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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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국어 ‘얼마’는 15세기에 나타난 ‘언마’로 소급된다. '언마'는 관형사 '어느'와 의존명사 '마'가 합쳐진 건데 '마'는 '만큼'의 옛말이다. '어느 만큼' 정도의 의미로 쓰였는데 중세나 지금이나 의미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언마'는 '어느'가 '마'와 결합할 때 모음 ㅡ가 탈락한 것인데 ㅡ가 발음이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제(<어느적에)처럼 모음 ㅡ는 흔히 탈락되었다. ‘언마’로 쓰이기도 했고 단어 내부의 모음조화를 위해 ‘마’가 ‘머’로 바뀐 ‘언머’도 쓰였다.
근대국어 때 ‘언마/언머’에서 ‘ㄴ’이 ‘ㄹ’로 바뀐 ‘얼마/얼머’가 나타났는데 현대 국어와 같은 ‘얼마’의 예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모음과 양순음 ㅁ 사이에 있던 ㄴ이 ㄹ로 변한 것인데 이러한 변화를 활음조 현상이라 한다. 듣기 좋게 그리고 발음하기 편하게 음을 바꾸는 것이다. '간난'은 '가난'으로, '육월'은 '유월'로, '목단'은 '모란'으로, '지이산'은 '지리산'으로 바꿔 쓰는 등 여러 예시가 있다. 다만 이는 수의적인 현상이라 '토론'의 '論'은 '론'이고 '의논'의 '論'은 '논'일 수도 있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명음이 연속하여 쓰일 경우 보다 부드러운 공명음인 ㄹ로 바뀌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ㄹ은 자음 중에서 모음에 가장 가깝고 공명도가 크다는 특징이 있는데 솔직히 이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음절 배열 제약과 연관을 지으려 했다만 후행 음절 초성의 공명도와 선행 음절 초성의 공명도가 같은 마당에 굳이 공명도를 바꿔야 하는 음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으니 그냥 수의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언중의 발음은 절대적이지 않고 수의적이니까 말이다.
수능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오르비 좀 줄이시고 공부 열심히 해서 목표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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