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별사이 [186685] · MS 2017 · 쪽지

2023-01-13 00: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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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논쟁에 대한 개인적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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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라는 건 매우 주관적인 개념임. 입시기관이나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그 기준을 정해놓기도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합의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님. 무엇을 기준으로 명문대를 정할 것인지가 굉장히 모호하기도 함. 입결, 아웃풋, 인프라, 연구실적 등등 대학을 평가하는 다양한 지표들 중 어느 것에 가중치를 더 두냐에 따라 대학의 순위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음. 입결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상위 1%, 5%, 10% 등등 명문대의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제각기 다르고 공인된 기준 역시 없음. 그래서 '어디까지가 명문이냐?'는 논쟁은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음. 왜 OO대까지만 명문대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를 엄밀하게 논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임. 그리고 웬만하면 자기가 다니는 학교까지는 명문대로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훌리 같은 교란적 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난장판 속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명문대의 기준을 세우기란 극히 어려운 일임.

 

그런데 '명문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전제로, 사람들은 왜 그토록 명문대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 우선 한국은 유소년기부터 20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대입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장기간 투입하는 사회이다보니 그 결과로서 주어지는 '학벌'에 높은 가치부여를 자연스레 하게 됨. 청춘을 건 피나는 노력의 결정체로 얻어진 '대학 간판'이 사회에서 명품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욕망임. 아무래도 주위로부터 명문대생 대접을 받는다면 어깨에 뽕도 들어가고 자존감도 채워지는데 이런 심리적 효과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진 않음. 20대 초반에 뭔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성취를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굉장한 자신감의 원천이 되기도 함.


하지만 명문대를 나와서 얻는 직접적인 이득은 자존감이나 취업 같은 게 아니라 '네트워크'라고 생각함. 어느 분야를 가든 같은 학교 출신 선배들이 널리 포진해있어서 나에게 좋은 정보를 주거나 이끌어줄 수 있다면 그 학교는 사회적 네트워크망이 잘 구성되어있는 것이고, 좋은 학교가 되는 것임. 이는 실질적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함. 그런데 문제는 네트워크니, 인맥이니 하는 것은 스스로가 실력을 갖추고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게 아니라면 그저 가진 것이라고는 'OO대 졸업장' 뿐인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임. 그리고 지금껏 주변을 관찰한 결과 '명문대 타이틀' 그 자체에 집착하거나 인터넷에서 특정 학교가 명문이니 아니니 하는 논쟁을 즐기는 사람 치고 대학 졸업 후 결과가 좋았던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음.


요컨대, 명문대라는 건 기준도 모호할 뿐 아니라 어차피 본인의 학교가 명문대라고 한들 정작 자신의 실력이 뒤떨어지면 명문대 졸업장의 이점 같은 건 누리기 힘드니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자는 것임. 특히 요즘같이 내공과 실력이 없으면 sky든 뭐든 도태되는 분위기에서는 일단 본인 스스로가 '명품'이 되는 것이 학교 간판 몇 급간보다도 훨씬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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