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몬 [1159823] · MS 2022 · 쪽지

2023-01-10 00:39:25
조회수 3,087

제주 방언의 아래아는 몇십 년 내로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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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방언 하면 떠오르는 말 "ㅎㆍㄴ저 옵서예(어서 오세요)"


'ㅎㆍㄴ저'를 발음하면 [혼저]와 [헌저] 그 사이 어딘가의 발음이 나오는데 [ɒ]으로 그 음가가 분석된다. 또는 [ɔ]로 분석되기도 한다. [ʌ]나 [ɤ]로 추정되는 중세국어의 아래아의 음가와는 다르다. 즉 '나랏말ㅆㆍ미'의 'ㅆㆍ'는 제주 방언의 'ㅆㆍ'와는 다른 것이다. 중세국어의 아래아가 제주도에서는 원순모음화된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층과 중년층에게는 제주 방언 특유의 아래아만의 발음은 점점 사라져 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ㅗ'의 그 발음 [o]로 점점 흡수되는 게 요즘 추세이다. 'ㅊㆍㅁ크래커'나 'ㅁㆍㅁ국'을 읽어 보라 하면 십중팔구 [촘크래커]와 [몸국]이라 읽을 것이다. 


'ㅎㆍ다(do)'는 예외적으로 표준어 '하다'와 그 유사성을 지키기 위해 '하다'로 변한다. 사실 이는 제주 방언의 형용사 '하다(많다)'와 동음이의어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허다'로 변하기도 하나 표준어에 점점 동화되므로 '하다'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참고로 이 '하다'는 '곶 됴코 여름 하나니'의 그 '하다'다. 제주 방언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 방언에만 있는 음소인 아래아의 음가는 [ㅗ]로 바뀌고 있으며 노년층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그 특유의 발음을 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오지도 않고 [ㅗ]로 발음하는 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얼마 안 가 아래아는 아예 'ㅗ'로 대체되지 않을까 싶다. 표준어를 기반한 학교 교육과 표준어를 쓰는 대중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육지와 교류가 적던 제주도라도 표준어를 듣기 더 쉬워졌고 요즘 세대가 하는 말을 보면 아예 표준어와 다를 게 없다. 제주 방언은 특유의 운소(성조&장단음)가 없다.  


개인적으로 나무위키에서 있는 문장이 현재 제주 방언의 실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듯하다.


"2021년 기준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사망한 80~90대 이상 세대는 대부분 현지인 수준의 제주어를 말하고 쓸 줄 알고, 그 아래 50~60대는 토종 제주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말하거나 쓰는 데에는 덜 사용하고, 지금 20~30대에 와서는 전술했듯 몇몇 단어와 어미 정도만 빼면 표준 한국어와 크게 차이가 없다."

몇몇 단어와 어미 빼고는 전멸이다. 육지 말로 해석되지 않으면 육지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제주 방언(would like station 할머니나 푸른거탑의 그 제주 방언)은 이제 노년층이 아니라면 구사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제주 방언은 특정 어휘만 빼면 알아듣기 힘든 방언이 아니며 대부분의 어휘나 어미도 표준어로 대체되었다. 


제주 방언에 아래아 발음이 있다고 할 시간도 얼마 안 남은 듯하다. 과한 걱정일 수도 있겠으나 요즘 추세를 보면 얼마 안 가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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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난 산도요 · 1155743 · 23/01/10 00:40 · MS 2022

    애초에 모든 문화컨텐츠를 표준어로만 진행하고 학교 수업도 표준어 위주로 하는데 자연스럽게 사장될 수밖에 없을 듯

  • 쉬라몬 · 1159823 · 23/01/10 00:41 · MS 2022 (수정됨)

    맞말. 육지의 다른 방언들도 마찬가지긴 하나 그래도 거긴 성조의 해골인 특유의 억양이라도 남아 있어서
  • 경제러 비모 · 1015604 · 23/01/10 00:44 · MS 2020

    어찌 보면 사투리의 숙명인가봐요... 부산도 또래끼리 억양만 사투리고 표준어만 쓰다 보니까 어른들 사투리 못 알아듣는 경우 엄청 많더라구요

  • 쉬라몬 · 1159823 · 23/01/10 00:46 · MS 2022

    표준어에 동화될 수밖에 없는 방언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