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한 번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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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N수생 양산의 계절입니다.
이 게시글에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게시글에서는
미련을 가지고 N수생이 되든,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길을 잧든,
그것은 '잘못'이 아니며, 그저 '선택'일 뿐이니 그 '선택'을 옳게 만들라는
논조의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은, '미련'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정답은 아니겠지만, 여러분의 결정에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모든 땅에는 용도가 있다.
뜬금없이 갑자기 땅 이야기냐고 하실 텐데, 일단 들어보세요.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 등에서 '지적편집도'라는 메뉴를 선택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 땅마다 '일반상업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처럼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모든 땅은 그 '용도'가 정해져 있으며, 그 '용도'를 어겨서 사용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복잡한 절차를 요구합니다.
해당 지도는 대한민국 일자리의 핵심인 역삼동 일대의 지도인데요. 테헤란로를 따라 핑크빛으로 펼쳐진 '일반상업지역'에 들어선 빌딩들에 수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걸려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일대를 전부 주거지역으로 설정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강남이, 아니 지금의 대한민국이 없지 않았을까요?
테헤란로는 주거 지역이 아닌 상업 지역이기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사람에게도 저마다 주어진 '용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용도'가 의사가 되어서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용도'가 학생들을 가르쳐서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용도'가 화려한 말빨로 사람들을 설득시켜 삶을 바꾸게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용도'가 손재주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의사가 되는 것이 본인이 '용도'가 아닌 의사보다
목수가 되는 것이 본인의 '용도'인 목수가 훨씬 더 행복하고 많은 부를 이룰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는, 빌딩이라는 '용도'를 가지고 태어난 이들에게도 아파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살이 되었을 때 멋진 아파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리고,
자신의 땅에 멋진 아파트를 짓지 못했으나 멋진 카페를 만들어 성공한 사람은 '특이 케이스'로 치부해버리거나 '불안정한 인생'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재수를 망치고 방황하던 2014년 12월의 제가 그랬듯이,
수많은 수험생들은 11월 중순, 본인의 땅에 멋진 아파트를 짓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좌절합니다.
수능을 한 번 더 볼까 고민하는, '미련'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수험생들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땅의 '용도'가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당장 답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땅의 용도 중 하나가 '수험서 집필'이라는 것을 대학에 가서야 알았거든요.
그래도 생각해보세요. 배가 고픈 것도 잊고, 졸린 것도 잊고 미친듯이 몰두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컴컴한 새벽이게 만드는 그런 일,
내가 적어도 이건 남들보다 잘한다고 자부하고, 남들이 해 놓은 결과물을 보면 답답해서 미치겠는 그런 일.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그런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하여 본인의 '용도'를 찾고,
본인의 '용도'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학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다시 도전하시면
놀라울 정도로 높은 효율로 공부를 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본인의 '용도'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학벌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수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구요.
물론 당장 수능을 망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글을 읽어도 별로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2. 진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한때 '서울의 빈부 격차 체감짤'로 돌아다녔던 사진입니다.
원경의 고급 아파트와 근경의 낡은 아파트가 제대로 대비되는 그런 사진이죠.
그런데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서울의 빈부 격차 체감짤'이라고 하면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이 사진은 이 지역의 서쪽에서 동쪽을 찍은 것인데요. 원경에 보이는 멋진 아파트가 '래미안첼리투스'이고, 근경에 보이는 낡은 아파트가 '왕궁맨션'입니다. 주소는 무려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동'입니다.
참고로 '래미안첼리투스'의 경우, 51평 단일평수를 가진 용산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최근 40억 후반대에 거래되었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 고급 아파트입니다.
그렇다면 '왕궁맨션'은요?
최근 24억 중반대에 거래가 된 모습이네요.
확실히 '래미안첼리투스'보다는 2배 정도 싸다고 하시면 자료해석 능력이 조금 부족하신 겁니다. (^^) '래미안첼리투스'는 51평 단일평수이고, '왕궁맨션'은 32평 단일평수입니다. 즉 가장 최근의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1평당 가격'을 계산하면 '래미안첼리투스'는 9,800만원, '왕궁맨션'은 7,700만원 정도 하는 것이죠.
물론 '래미안첼리투스'가 가지고 있는 상품성이 있기에 어느 정도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빈부격차 짤'이라고 부를 만큼의 차이는 아니라는 걸 아실 수 있겠죠? 아니 오히려 '왕궁맨션'에 산다고 하면 완전 부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비싼 곳이었어요.
아니 그렇다면, '왕궁맨션'처럼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가 왜 저렇게 비싼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부동산 가격은 곧 '땅값'이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라고 해도,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동'이 가지고 있는 '땅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부동산의 겉만 보는 사람들)에게 '왕궁맨션'은 '빈부격차'의 '빈'을 담당하는 곳이지만,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부동산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에게 '왕궁맨션'은 '땅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 되는 것이죠.
저는 당장의 수능 점수, 학벌, 연봉 따위가 '겉으로 보이는 건물'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수능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내재된 가치가 낮으면 제 뜻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건물이라고 해도, 그래서 처음에는 모두가 우러러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건물 역시 '오래된 건물'이 되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남는 건 그 '땅의 가치'거든요.
수능을 조금 못봤다고 해서, 좋은 대학에 가지고 못했다고 해서
즉, 여러분의 '땅'에 당장 멋진 아파트를 하나 짓지 못했다고 해서
여러분의 인생이 잘못되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당장 내 땅 위에 낡은 건물이 올라가 있어도,
내가 나의 '용도'에 맞게 내 땅의 가치를 키우면,
그 땅에 멋진 건물이 세워질 날이 반드시 온다고 믿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기른 '능력' 자체가 곧
여러분의 '땅의 가치'를 높였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구요
물론 당장 내 땅 위에 멋진 건물이 지어지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것,
저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땅의 가치'를 키우며 기다리면, 언젠가 학벌이든 높은 연봉이든 멋진 건물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꼭 믿어주세요.
그리고 본인의 '땅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한 건물을 짓고 싶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땅의 '용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
이 역시 꼭 알아주고, 고민해주세요.
수능을 한 번 더 볼까요?
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맘대로 해라. 근데 수능을 통한 성공이 네가 가진 땅의 '용도'인지 잘 생각해보자. 그리고 수능을 한 번 더 보겠다면, 화려한 겉포장지를 위한 공부가 아닌, '땅의 가치'를 키우는 공부를 하자."
ps. 참고로 '왕궁맨션'도 조만간 '땅의 가치'에 맞는 멋진 건물로 재건축될 예정입니다. '땅의 가치'가 높으면, 화려한 건물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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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ㄱ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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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과 누락된것 같은데 맞나요..? 찾아봐도 없네요..
한번더할래요
닉 ㄷㄷ
이글보고 5수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닉은 바꾸고 하시는 게 어떨까요...
오르비 일동은 김민재님의 의대합격을 기원합니다.
ㅜㅜ
왕궁맨션 바이럴이네요
가지고 있어야 바이럴이 의미있을텐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말씀입니다 저는 제 용도를 이제야 알아서 이과에서 문과로 바꾸어 시험칩니다 ㅎㅎ
여담인데 2019년에(20수능) 피램으로 문학 다 맞고 독서 하나 틀렸는데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ㅋㅋㅋ
헉 님도? 응원합니다
혹시 목표가 어디신가요?
저번에 님한테 질문드렸는데 닉변했죠 ㅋㅋㅋ 고려대 정경대 목표입니당
아 맞다 기억나요. 제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아서 ㅠㅠ
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
진짜 너무 공감하는 말이에요. 사람마다 각자 타고난 사명이 있는 건데 그걸 거슬러서 남들이 좋다는 거 억지로 하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행합니다. 저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대학교 2학년 1학기 끝나고 반수를 하게 됐는데... 이번엔 제가 원하는 과에 갈 수 있을 거 같아 너무 행복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용도 찾는게 수능 잘보는것보다도 어려울 수 있는데...그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아마 n의 크기가 너무 큰 사람들한테 말하려고 쓴 글이실지도....
나이로 치면 n=9 인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글이네요ㅎㅎ 그만할랍니더...
피램과 함께 메디컬과 계학학과를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군수할때 피램과 함께 하겠습니다!
기왕 할거면 그냥 수능한번 잘봐버리고 끝내자
그게 인생 가장 편하게 가는 길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제 슬슬 현실적인 걱정을 하게 되는 나이라
군대에서라도 수능을 한번 더 할 것이냐 말것이냐
내 용도는 뭐지…? 등등
‘ 배가 고픈 것도 잊고, 졸린 것도 잊고 미친듯이 몰두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컴컴한 새벽이게 만드는 그런 일’ 이 있는 것 같긴 한데…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싶긴 합니다 ㅠ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