인공 장기'를 사용하면 '이식'은 사용하지 않겠군.
생각2. '이식'의 단점이 '많은 비용'과 '수 매우 부족'이니까, 그 대체인 '전자 기기 인공 장기'의 특징은 '저렴한 비용'과 '수 부족하지 않음'이겠군.
Comment.
'생각2'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런 식으로 맥락을 통해 각 개념을 대조하면서 읽으면,
다음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 전체를 이해하기가 굉장히 수월해집니다.
마무리.
저런 식으로 각 단어의 정확한 의미와,
그 단어가 사용되는 구체적인 맥락에 익숙해진다면
글을 읽기도, 문제를 풀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글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사전을 펼쳐보지 않더라도,
그리고 이 칼럼을 읽지 않더라도
단어의 저러한 활용 양상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습니다.
각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에 대한 '빅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 저런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3등급 이하라면, '제발' 국어 단어 단어장을 만드세요.
영어 단어장처럼 말이죠.
3등급 이하면,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단어도 사실 모르는 단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뜻이 헷갈린다면,
혹은 자기가 단어의 뜻을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모르는 단어입니다.
문제를 풀고, 글을 읽을 때마다 그런 단어들을 단어장에 적어두세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사전을 통해 그 정확한 의미를 알아두세요.
개인적으로는 단어장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교재 추천을 원하실 수 있으니
저런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재를 두 권 추천합니다.
1. 국어의 기술: 어휘력
교재의 저자이신 이해황 선생님과는 몇 번의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은 있으나,
일체의 금전적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좋아서 추천하는 거예요...
이전에는 '결국은 어휘력'이라는 교재였는데, 이번에 '국어의 기술: 어휘력'으로 개정하신 듯합니다.
개정된 교재는 보지 않았지만, 개정 전 교재가 워낙 좋았기에 추천합니다.
3등급 이하의 학생들에게 추천하며,
쉬운 단어의 정확한 뜻, 어려운 단어의 구체적인 뜻을 여러 예시를 통해 잘 설명해 주십니다.
이런 류의 어휘 교재들은, 보통 단순히 어휘 뜻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아서
독해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수능 기출을 예시로 들며, 독해력과 배경지식까지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교재라 좋습니다.
2. 만점의 생각 비문학편 (https://atom.ac/books/12344)
이건 제 책이고, 홍보 맞습니다 ㅎㅎ
위에 적은 칼럼의 모든 내용은, '만점의 생각' 안에 구체적인 예시들과 함께 녹아 있습니다.
노베이스부터 최상위권까지 볼 수 있는 교재로서,
'글을 읽는 실전적인 방법'을 가르치고,
가장 어려웠던 평가원 기출 40여 지문을 통해 기출 분석법까지 가르치는 교재입니다.
이 칼럼에 다 담지 못한, 좋은 내용들이 많으니 여유가 되신다면 보시면 좋겠습니다.
구매 링크: https://atom.ac/books/12344
p.s '만점의 생각 비문학편'은 현재 교보문고, 알라딘 등 대형 서점에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p.s2 군인이시라면, 대형 서점에서 '우체국 택배' 옵션을 선택하여 구매하시면 군부대로 배송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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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보완과 대체를 구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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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차이 정확히 말했는데 4등급이면...ㅠㅅㅠ
아예 다른뜻이라 구분 못하는 분이 안계실거같은데… 자존감 충전해주는 응원글인가여
3~4등급 이하에는 구분 못하는 학생 분들이 실제로 많고, 스스로 구분 가능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아래 예시대로 정확히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의외로 적습니다 ㅜㅜ 본 칼럼은 글로 읽으니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하나씩 물어보면 대답하기는 힘든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저걸 왜 모름?” 이런 반응이 대다수여도, 제 경험상 실제로 저 뜻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학생은 현실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례로, 제가 몇년간 종종 모의고사가 끝나고 “이번 모의고사에 나온 이 단어 원래 알고 계셨나요”라는 취지의 글을 오르비에 써 왔는데, 댓글의 대다수는 당연히 알았다는 내용이지만, 익명 투표 결과나 실제 대면에서의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구별했지만 매번 모든 모의고사에서 3등급의 벽을 못깨고 있으면 개추 ㅋㅋ
나도 가능하갯노
아니 근데 진짜로 보완과 대체를 구분 못함..?
예전에 못하는 일반고 내신7등급 학생 가르칠땐 기초 사자성어도 잘 모르고 그런 적은 있는데..
3등급만 되어도 모를 수가 있나 싶긴 하네요
책 추천 고맙습니다. :) 저도 어휘 칼럼을 올리려고 준비 중이었어서 더욱 반가운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겸비 구비 "
경제러라 살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