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미분가능 [1007587] · MS 2020 · 쪽지

2022-06-26 2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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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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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녹다


어디까지고 넓게 펼쳐진 밤하늘 아래,


옆에는 잠을 자듯 눈을 감은 그가 있다.



이것으로 나의 역할은 끝.


나는 「죽고 싶다」라는 당신의 생각에서 생겨난, 당신의 눈에만 보이는 환상일 뿐이다.


당신을 죽이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당신은 밖에서 돌아올 때면 항상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있을 때는 가끔 기뻐보이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데 왜 그런 얼굴을 보여주었는지는 아직도 이상할 따름이지만,


나는, 당신의 그 표정이 좋았다.



이제는 그런 얼굴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쓸쓸하다.


아이러니하지. 당신에게서 표정을 빼앗은 건 바로 나인데.



하지만 용서해줘. 당신이 「죽고 싶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없었을거야.


내가 당신을 구원해준 거라면 좋을 텐데.



나와 만나줘서 고마워.


감사와 사랑을 담아, 그의 입술에 키스한다.


역시나 그는,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 그렇지, 빨리 가야 한다.


죽음의 신님이 부르고 있다.



밤하늘에는 많은 별이 흩날리듯 빛나고 있다.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되는 것 같지만,


이런 나라도 저 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만약 될 수 있다면, 그대 옆에 나란히 있는 별이 되고 싶다.



아아, 아니면 다시 태어나는 것도 좋겠네.


다시 태어난다면 꽃이나 나비가 되고 싶어.


평화로운 들판에서 당신과 함께 산다면 분명 기쁠 거야.



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인간으로 사는 건 괴로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괜찮을지도 몰라.


그러면 언젠가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물론, 내 옆에서.





가라앉듯이, 녹아가듯이


둘만의 하늘이 펼쳐지는 밤에




둘이 함께라면 괜찮아.


저 먼 밤하늘의 어디까지라도 달려갈 수 있어.


이 손을 놓지 않는다면, 분명.




맞닿은 손의 감촉은 그대로인 채,



이 세상의 불안에서 벗어난 우리는



어디까지고 계속되는 밤으로, 녹아들어 갔다.




- <밤에 녹다>, 호시노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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