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ㅎ곡용의 영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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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의 '카락'은 '가락'이 격음화를 거친 형태임. '가락'은 '가르다'의 의미인 가ㄹㆍ에 접미사 '-악'이 붙은 꼴로 설명하는데 가락이 카락이 된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이 밝혀진 바가 없음. 과거 '머리'를 ㅎ 곡용 체언으로 보아 '암탉'이나 '살코기', '안팎'과 같이 '머리ㅎ가락 —> 머리카락'으로 보았는데 근거가 빈약해 국국원은 현재 머리를 ㅎ곡용으로 단정하고 있지 않음. 내가 보기에 '머리'를 ㅎ곡용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중세국어 자료의 표기법 때문인 듯함.
1. 석보상절에서 '머리'는 '머리예' 등 ㅎ이 덧나지 않은 형태로 쓰였는데 '살'은 'ㅅㆍㄹ히'로, '코'는 '고해'로 나타남.
2. '머리'가 ㅎ말음이었다면 '머리히'라는 표기가 존재해야 하는데 '머리히'의 기록은 없고 주격일 때는 '머리'로만 쓰임.
3. 석보상절 말고도 월인석보나 훈몽자회에서 등의 중세 문헌에서도 머리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올 때 ㅎ이 덧난 표기는 보이지 않고 머리 뒤에 격음화가 된 표기 역시 보이지 않음. '머리이며'나 '머리오'는 보이는데 '머리히며'나 '머리히오' 등의 표현은 없음. '갈히며(<-갏이며')나 '뫼히며(<-묗이며)', '수히오(<-숳이오)', '뒤히(뒿이)', 등.
이렇게 ㅎ 말음 체언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면 ㅎ이 덧나는데 '머리'는 ㅎ이 덧나지 않고 '살'과 '코'에는 ㅎ이 덧난다는 점에서 머리는 중세 때 ㅎ 말음 체언이 아니라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음. 즉 머리를 ㅎ 말음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임. 그러나 ㅎ말음이 아니면 '가락'의 격음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ㅎ말음으로 보는 학자들도 존재함. 국어에서 이유 없는 경음화는 의미를 강조(강화)할 때 주로 일어나지만 격음화는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음. 격음화는 ㅎ이 존재해야만 일어나는 과정인데 '머리'를 ㅎ 밀음으로 보지 않는다면 '카락'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함.
그래서 나는 이 현상이 ㅎ곡용의 확대 적용이 아닐까 싶었음. 중세에서든 근대에서든 국가에서 성문화한 규정은 없었기에 일반적인 표기법에서 벗어난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과도 교정의 영향이어서 말이지.
1) ㄷ 구개음화가 된 것을 남부 지방 방언의 특징인 ㄱ 구개음화의 영향으로 보아 ㄱ으로 다시 바꾼 '기와(지와<-지새<-디새<- 딜새)'나 '김치(짐채<-딤채)',
2)ㅅ계 합용병서를 ㅂ계 합용병서로 과도교정한 예시,
3)구개음화를 과도하게 의식해 '조심'을 '됴심'으로 쓴 경우,
4)아래아가 없던 자리에도 아래아를 과도하게 집어넣은 경우,
5)'-려고'가 표준이라는 것만을 의식해 '만들려고'가 아니라 '만드려고'로 쓰는 경우 등이 존재함.
특히 이러한 과도교정이 근대 때 활발해졌다는 점과 '머리카락'이라는 형태도 근대에 출현했다는 점에 준하여 볼 때 ㅎ 곡용의 과도 교정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 같아서 혼자 추측한 적이 있었음. 물론 고딩의 가설이라 어째서 '머리'에만 과도 교정을 했냐라는 반박을 들으면 재반박을 할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실패한 가설이긴 함. ㄷ구개음화 같은 과도 교정은 여러 어휘에서 보이는데 ㅎ곡용의 과도 교정은 머리카락 말고는 딱히 주장할 만한 게 없으니까....
아무튼 머리를 머리ㅎ로 보는 것은 아직 섣부른 판단으로 보이며 '머리카락'에의 '카락'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듯함.
* 저번에 학교 쌤이 중세국어 얘기하다가 ㅎ 종성 체언 맛보기로 가르쳐 줬는데 머리카락 얘기하시길래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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