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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타몬 [1225447] · MS 2023 · 쪽지

2023-05-08 22: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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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아비, 어미, 어버이의 어원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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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선 크게 세 가지 단어의 어원을 알아볼 예정이다. 


아버지


우선 ‘아버지'나 ‘아빠'의 옛말이 ‘아비'였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현재야 ‘아비'가 ‘아버지'의 낮춤말로 쓰이지만 중세 국어에선 ‘아비'가 평칭이었고 근대, 현대로 넘어오며 비칭으로 쓰이게 된다. 중세 때 ‘아비'와 함께 쓰이던 말로는 ‘아바'와 ‘아바님'이 있는데 ‘아바'는 ‘아비'에 호격조사 ‘-아'가 붙은 것이라 볼 수 있고, ‘아바님'은 그 ‘아바'에 존칭을 나타내는 접사 ‘-님'이 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아바'는 ‘아바마마'의 그 ‘아바'이다. 여기서 ‘아비'는 평칭 지칭어, ‘아바'는 평칭 호칭어, ‘아바님'은 존칭 호칭어/지칭어이다. 이렇게 세 가지 표현이 때에 따라 다르게 쓰이다가 근대 문헌 기록을 보면 19세기부터 이 체계가 약간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19세기에 ‘아버지'의 옛말인 ‘아바지'가 등장하게 되었고 ‘아바'에 ㅂ이 첨가된 ‘압바'가 등장하였다. ‘-지'는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보는 게 가장 타당할 듯하며 ‘아바지'가 ‘아비'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압바'는 [압빠]라는 발음 때문에 20세기에는 ‘아빠'라는 형태로도 등장하고 한글마춤법통일안(1933)에서는 ‘아빠'의 손을 들어주게 되며 ‘압바'는 사장된다. 그런데 ‘아빠'란 표현이 유아어처럼 들리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를 쓰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렇게 현대에 들어서 father을 부르는 직접호칭은 아빠, 아버지, 아버님 이렇게 크게 세 가지만 남게 되었다. 물론 한자어나 다른 간접적인 표현도 있는데 생략하겠다.


그렇다면 ‘아비'의 어원은 어떻게 될까? 원로 국어학자 최창렬은 어근을 ‘압-’으로 잡아 뒤에 ‘-이'가 붙어 ‘아비'가 되었다 보았고 일부 재야언어학자들은 ‘압’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여 시작, 시초를 나타내는 어근이라고 분석한다. ‘압-’을 떼어 내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성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압’의 존재가 워낙 불분명해서 그렇게 설득력 있지는 않다. 계림유사에는 “父曰丫秘”라는 문장이 있는데 고려 시대 때도 ‘ㅣ'의 발음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고대 국어 때는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압'을 따로 분석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나 싶다. 차라리 인류 언어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어원을 현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바로 아기들이 내뱉는 발음을 보면 된다. 어느 나라 말이나 다 ㅁ(/m/)이나 ㅂ(/p/)이 들어간다. 인류가 가장 쉽게 낼 수 있는 발음이 입술소리 즉 양순음이기 때문이다. 유럽권 언어든, 중국어든, 헝가리어든, 아프리카아시아어족(셈어파, 차드어파, 등)든 말이다. 나무위키의 ‘아빠' 문서와 ‘엄마' 문서에도 잘 설명되어 있다. “즉, 아기가 최초로 할 수 있는 발음이 아기가 최초로 인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인인 엄마를 가리키는 말로,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발음이 아빠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라는 나무위키 설명이 가장 가능성 있는 얘기이다. 


참고로 ‘아버지'의 옛말인 ‘아바지'가 등장한 것은 근대 국어 초기가 아니라 후기 근대 국어로 초기 근대 국어에선 ‘아바니'가 훨씬 많이 쓰였다. ‘아비'와 ‘어미'의 관계처럼 ‘어마니'와 ‘아바니'는 父母 대응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아바님'에서 ‘ㅁ'이 탈락한 어형으로 추정되는 ‘아바니'가 근대 국어 초기에 자주 쓰이다 ‘아버지'에 밀려 사라진. 정통성 있는 어휘인데도 말이다. 



어머니


우선 ‘어머니' 역시 근대 국어가 되어서야 등장한 단어라 중세 때는 없었다. 중세에는 ‘어미'와 ‘어마', ‘어마님'이 쓰였는데 ‘아비/아바/아바님'의 관계와 똑같다. ‘어미'에 호격조사 ‘-아'가 붙어 ‘어마'가 되고 여기에 존칭 접미사 ‘-님'이 붙으면 ‘어마님'이 된다. 근대 국어에선 대부분의 친족 어휘가 그렇듯 ‘ㅏ'가 ‘ㅓ'로 변하는 변화를 겪는데 ‘어마님'이 ‘어머님'이 된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아바니)'의 마찬가지로 근대국어 때 등장하며 ‘님'의 ㅁ이 탈락한 형태로 추정된다. ‘엄마'도 ‘압바’와 마찬가지로 제2음절의 초성의 영향을 받아 받침에 ㅁ이 첨가되어 나타나게 되며 19세기 문헌 자료에선 ‘엄마'를 유아어로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어미'는 ‘아비'처럼 18세기 말 이후 비칭으로 변화면서 ‘엄마'와 ‘어머니'가 그 자리를 꿰찼다. 결국 ‘엄마'는 유아어로, ‘어머니'는 좀 더 격식을 차리는 말로 굳어 현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미'의 어원은 어떻게 될까? 이 역시 몇몇 학자들은 어근 ‘엄’을 떼어 내지만 도무지 ‘엄'을 따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쌍계사 진감선사탑비에는 “吾願爲阿㜷【方言謂母】之子.”라는 문장이 있는데 ‘阿㜷’이 ‘어미'의 고대 국어이다. 또 계림유사에는 “母曰丫彌”라는 문장이 있는데 고대 때나 고려 때나 다 ‘ㅣ'의 발음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알렉산더 보빈은 “雲峯縣本母山縣或云阿莫城景徳王改名”의 ‘阿莫’를 발음상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세 한국어에는 어미(émí)와 연관을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비쳤으며 고대 서부 일본어 amo(일본서기가요 82), 고대 동부 일본어 amo(만엽집 권20.4376-78, 4383)와는 음상상 똑같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따로 ‘엄’이라는 어근을 상정할 필요 없이 단순히 유아기 때 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소리가 ㅏ(/a/)와 양순음 ㅁ(/m/)이라는 점을 보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타당할 것이다. 물론 단음절 어근을 떼어 내고 그 어근이 유아어의 발음에서 왔다 하면 할 말은 없다. 



어버이


‘어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중세 국어에는 ‘어버ᅀᅵ’로 소급된다. ‘어ᅀᅵ’란 형태도 보이고 ‘아비어미'란 형태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ᅀᅵ’가 항상 ‘어버이'만을 뜻한 것은 아니고 용례를 보면 ‘母’에 대응하는 경우도 꽤나 보인다. “어ᅀᅵ도ᄐᆡ(어미 돼지의)”처럼 말이다. 따라서 ‘어ᅀᅵ’가 ‘어머니'도 뜻하던 말이라고 하면 ‘어버ᅀᅵ’를 ‘아비'와 ‘어ᅀᅵ’의 합성어라 볼 수도 있겠다. 일단 기존 논의를 보면 어근 ‘업'에 ‘어ᅀᅵ’가 왔다는 설과 ‘어비어ᅀᅵ’가 축약되었단 설, ‘업'과 ‘어ᇫ’에 접미사 ‘-이'가 붙었다는 설이 있다. 조항범 교수는 “어비’의 제2음절 모음 ‘ㅣ’가 탈락하여 ‘어버ᅀᅵ’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라비동생’이 ‘오랍동생’으로 변한 것도 똑같은 현상으로 이해된다”라고 하며 두 번째 설을 지지했다. 뭐 어떻게 보든 ‘아비'와 ‘어미'를 나타내는 말이 합쳐진 말이라는 사실은 변합이 없다. 왜 ‘아'가 ‘어'인지는 모르겠으나 모음조화라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반치음이 소실되며 ‘어버ᅀᅵ’는 ‘어버이'가 되었고 일부 방언형에서는 ㅅ으로 변해 ‘어버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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