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가망없나 [1159823] · MS 2022 · 쪽지

2022-11-18 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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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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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은 '탈'과 '춤'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춤'은 '추다'에서 온 말입니다. '꿈', '그림', '삶', '잠', '짐'과 같은 류는 동족목적어라고 불리는 놈으로 용언에서 파생된 명사가 원래 용언의 목적어로 쓰이는 것들을 말하는데 '춤'도 그러한 예입니다. 공시적으로 '춤'은 '추-+-ㅁ'이지만 통시적으로는 약간 다릅니다. 


원래 '추다'의 옛말은 '츠다'였습니다. '츠다'가 '추다'로 변한 건 근대였습니다. '물<믈' '불<블'에서 보이는 원순모음화와 결이 같은 변화로 보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원순모음화는 양순음의 순음성에 동화되어 ㅡ가 ㅜ로 변하는 일종의 동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ㅊ'은 원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경구음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원순모음화로 설명할 수 없고 오히려 '춤'이 '츠다'에서 왔다는 어원 의식이 사라져 '춤'을 기저형으로 잡고 '추다'를 재구조해 이 형태가 정착했을 것입니다. 근대에는 '츄다'와 '추다'가 보였는데 '추다'는 '춤'에서 유추한 단어일 거고 '츄다'는 경구개음 아래의 j계 이중모음의 발음이 불안정해 서로 변별되지 않아 나타난 이형태였습니다. 이렇게 '추다'가 '츠다'를 밀어내서 자리를 잡게 되었고 결국 현대 국어에선 '춤'을 단순히 '추-(어간)+-ㅁ(명파접)'으로 보는 것입니다. 


중세국어에서 '츠다'에서 파생된 명사가 '춤'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명파접이 붙어서라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명파접과 명사형 전성어미가 '-ㅁ/음'으로 일치하는 현대국어와 달리 중세 국어에서 명사 파생 접미사와 명사형 전성 어미는 형태가 달랐습니다. 명사 파생 접미사는 '-ㅇㆍㅁ/음'이었고 명사 전성 어미는 '-옴/움'이었습니다. 즉 '춤'은 '츠-+-ㅁ'이 아니라 용언의 활용형인 '츠-+-움'이 아예 명사로 굳어진 형태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중세 문헌에서 쓰인 표현이 '츰'이 아니라 '춤'이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두시언해나 월인석보에서 '춤'이 명사로도 용언의 명사형으로도 쓰인 점을 보았을 때 명사형으로 쓰이던 '춤'이 명사의 자리까지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시적으로 '춤'은 '추다'에 명파접 '-ㅁ'이 붙은 파생어이지만 통시적으로 '춤'은 '츠다'에 명사형 전성 어미 '-움'이 붙어 하나로 어휘화된 예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통시태는 고려하지 않으므로 파생어라는 것만 알아 두면 됩니다.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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