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7444990
H 형
형의 글 반가이 읽었습니다. 저의 못난 여편네를 위하여 귀중한 하룻밤을 부인으로 하여금 허비하시게 하였더니 어떻게 감사해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인께도 이 말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형의 〈명상〉을 잘 읽었습니다. 타기할 생활을 하고 있는 현재의 저로서 계발받은 바 많았습니다. 이것은 찬사가 아니라 감사입니다.
저에게 주신 형의 충고의 가지가지가 저의 골수에 맺혀 고마웠습니다. 돌아와서 인간으로서, 아니, 사람으로서의 옳은 도리를 가지고 선처하라 하신 말씀은 참 등에서 땀이 날 만치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저는 지금 사람 노릇을 못 하고 있습니다. 계집은 가두(街頭)에다 방매하고 부모로 하여금 기갈케 하고 있으니 어찌 족히 사람이라 일컬으리까. 그러나 저는 지식의 걸인은 아닙니다. 칠 개 국어 운운도 원래가 허풍이었습니다. 살아야겠어서, 다시 살아야겠어서 저는 여기를 왔습니다. 당분간은 모든 제 죄와 악을 의식적으로 묵살하는 도리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친구, 가정, 소주, 그리고 치사스러운 의리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겠습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를 전연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분간 어떤 고난과라도 싸우면서 생각하는 생활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 편의 작품을 못 쓰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말라비틀어져서 아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지금의 자세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도저히 '커피' 한 잔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조광〉 2월호의 〈동해〉는 작년 유월경에 쓴 냉한삼곡(冷汗三斛)의 열작(劣作)입니다. 그 작품을 가지고 지금의 이상을 촌탁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과거를 돌아보니 회한(悔恨)뿐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속여왔나 봅니다. 정직하게 살아왔거니 하던 제 생활이 지금 와보니 비겁한 회피의 생활이었나 봅니다.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고독과 싸우면서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며 있습니다. 오늘은 음력으로 제야입니다. 빈자떡, 수정과, 약주, 너비아니, 이 모든 기갈의 향수가 저를 못살게 굽니다. 생리적입니다. 이길 수가 없습니다.
가끔 글을 주시기 바랍니다. 고독합니다. 이곳에는 친구 삼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서울의 흙을 밟아볼는지 아직은 망연합니다. 저는 건강치 못합니다. 건강하신 형이 부럽습니다. 그러면 과세(過歲) 안녕히 하십시오. 부인께도 인사 여쭈어주시기 바랍니다.
우제 이상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ㅇㅂㄱ 0
-
실감하게 되네
-
급식 맛잇당 0
집 가고 싶당
-
기대가 된다
-
하 10점만 더 줘 카투사 좀 내보자..
-
24학번 위로는 슬슬 제적당할만큼 학고 모으지 않았나 우리학교는 학고 3번 모으면 제적인데
-
기찬아!!!!!!!!!!!!!
-
아니면 냉동볶음밥... 이따 캠퍼스구경하면서 식재료좀 사올가
-
60키로대를 딸깍 한번으로 도달시키구나
-
대학교에서 연애 안하는건 ㅂㅅ
-
미적분 2
시발점 끝낫는데 아이디어 ㄱㅊ나요 근대 뉴런을 가지고 잇긴해요 뉴런부터 들으면 힘들다길래
-
일찍 자도 5시간~5시간30 자면 자동으로 눈이 떠져서 괴로움... 알람 울릴때 깨고싶어
-
애완동물 기르다가 먼저 무지개다리 건너면 그 꼴 다시 겪기 싫어서 안 기르는 경우도 꽤 있나요? 2
저희 어머니 케이스인데 결혼 전, 이모와 같이 살 때 강아지를 기르셨는데강아지...
-
필수면 나중에 나오는 이기상 강의+교재만 하면 되나요 아니면 따로 ebs 수특 수완...
-
재종에서 하루에 시험본다고 외우는 단어가 100개쯤되고 단과 과제 단어가 하루에...
-
수학이랑 다르게 자기 밑천 마스킹하기 너무 좋은 과목이라 실체가 없는 소리를 하기...
-
옯데이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
영원히 함께할
-
고양이는 주저없이 사체를 먹고 개는 꽤 오래 주저한다고 하네요
-
안 씻어서 꼬질해짐 11
자취방 수도 연결 아직 안 해서 샤워를 못 함 찬 물만 나와... 고양이 세수만
-
사탐의대 5
이론적으로는 사탐의대가 가능한걸로 알고 있는데 과탐의 가산점+a 등등을 고려했을때...
-
ㅈㄱㄴ
-
무작정 버스 타러 와서 기다리는중임..
-
ㅇㅇ
-
군대=탐구선택인듯 15
두시간뒤에 신교대 입소하는데.. 문득 생각남 물1=육군 근본임 개념량(복무기간)...
-
아아... 0
나도 개강시켜줘...ㅠㅠ
-
다름이 아니고 당근에 26 쌍윤리밋 각각2마넌에 올라왔는데 섭노트는 없길래...
-
군수 입학 질문 6
제가 아마 7월 해군수송으로 가서 군수를 할거같은데 그럼 전역이 27년 4월...
-
171130은 대가리 굴리고 굴리다 비비니 됐는데 이건 시발 못해먹겠네 으윽 강의 볼 거야
-
배를 밀며 새1 이거 2개만 찍었고 그 중 하나 나옴 찍은 방법은 영업 비밀이라...
-
금요일날 출고라는데 보통 그럼 언제쯤 도착하나요??
-
예를들어, 사문생윤 91 90 2 90 89가 서울교대식 3.8%라는게 무슨 뜻이에요?
-
여자랑 눈 맞고 싶다
-
하기싫네ㄹㅇ
-
익숙하니까...
-
씁쓸허다 8
씁쓸혀
-
ebs는 절대 안볼꺼같음 독서 중요도는 평가원이 저격때려서 분명히 나올 것 같은...
-
내 생기부는 옛날식 생기부 엉엉
-
X스하고 와야지 12
화끈하고 땀 많이 흘려야지
-
혼밥 후 혼카페 3
…
-
오늘 AI교과서(?) 써보시려나
-
오 큐브 갑자기 잘되네 10
경쟁자들이 다들 개강하니까 편하군
-
ㄹㅇ 레전드네
-
학습법 공유좀 슬쩍..
-
안읽씹하는데 어캄..?
-
어렵다 어려워 개인주의가 심한 것 같아서 어렵네
-
빅포텐 풀었는데 머하지
-
힝 ㅠㅠ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