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잡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026770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매년 겪는 5월의 입시지만 올해는 유독 가파르게 다가온 것 같고, 또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것들이 갑작스레 끝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바쁘게 느껴집니다. 실제 시간은 똑같이 흐르겠지만, 그냥 제 마음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방 잠자리에 들까 하다가,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짤막하게 편지만 쓰고 자야겠다고 다짐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런데 몇 줄 쓰다 보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죠. 입시의 시계로는 분명 6월 모의평가를 목전에 두었기에 긴장감을 위로하는 글이어야 할 진대, 또 강사라면 으레 그런 글을 써야만 할 진대, 그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고민 끝에 눈을 질끈 감고 에라 모르겠다, 생각나는대로, 내가 말해주고 싶은대로 써보자 싶어 키보드를 두들겼습니다.
'무엇이 옳으냐, 무엇을 해야 하느냐'하는 원리 원칙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판단하되,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서는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를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이 능숙한 실천을 해야 한다.
제가 어린 시절 들었던 한 위정자의 말입니다.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서 있되, 눈은 하늘을 향하고 머리는 늘 이상을 꿈꾸라고 말하는 거인.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는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거인(巨人)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거인의 어깨에 기대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휘발성이 높은 세계가 아닌, 진짜 내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해가는 세계,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너무나 진지해서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순간들의 연속인 세계에 관한 흥미로운 소식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 세계에선 내가 얼마를 벌고,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어떤 사회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내가 나아갈 길이 분명하게 그려져 있는 세계였고, 그 길을 따라 이어지는 여정에선 오직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실천만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중력보다 강한 어떤 힘을 이기지 못해 지하 10층까지 떨어졌던 어린 시절의 자존감이 그 길을 따라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가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만큼, 조금씩 성장하고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 그 길을 따라 걸은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놀랍게도 나는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남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길을 걷고 있을 때, 미숙하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고 걸어갔습니다. 이는 남들은 보지 못하는,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길이요, 나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당당하게, 내가 사는, 살아가는 세상에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름이 가까워지며 몸에선 열이 나고, 정신은 더더욱 날카로워져 갑니다. 지금 우린 나만의 대학을 찾아가는 장대한 순간에 서 있습니다. 전 그들의 행진을 막을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또 격려할 생각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카보테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투우사가 되어, 단선적인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도록 그들을 재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길을 걸어가는 그 순간들 속에서,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길인지, 내가 끝내 도달하고 싶은 곳은 과연 어디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 어릴 적 우리 부모가 내게 그랬듯, 내가 가진 특별함을 당분간 잊고 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이야기하는 세상의 끝에 일단 도달하고 나서 고민하자며, 스스로를 거칠게 방치하지 말라는 것.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고민하며 길을 걸어가자는 것.
- 이 정도면 내가 그들을 재촉하지 않을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내가 이해한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이 겸비된 삶에 대한 고민에서 내린 일말의 결론이었습니다.
ep.
11월의 어떤 날엔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비행기조차 이륙하지 못할 정도로 성스러운 시간이 있습니다.
문득 회중시계를 들어 보니, 오랜 시간 멈춰 있었던 시침과 분침이 얼마 전부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알았습니다. 더이상 출근 시간은 미뤄지지 않을 것이며, 비행기가 제때 이륙할 날들도 머지 않았음을. 과거에 특별했던 순간들, 정확하게는 특별하다고 믿었던 순간들은 이제 일상 속에 존재하는 훨씬 더 특별하고 위대한 순간들에 묻혀 더이상 빛을 발하지 못할 것임을.
- 저는 가까운 미래에 만나게 될 바로 그 순간에, 자신만의 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었던 수많은 여행가들을 응원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빛나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0 XDK (+700)
-
600
-
100
-
공붛래야되는데 1
고민만하다가 새벽한시되니까 진짜 기분 ㅈ같다
-
1학년때 1.12 받고 2학년에 1.72 정도 나왔는데 국수영과만하면 1.50 정도...
-
미적 확통 다풀어서
-
진짜임
-
24수능 문과였다고 들었는데 보통사람이 아닌듯..
-
풀어봅시다 어떤 기출이 변형된건지도 알면 굿
-
그렇더라... 고정 100점에 가까운 외계인들은 제외하고..
-
"시대인재는 어떻게 사교육 시장을 장악했나?" 인터뷰보니 배울거 많고 기존 이론과 연결 가능 대우석
-
어렵네 1년을 이렇게해와서.. 실전에서만 해야하는데 문제풀때도 이럼 요즘 그래프...
-
3모확통손풀이구요20번은귀찮아서패스했습니다 그냥심심해서만들어봣슴다 15번에 선지...
-
제가 현강을 하나 듣고 있고 그 선생님이 잘 맞아서 김기현T 인강만 추가적으로...
-
이게뭐지 10
겁도없네 이사람은
-
제적 사태는 진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함 ㅇㅇ 구제해줄지는 그 제적되는 인원수에...
-
젭알
-
02라던데... 그나이에 벌써 시대에서 한 과목 전체를 담당하고 있다니... 수업때...
-
안녕하십니까 햄들 저 내년에 수능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3모 집에서 최대한...
-
그때는 틀리는걸 무서워하지 않았어... 지금은 틀리는게 무서워
-
수출보국(輸出報國) 수출로 나라를 부강하게
-
이번에 내신기간에 역학특강 여는데 꼭 들어야할까요? 이범에 물리 50이었습니다 3모...
-
항상 손부터 나감 그래서 100이 잘 안나오는 듯
-
ㅇㅇ
-
내일점심뭐먹지 3
혼자먹어야댐..
-
이제 고2 올라가는 08 남학생인데 정시로 틀지 수시로 어떻게든 올려서 도전해볼지...
-
걍 고쟁이 푸는것처럼 범위나누고 기함수여서 1이랑 -1 좌표로 형태그리고...
-
알아두기만 하고 그게 숏컷이라도 2순위로 두는게 맞을까요? 체화된 풀이랑 달라서 괴리감이 너무 큼
-
쇤베르크 지문은 8
내용이 되게 추상적이던데 이런건 보통 어떻게 처리하심? 지문 이해를 잘은 못할거같아서
-
확통런 미적표점 0
미적 중하위권이 다 빠져나가서 미적 표점 높아질 확률 있을까요??
-
ㅈㄱㄴ
-
seori - full moon(이두나 ost) 릴리 - pray for...
-
학평 알레르기 0
6,9,수능 시험지는 ㄱㅊ은데 학평시험지 꺼냈다하면 재채기하고 코로 숨쉴때 간지럽고...
-
국어황들 질문 14
이번 3모 혈액지문에 비례 반비례가 ㅈㄴ 나오는데 이거 다 첨읽을때 표시만 해두고...
-
이 시간에 2
뭐 해야 할까요
-
옷이 없어요 23
으악
-
화잘주스, 강대 크럭스 이렇게 있는데 어떤게 퀄이 더 좋나여?
-
물생vs물화 0
둘다 내신해봄
-
쌤들 말 들어보니 수학적이 아닌 교육적으로는 인정한다고. 조금만 노력하면 92를...
-
현제 일반고 고3 인데요 제가 공부를 1,2학년때 뒤지게 안해서 지금 내신이...
-
덕코주세여ㅠ 7
6월 학평 1등 상금 10만덕으로 올리고 싶어요
-
기적의 미적분법 1
여러분들은 절대 이러지 마세요
-
죄책감드네요 속이려한건 아닌데
-
선택이랑 예전 기출들은 나중에...
-
내일은 0
7시부터 바로 공부 시작하자 꾸준함을 나만의 무기로 삼자
-
독재 + 단과인데 단과 다니면서 다닐건데 거리가 제일 중요할까요? 에듀셀파 대치 다...
-
미적은 보법이 다르네 보기만해도 개어려워보임
-
오르비한지 얼마됬다고 몇명이 나락가는거임
-
3주전에 치즈돈까스 시켜먹고 방바닥에 유기중이었는데 6
개 드럽게살다가 오늘 사람사는 방좀 만들려고 음식물쓰레기 버리려 치즈돈까스 뚜껑...
-
학원에서 주는데 연계시즌주는것도아니고 시즌1부터줘서 언매세트만 풀어야겠음 주간지는 이매진이나해야지
-
맞팔할사람 4
구함미다
-
국어: 올오카(독서,문학) 8주차 수학 수학1: 자이스토리, 수능특강(진행중)...
-
그린램프 독재반 0
가격도 저렴하고 관리도 적당한 편 같아서 고민중인데 괜찮을까요?? 다녀보신 분...

심-멘
심멘...심멘...
정말 고맙습니다.
심멘. 선생님 ai는 잘 쓰고 계신지요.. 궁금합니다 ㅋㅋㅋㅋ
생글생감서 기테마 1.0부터 애용하겠다고 하셨어요!
오..인강에 나오나요??
넵 생글생감 마지막 강의 중 현대시 파트에서 한 분이 디엠으로 방법을 알려주셔서, 구글링 안 하고 그렇게 하겠다 하셨는데, 그 분이 당신인가 보군요! 성덕이시네요 ㅌㅋㅋㅋ
거인의 어깨에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다던 선생님은, 이제 또 하나의 거인이 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선생님처럼 살기를 희망하거든요.
국어라는 과목을 초월한 가치를, 국어로써 저희에게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심멘.,,

개가 짖어도 비행기는 하늘로 비상한다.수능 공부 외에 잡생각, 쓸모없는것들 한번 더
정리하고 치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심멘
유튜브구독자 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면모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사이기 전에 어른이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심—멘 사랑합니다심멘

와 지ㅣㅣㅣㄴ짜 너무 문학적이고 감동적이에요...!처음 뵙지만 저도 '심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