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24학번 [1062967]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9-07 23: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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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물리학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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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줄거리]

믿음의 조합 물지를 외치는 물스퍼거들의 계략에 의해, "나"는 응시 과목으로 물리학과 지구과학을 선택하게 된다.

이후 "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하게 되고, 4교시 과학탐구 시간이 된다.



불국어, 마그마수학, 마그마영어.

앞 세 개의 큰 거사를 치른 뒤, 나는 잠시 한국사 시간에 휴식을 취했다.

킬러 문항을 없애고 준킬러 문항으로 도배를 한 용암 시험지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마침내 과학탐구 시험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도.. 적어도 과탐은 할만 하겠지.. 믿습니다.. 물리학.."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배부받은 시험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문제에 절댓값이 왜...?"

"20번은 왜 문제 설명이 5줄이지...?"

"특수 상대성 이론은 왜 보기들이 다 두 줄 이상인 거야..?"


언뜻 본 게 다였지만, 무언가 분명 잘못됐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붙들어야 한다.

여기서 무너지는 순간, 나의 1년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고, 마침내 시험 시간이 되었다.


1페이지는 무난했다. 

전자기파의 종류를 묻거나,

자성체를 분류하거나,

파동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등..

기출에서든, 사설에서든 보았던 평범한 내용들..

나는 무난하게, 1페이지 돌파에 2분이 걸렸다.

평소에 루틴이랑 똑같은 진행, 이대로면 좋은 결과가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2페이지를 마주하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V-T 열역학 그래프부터 시작해서, 원형매질에서의 전반사, 용수철과 운동량 보존 등..

적어도 3페이지급은 돼보이는 문제들이 나의 멘탈을 흔들었다.


"아.. 어떡하지..? 4분만에 다 돌파해야 되는데.. 왜 6분이나 걸린 거지...?"


남은 시험 응시 시간은 약 22분, 마킹을 고려하여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다.


나는, 혼미해진 정신을 붙들고, 시험지를 넘겼다.


"아.. 세상에..."

드디어, 그 문제이다.

내가 얼핏 봤을 때 충격을 금치 못 했던,

특수 상대성 이론 문제.

실상은 더 끔찍했다.

뮤온과 광자, 철수가 탄 우주선.

뮤온이 나오는 순간, 수명을 물어볼 것임을,

광자가 나오는 순간, 거리를 물어볼 것임을 깨달았다.

얼이 나갔다.

사설을 통틀어도, 그 어떤 사설도 이 정도의 기괴한 특수 상대성 이론을 내진 않았다.

심지어, 9월 모의평가도, 1컷 48의 물과탐이다.

어째서 이렇게 어렵게 낸 건지, 또 왜 이게 3페이지에 있는 건지,

이게 3페이지에 있는 정도면 4페이지는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든 생각들이 날 어지럽게 했다.

그러나, 여기서 시간을 많이 쓸 순 없다.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고 헤쳐나가야 한다.


[중략]


3페이지의 마지막, 15번.

전기력 그래프와 점전하 문제이다.

"4페이지급 문제인데.. 대체 왜 여기에..."

일단, 풀어내긴 했으나, 지옥불 그 자체인 3페이지를 돌파했을 때, 

남은 시간은 이제 13분.

"9분이나 걸리다니.. 아....진짜... 큰일났다....어떡하지...?"

남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더 나를 불안하게 한 건

3페이지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것,

그리고 아직, 자기장 문제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지 페이지를 넘겼다.

나를 맞이할 4페이지의 세상을, 

두려움과 함께 맞이하기 위하여.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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