ミカエラ。 [1204250] · MS 2022 · 쪽지

2023-06-23 14:52:00
조회수 11,359

왜 내가 이번 수능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feat. 그분께,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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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마침 오늘 병원 진료 예약이 있어서, 시간이 남게 되었네요. 앞서 말했듯 왠만하면 저격글에 반응 안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전부터 하고 싶은 말도 있었겠다, 몇 자만 적어보겠습니다.


1. 제가 원하는 것, 그리고 믿고 있던 것은 

첫째, 수능은 공정한 시험이라는 것

둘째, 수능은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라는 것

셋째, 수능은 좋은 시험이라는 것

이 세 가지입니다.


수능과 정시를 동경한 것도 사실입니다.

내신의 얼탱이 없는 문제들을 풀며, 그리고 생기부에 온갖 위선과 기만을 넣으며,

수능 공부만 1년 잡고 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과장을 더해서 말하면, 저는 쉬운 수능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것보다, 어렵지만 좋은 문제의 수능으로 철저히 변별당하기를 바랍니다.

제 공부가 충분했다면 저는 좋은 성적을 받을테고, 제 공부가 부족했다면 저는 나쁜 성적을 받을테죠.


그리하여 학습 방향을 수정하고, 또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고뇌하고 고통받는 모든 것 역시 제 몫일 것입니다.

얌전히 대학에 다녔다면, 싫은 한의학도 참고 그냥 저공비행 하며, 웃으며 대학생활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당당해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대학은 수시로 쓸 것입니다. 지역인재도 섞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동경하던 일에, 1년 정도 쓰는 과정이, 최소한 제가 보기엔, 당신에게 비웃음당할 정도로 볼품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제 한의대 입학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수시 원서의 실수라고 변명하기에는 제 스스로 결정하여 지원한대학이니까요.


오판임은 분명하지만, 그 점은 제쳐 두도록 하죠.


3. 왜 저는 정부의 발언에 이토록 분노하고, 오르비에 반대 집회의 대변인 역할을 도맡는 걸까요?


정치는 과거부터 관심갖고 있었습니다. 한 때는 모 정당의 권리당원이기도 했고, 정치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개인적으로 갖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올바르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것엔 조건이나 자격 따위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여당 인사들과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되었고, 정책의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간 정치인들의 청소년층 무시 행태도 염증이 나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우리가 정치적 의사 결정의 주체라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겠죠.


밤에 혼자 술 한잔 하다가 홧김에 쓴 청원글이 많은 지지를 받았고, 이후 혹자로부터 제가 첫 총대를 맨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청원글을 작성했고, 시위도 조직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름 오르비에서 잘 알려진 고닉이고, 에피와 뱃지도 있으니, 저에게 글을 퍼날라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저는 이에 응한 것입니다.


4. 올바르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것에는 자격이나 조건이 없습니다.

조국 입시비리가 한창 화두이던 당시, 대학생들은 왜 분노했겠습니까? 그들 스스로에게는 조국이 어찌되건, 조민이 어찌되건 아무 상관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사회적 의견 표출, 그리고 정치적 여론 집단의 형성에, 이건 너에게 도움이 안 되니까 하지 말하는 투의 말은, 정치참여 과정과민주주의라는 측면에 있어서 매우 부당한 말입니다.


5. 이건 제 개인적인 신념입니다.

전 제 인생을 살겠습니다.

전 타인의 인생에 (적어도 본인이 먼저 질문이나 도움을 구하기 전까지는)간섭하거나 논평하지 않고자 하고, 타인도 제 인생에(적어도 제가 먼저 질문이나 도움을 구하기 전까지는)간섭하거나논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을 쓴 당사자분께서도 본인의 인생을 열심히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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