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수능공부 할 때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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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에서 매일아침 6시 강제기상
음악금지 야동금지 치킨금지.. 등등의 갖가지 제약과
하루 12시간 넘는 자습시간 루틴을 버티면서도 내가 매일아침 행복하게 일어날수 있었던 건
매일 수학적 관점이 깊어지고 풀이가 빨라지고 내 아킬레스건 과목이었던 수학이 되려 내 강점이 되어가고 그전엔 건들수도 없었던 번호대의 문제들을 풀어낸 시험지를 보며 느껴지는 충만감
그리고 수능에서 최고의 결과를 받아내 서울대경영에 합격하고 주변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행복하게 대학생활하는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느껴지는 기대감
근데 그날 내가 가장 열심히 준비한 과목 가장 자신있었던 그 과목에서 모든걸망쳐버리고 멘탈못잡아서 영어도 말아먹음
대학은 그렇다치더라도 내가 원하는 나는 죽어도못된다는게 너무 씁쓸했음
그리고 막상 수능끝나니 그렇게 읽고싶었던 책도 안읽히고 애니도 재미없고 음식도 맛이없고 야동도 안꼴리고 기타도 치기싫고 친구들보고 만나자하니 걔들도 재수망쳐 나가서 놀 멘탈이 아닌건지 내가 인복이 없는건지 하여튼 얼굴한번 보기가 힘들고
그래서 할만한 짓이라곤 인터넷 커뮤질 인스타릴스 유튜브쇼츠 멍때리면서 내리기 무한반복하는데 인터넷에 보이는건 행복한소식보단 젠더갈등 뭐 대한민국 망한다 등등 부정적감정과 패배감만 심어주는 혐오싸움질이 끝
이런말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전 수능공부가 진짜로 재밌었어요. 진심으로. 학창시절내내 학업도 운동도 연애도 게임도 뭐 하나 잘하는거 없이 살아왔던 내가 처음으로 나름 재능을 찾은 느낌이었고 뭐하나에 진심으로 미쳐본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근데 본게임에서 이렇게 뒤통수를 맞아버리니 나는 대체뭘했나 싶고 내가 쫓아왔던게 허상이었나 쌓아왔던게 모래성이었나 허무한느낌도 들고
막말로 내가 할 수 있는거 다 뽑아내서 나온 점수였으면 깔끔히 승복할테지만 평소같았으면 너무나 쉽게풀고지나갔을 문제들을 ..아니다 말하기도 귀찮다 내실력이지 뭐
수능이 인생을 결정하는게 아닌거 잘 압니다. 서울대 못가도 이룰거 다 이루고 떵떵거리며 잘사는 사람들 널리고 널린거
근데 그걸 잘 알지만 재수 시작하기 전에 처음부터 알았지만 씁쓸합니다. 대학욕심보단 그냥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하는욕구에서 부모님 반대 무릎쓰고 시작한 공부였으니 만큼.
대학 못간것 보다 나를 증명하지 못한 상심이 더 크다는 이감정, 설사 내가 목표하는 대학이 빵꾸나 그냥 붙여준다 하더라도 스스로 떳떳하게 웃을 자신이 없다는 이 감정, 이해하실분들은 아마 이해하실 거예요.
삼수하자니 집안사정, 군대문제, 솔직히 문과가 삼수이상은 낭비라는 사회적 시선 등등 현실적 문제가 먼저 떠오르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나도 딱 재수까지만 허용하는 시나리오였기에, 만약 삼수해서 수능만점받는다 한들 내가 원하는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되는게 씁쓸하고.. 쓰라립니다 그냥 씁쓸하다는것 말고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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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해요.....부모님하고 솔직히 얘기해보고....
삼수해서 대학가면, 공부 열심히 해서 조기졸업 할거라고 말씀드리고... 그렇게 해서라도 학비 줄일거라고 얘기하고. 독재 다니면 기숙학원처럼 돈 마니 안써도 되자나
그런 감정 처음 느끼시는거겠지만...
앞으로 계속 느끼게 될거야...
아이를 낳으면서 내가 포기해야한는것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단념해야 하는 것들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못하는 일들..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서 부모님을 보호해 드리기 위해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
앞으로 무수한 일들이 있을거에요..
그때나 좌절을 느끼고(현실적인 벽이라고 합시다), 지금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봐요..
from 어느 아저씨
정성어린글 감사합니다. 삼수는 일단 성적표가 뜨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겠지만
삼수를 하건 안하건 현실적인 벽은 나중에나 느끼고 지금은 계속 도전해야 할 때라는 마지막 말은 저에게 진심으로 와닿았어요

무섭고 나약해서 도전도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 빽빽입니다. 도전하더라도 이핑계 저핑계 대면ㅅ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고요. 글쓴이님 도전은 참 멋지시네요...! 뜬금없지만 다니셨던 학원이 궁금한데 알 수 있을까요? 멋진 도전에 정말 박수 드립니다!!!!감사합니다. 에듀셀파 다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