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 (수능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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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국, 수 1컷이 메가, 대성에서 연달아 자꾸 내려오는 이른 겨울의 어느 논술 고사날 아침이었다. 불고기에 소고기무국 한 사발을 쭉 들이키고 난 성기는 옥화더러, "어머니, 나 원서 하나만 맞춰 주." 하였다. "…………." 옥화는 갑자기 무엇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이 성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지도 다시 한 보름이나 지나, 1컷은 또다시 산울림처럼 건드러지게 출렁이고, 늘어진 n수생들의 얼굴엔 수능 점수가 젖어 흐르는 아침이었다. 새벽녘에 잠깐 가는 패스 광고가 지나가고, 날은 다시 유달리 맑게 개인 은마 사거리 길 위에서, 성기는 그 평가원과 하직을 하고 있었다.
갈아입은 케시미어 블랙 코트에, cos 머플러까지 머리에 잘끈 동여매고 난 성기는 베이지색 캉골 백팩을 걸빵해서 느직하게 엉덩이 즈음에다 걸었다. 윗목판에는 빳빳한 대학 노트가 반 넘어 들어 있었고, 아랫목판에는 과외를 위한 수능 미적분 책 몇 권과 간단한 필기 노트가 좀 들어 있었다.
그의 발 앞에는, 물도 함께 갈리어 길도 세 갈래로 나있었으나 대치동쪽엔 처음부터 등을 지고 있었고, 동남으로 난 길은 공대, 서남으로 난 길이 의대, 작년 이맘때도 지나 국어 점수가 울음 섞인 하직을 남기고 체장수학 영감과 함께 넘어간 산모퉁이 고갯길은 퍼붓는 의치한약수 심화 속에 지금도 환히 은마사거리 위를 굽이 돌아 의대 쪽을 향했으나, 성기는 한참 뒤 몸을 돌렸다. 그리하여 그의 발은 수능 쪽을 등지고 공대 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졌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서, 멀리 평가원 사이에서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서 있을 그의 6,9 성적표가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 무렵이 되어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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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못맞췄나? 근데 나도 못맞출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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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아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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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높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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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성적표 올리는거보면 다 언매네 등급컷 4점 5점씩 차이나서 개손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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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최상위권 표본 튀어나와서 미적 1컷 86되면 존나 어이없을 것 같다 2
그러진 않겠지 오늘 꿈에서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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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활력 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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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여고여대나온 사람들은 도도하고 기품있을거 같음
단과 하나만 끊어주.
멈춰!
성기가 본인의 역마살을 받아들였듯이
저는 저의 한계를 받아들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