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몬 [1159823] · MS 2022 · 쪽지

2023-01-18 2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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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세 '(독)수리'의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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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렘 이미지



연세대를 상징하는 동물은 독수리인데  사실 '독수리'는 원래 우리가 아는 그 '독수리'가 아니다. '독수리'의 '독(禿)'은 대머리이기 때문에 vulture와 같은 의미이다. '수리'가 'eagle'을 뜻하는 말이나 '독수리'가 그 어휘의 의미가 점차 확장됨에 따라 현재는 '수릿과의 독수리, 참수리, 검독수리 따위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라는 뜻의 표제어로도 등재되었다. 


사실 우리가 '독수리'로 퉁쳐서 부르지만 엄밀히는 '독수리'는 본래 '대머리독수리'로 불리는 새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러니 우리는 '대머리독수리'를 '대머리 대머리수리'라는 겹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해 앞바다'나 '국화꽃', '처갓집', '생일날', 등에서 보이듯이 많은 언중이 사용하는 현상이다. 주로 뜻을 명확히 하거나 강조할 때 보이는데 언중이 널리 사용하고 이미 굳어졌기에 불필요한 표현이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다. 


'수리'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큰 어형 변화 없이 '수리'로 쓰여 왔다. 근대 국어 문헌에 '슈리'가 등장하는데 이는 근대 국어 후기에 'ㅅ' 뒤에 오는 이중모음이 올 때 단모음화되는 현상을 보고 과도 교정을 한 표기라 할 수 있다. 즉 일부 지식인층이 '수리'가 '슈리'로 쓰였다가 반모음 탈락을 거쳐 '수리'로 변했다고 생각하였고 이들이 '슈리'라고 쓴 것이다. '독수리/독슈리'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등장하는데 조선말큰사전에서도 '독수리'와 '수리'의 정의가 엄밀히 구별되어 있으니 '독수리'가 '수리'를 뜻하는 말로도 인정받게 된 것은 얼마 안 됐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리'의 어원을 '우두머리', '으뜸'을 뜻하는 고어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이 '수리'가 '솔(소나무)'과 동원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은 '수리'의 어근을 '술'로 잡고 여기서 '솔' 등의 어휘가 파생되었다고 하나 근거는 없다. '술>솔'로 변화한 것은 단순히 공시적인 어형을 비교한 것이므로 그 신뢰성은 떨어진다.  또 '수리'의 어근을 갑자기 '술'로 설정하고 이게 우두머리를 뜻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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