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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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추천받은 단어인 '가을'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자.
사계절 중 세 번째 계절인 '가을(fall)'은 신라 시대 문헌에서도 보인다. '가을'의 향찰 표기가 '秋察'과 '秋察尸'이었다. '尸'는 [ㄹ]을 나타내는 부분인데 앞의 '秋察'를 '尸'이 빠진 오기로 본다면 '가을'의 고대국어형은 말음이 'ㄹ'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재구되는 어형은 'ㄱㆍㅅㆍㄹ' 정도인데 이렇게 보면 ㅅ이 약화되어 반치음이 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반치음의 음가를 고대 국어에서 설정할 수 있는지 혹은 고려 시대쯤에 나타난 음인 건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15세기에는 'ㄱㆍㅿㆍㅀ'로 등장한다. 이 단어는 모음이나 ㄱ, ㄷ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할 때 ㅎ이 덧나지만 그 밖의 조사와 결합하거나 단독형으로 쓰일 때는 ㅎ이 나타나지 않는 ㅎ종성체언이었다. 16세기에는 반치음의 음가가 소실되며 'ㄱㆍㅇㆍㅀ'이란 표기가 보이기 시작했고 16세기 이후 아래아의 제1차 음가 소실이 일어남에 따라 'ㄱㆍㅇㆍㅀ'은 'ㄱㆍ으ㅀ/을'로 변하게 된다.
18세기에는 아래아의 제2차 음가 소실로 제1음절의 아래아가 'ㅏ'로 바뀌게 되고 ㅎ종성체언이 사라짐에 따라 '가을'이라는 형태가 드디어 나타났다. ㅎ종성체언에서 ㅎ이 탈락하는 까닭은 유성음 사이에서의 ㅎ의 약화 내지는 ㅎ의 유성음화로 추정되며 이러한 변화로 언중이 ㅎ이 탈락한 형태를 기본형으로 새로 재구조화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근대국어를 거치며 ㅎ 종성 체언은 아예 ㅎ이 탈락하거나 일부 어휘에서 'ㅅ'(셓>셋)이나 'ㅇ'(ㅅ닿>ㅅ당)으로 바뀌었고 '가을' 같은 경우는 ㅎ이 아예 탈락한 형태로 쓰였다. 이 이후로 '가을'이 정착하며 표준어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참고로 경상도를 포함한 남부 지방에선 '가을'의 방언으로 '가실/가슬'계가 존재하는데 이는 반치음이 'ㅅ'이라는 음가로 변했기 때문이다. '가실, 가싥, 가슬, 그슬' 등의 방언형이 존재한다. 남부 지방은 반치음이 'ㅅ'으로 순경음 비읍이 'ㅂ'으로 변하였다.
그렇다면 '가을'의 어원은 무엇일까? '가을'의 어원은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여겨진다.
'가을'을 '끊다/베다'의 고어 'ㄱㆍㅅ다'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ㅅ이 반치음으로 나타났고 그 외의 어미 앞에선 ㅅ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려면 'ㄱㆍㅿ-(어간)+-ㅇㆍㄹ(관형형 어미)'로 보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 경우 ㅎ 종성 체언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형사형 어미가 'ㅇㆍㄹ/ㅇㆍㅀ'의 이형태 교체를 보이던 형태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문은 과연 용언의 관형사형이 명사로 굳어져 쓰였을까이다. '가을'은 고대국어에서도 보이는 유서 깊은 단어인데 이렇게 보려면 고대 국어의 조어법에 용언의 관형사형이 명사로 굳어져 쓰였다는 말이 된다. 물론 고대국어의 조어법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것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타당한 설명으로 보이진 않는다. 예전에 쓴 '겨울' 어원 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반박이다. 어째서 'ㅎ'이 덧나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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