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110512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2-23 21: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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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험생활에 도움될 만한 12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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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칼럼을 쓰다 보면 가끔은, 넣고 싶은 내용인데 한 편으로 다루기에는 길이가 애매하고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글은 말하자면 짧은 칼럼 모음인데, 직접적인 공부 내용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공부 습관이나 마음가짐에 관련된 것도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지난 몇 개월 간 쓰고 싶었던 다양한 주제의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올리는 글입니다.

순서 상관없이 다 읽어볼 만한 이야기들이었으면 좋겠네요.



1. 누구한테나 완벽하게 맞는 강의/교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노베이스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일단 뭐라도 하나를 끝내고 나면 비슷한 내용이 담긴 교재든 강의든 비교적 흥미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 이건 이래서 안 맞고, 저건 저래서 안 맞는다는 생각으로 계속 바꾸다 보면 결국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조금 안 맞더라도 일단 하나를 잡았으면 한 번은 끝까지 다 보고 결정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2. 공부를 안 해서 재수(N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

사실 실패의 이유가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당일 컨디션이 안 좋기 때문이라든가.. 등의 이유면 상관이 없는데, 이건 순수하게 공부를 안 하게 되어서 성적이 안 나오는 걸 의미합니다.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한데, 그럼 현역 때(혹은 바로 직전 수험 기간)보다도 왜 공부를 안 하게 될까요?


여러 학생들을 만나고, 또 제가 직접 겪어본 바, 개념 공부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념은 이미 본 거니까 안 봐도 되겠지.", "또 이런 (기본 개념 같은) 거나 붙잡고 있어야 되네." 같은 생각이 무조건 들 수밖에 없죠. 근데 이 구간을 생략하고 문제풀이만 한다면 원하는 결과가 잘 안 나올 수 있고, 그렇다고 생략하지 않으면 위에 말한 것처럼 '공부를 안 하게' 되어서 성적이 안 나옵니다. 보통 이런 경우 공부를 안 한 건 순전히 내 탓이라며 본인을 자책하는 사람이 많은데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공부를 안 하게 되는 이유를 한 번 곱씹어 보면 슬럼프나 이런 것들에 대비하기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만 버틴다는 생각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어차피 문제 풀이 / 실모 기간이 되면 재미가 점점 붙는 건 당연하니까요.


3. 기출을 많이 풀다 보면 답조차 기억이 나서 효력이 없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기출을 50회독 이상 하게 되었던 사람인데, 답이 기억나는 것과 실력 향상의 상관 관계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꼭 문제집이 아닌 책이라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법입니다. 실제로 2020학년도 수능 국어를 풀어오라는 과제를 내줬는데 학생이 2020년에 시행된, 그러니까 2021학년도 수능 국어를 풀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21학년도로 수업 내용을 바꿔서 수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출을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럼에도 매번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마다 놀라는 건, 저도 모르게 점점 더 좋은 설명을 하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어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머리 속으로는 무언가를 얻어가고 있을 겁니다.


4. 기출 무용론 vs. 기출 만능론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어든 수학이든 기출은 질릴 때까지 봐야 하지만, 요즘 트렌드에서 새로운 문제를 많이 접하지 않고 점수를 잘 받겠다는 것도 이상하죠. 개념만 보고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19~21 나형 수학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조차도 실전 개념은 머리 속에 담고 있었어야 했고, 18이전 나형은 30번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즉, 개념 + 기출이 중요하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5. 쉬는 시간

어느 정도 쉬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하루, 그중 반나절 동안은 푹 쉬었습니다. 그럼 공부하는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은요? 정해놓은 공부가 끝나기 전까지 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공부는 계속하는 거고 그러다가 지치면 좀 쉬는 거고.. 얼마를 쉬고 얼마를 공부하고 그런 걸 굳이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6. 공부하는 이유

5번이랑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이야기는 처음에 수능을 준비할 결심을 할 때 한 번만 하면 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공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좋습니다. 이게 헛소리처럼 들려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억울함, 분노, 짜증 이런 것들이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아버지들이 매일 같이 지옥같은 직장에 나가시는 이유는, 가장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일 겁니다. 수험생은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고.. '君君臣臣父父子子(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논어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는 뒤로 하고, 지금 당장 아무런 이득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생각을 안 하는 거죠. 하니까 하는 거지 뭔 이유가 있겠어? 라는 마음가짐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7. N수 수험생활에서의 친구 관계

당연히 없는 게 낫습니다. 그런데, 아예 없는 것 또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외로운 싸움이지만, 그렇다고 놀 거리가 많으면 실패하는 싸움입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 1~2명만 곁에 두고, 정말 견디기 어려울 때만 한 번씩 만나는 방법이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수 때 슬럼프가 왔던 이유도, 아예 아무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8. 사람은 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되고,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어차피 이건 수기에나 쓸 법한 이야기라 감성적으로 흐를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간단히만 쓰겠습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지금부터 숨 참고 공부만 하면 의대 가능? 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말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천 없는 다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당연히 알고 계실 겁니다. 8번 글의 의미는, 자신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확신하지 못하는 걸 남이 확신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가 있는 생각입니다.


9. 열등감 없애기?

말하자면 열등감 바꾸기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열등감이 좋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크게 봤을 때 열등감은 승부욕과 같고, 그런 맥락에서 복수심도 아주 좋은 원동력입니다. 예전에 모 유튜브에 출연해서 '압축 공부법'을 설명할 때도 잠깐 나온 이야기이지만, 복수심과 열등감은 나만의 승부욕으로 바뀔 수 있는 좋은 연료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뭐 없앨 이유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입시 사이트에서 공부 얘기나 하지 자기 재산 자랑은 왜 하는 거지? 괜히 열받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저 사람보다 성공해서 밟아버리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그런 적개심, 복수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지만, 결국 성공하고 나면 흔히 이야기하는 "네가 성공하는 게 곧 복수다."라는 말처럼, 그때까지의 적개심은 전부 사라졌었습니다. 정말 목표 달성을 위한 연료로밖에 기능하지 못하는 거죠.


10. 성공의 척도

성공했냐 안 했냐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래도 뭐 노베에서 고려대 갔으면 만족해라"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내가 메디컬을 가고 싶으면 한 번 더 해볼 수도 있는 거죠. 내 기준으로는 성공한 게 아니니까요. 이건 다시 공부를 시작할지 말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11. 뱁새와 황새

사람들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가령 학원에서 내 옆자리에 있는 친구는 벌써 수능완성을 펼쳐보고 있는데, 나는 아직 수능특강을 보고 있다면, 진도가 느린 것에 대한 강박과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개념책을 보고 있어도 될까요?" 같은 질문들은 언제나 많습니다.


그러나 개념이 부족하면 개념책을 봐야 하고, 문제 풀이량이 부족하면 문제집을 풀고, 실전 감각을 원하면 실전 모의고사를 푸는 것뿐입니다. 시기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가끔 가다 보면 수능 1달 전에 공부를 시작해도 개념이나 들으라는 소리냐고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개념이 안 되어 있는 학생이 1달 간 실전 모의고사를 풀었을 때, 실전력을 바탕으로 좋은 점수를 획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제가 이렇게 쭉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이 '황새인 척하는 뱁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옆에서 앞서나가는 척해도, 사상누각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죠. 뱁새로 태어났으니 뱁새로 살아라! 가 아닌, 내가 도약할 수 있을 날을 기다려야지 남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단순 참고용으로, 동기부여를 위해 남들의 공부 진도를 알아보는 것은 좋습니다.


12. 개념의 모호성

특히 수학에서 그런데,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스스로 개념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개념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학생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개념의 모호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무슨 단계별로 "오케이 1차 개념 완료, 2차도 완료.."와 같이 말할 수 있는 척도가 없다는 거죠.


그런 탓에 개념 학습 도중에는 내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개념을 50~80% 이해하고 있는 구간이 마치 어두운 터널 같은 겁니다. 그런데 그건 100% 완성이 되고 나면 "나 이제 개념 다 알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모아서 2편 3편도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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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에는 잘 작성하지도 않지만, 꼭 잡담 태그를 달고 업로드하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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