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 침 [834704]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3-01-05 12: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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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의예과 1학년을 마치며.(회상을 곁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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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나의 기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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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고 재수를 결심했었다.

그 날은 아마 일요일. 

교회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결심했었으니 정확히 기억한다.


스무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스물네 살.


총 4년. 


소중하디 소중한 20대 초반을 나의 목표를 위해 희생했다.

(생 6수 아님.)


나는 하고싶은게 많은 아이였다.


어릴적에는 월드컵에 나가는게 꿈이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니깐.


그러자 어머니 반대에 막혀 공부로 우선 길을 틀었다.

하지만 공부는 항상 재미가 없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객기 15세때 가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양쪽 부모님 모두 반대하셨다.


1년후 객기 16세때 헤어디자이너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는 뭐든 좋다고 하셨으나 이번에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에 막혔다

다시 나는 공부로 길을 틀었다.


아마 난 이때부터 평생 공부를 할 운명이었나 보다.


난 세 번이나 내 꿈이 짖밟혔다.

하지만 크게 미련남지 않는거 보니 아마 간절했던 꿈은 아니었나 보다.


그렇게 다사다난하던 중학생이 끝나고 고등학교에 수석입학했다.


난 꿈이 없었다. 그저 내신만 잘 받아올 뿐.

그래서 무작정 의료인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의대 치대 한의대 셋중 하나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저 최고의 학과를 가고 싶다는 타이틀의 욕망이었다.


하지만 난 처참히 실패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고등학교시절 의료인이라는 꿈에 간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떨어졌어도 덤덤할 뿐 그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20대에 가졌던 꿈은 달랐다


간절했고 또 간절했다.


아마 철이 든걸까.


그래서 5년을 태웠다.

후회하냐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결과론적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매우 후회했겠지..


나는 그저 운 좋은 한 사람일 뿐이라는걸 요즘 따라 너무 느낀다.


2022년 한의예과 1학년 생활을 돌이켜 본다.


난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다.

분명 선배들도, 선배 한의사들도 예과때는 미친듯이 놀라고 했다.


공부를 한 사람은 본과가서 분명히 예과때 공부한 걸 후회한다고 했다.

공부를 안하고 논 사라마도 본과가서 좀 더 놀걸 후회한다고했다.


그래서 난 예과 1학년 목표를 정했다.


"놀자. 하지만 무작정 놀지말자. 정말 하고싶은걸 하며 놀자"


그래서 난 다섯가지를 미친듯이 하기로 결정했다.


1. 연애 => 2021년, 1년간 기다려준 여자친구에게 너무 잘해주고 싶었다.

2. 축구 => 난 축구에 미친사람이다.

3. 과외 =>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너무 좋고 재밌다.

4. 배구 => 배구 13년차다.

5. 피파 => 2021년 1년간 못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중 세가지에 미쳤다


연애, 축구, 과외.


연애는 두말할 것도 없고


축구와 과외는 정말 실컷해본 것 같다. 

특히 과외.

축구는 좀 더 해야할 것 같다. 아마 졸업할 때까지.


과외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즌에 더욱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축구는 좀 아쉽다.

수험생활한다고 살이 많이 쪄서 체력이 구데기였다.

살을 좀 빨리 빼서 예전처럼 빨라지고 가벼워지면 좋겠다.



아무튼...



1학기때는 그래도 양심상 공부를 좀 했으나 2학기는 놀았다.

저 다섯가지에 최선을 다하며 놀았다.


그래서 하마터면 한 과목 재수강할 뻔 했다.

(이 자리를 빌려 과대 친구에게 다시한 번 감사하다.)


여러모로 예과 1학년 동안 재미는 1년을 보낸 것 같다.


난 보상이라 생각한다.

내가 20대 초반을 희생했으니 나도 얻는것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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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교 생활을 돌이켜 보면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지인들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또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


비록 연초에 학교 에타에서 나를 저격한 사람이 있었다.


단순히 6수생이라고 비꼬는 것 같아서 그 사람이 정말 한심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넌 이 글을 보겠지?

쪽팔린줄 알길 바란다.


아무튼(조금 앞뒤가 안맞는 것 같은데...)


좋은 사람들, 좋은 분위기, 좋은 추억들.


회상이 된다.


내가 자아화 시킨 세계는 찬란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있겠지.


모든 사람들의 2023년은 '찬란'했으면 좋겠다.


또다시 꿈을 향해 달려가는 누군가는 나름대로 '찬란'하고

꿈을 이룬 누군가는 또 나름대로 '찬란'하고..


이 모든 사람들이 '찬란'하기 합당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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