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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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돌쇠 아저씨 좋은 수가 있읍니다. 어떻게든지 해서 이 소가 하품을 허두룩 해 주십시오.
입을 딱 벌리고 하품을 헐 때에 지가 얼른 뛰어 나갈 텝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평생 이 뱃속에서 살거나 또는 뱃가죽을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읍니다. 그 대신 하품만 허게 해 주시면 이 소의 힘을 지금버덤 백갑절이나 더 세이게 해드리겠읍니다」
「옳다. 참 그렇구나. 그럼 내 하품을 허게 헐 테니 가만이 기다려라」
소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돌쇠는 얼른 이렇게 대답은 했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은 딱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소가 하품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읍니다. 그뿐 아니라 소가 하품하는 것을 돌쇠는 입때껏 한 번도 본 일이 없읍니다. 그래서 함부로 옆구리도 찔러보고 콧구녕에다 막대기도 꽂아보고 간질려도 보고 콧등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ㅡ별별 꾀를 다 내이나 소는 하품커녕은 귀찮은 듯이 몸을 피하고 도리질을 하고 한두어 번 연거푸 재채기를 했을 뿐입니다. 도무지 하품을 할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도깨비 새끼가 뱃속에서 자꾸 자라서 제절로 배가 터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물어 뜯기어 아까운 황소가 죽고 말 것입니다. 땅을 팔아서 산 황소요 세상에 다시 없이 애지중지하는 귀여운 황소가 그 꼴을 당한다면 그게 무슨 짝입니까. 돌쇠는 답답하고 분하고 슬퍼서 어쩔 줄을 모를 지경입니다.
생각다 못해서 돌쇠는 옷을 갈아입고 동네로 뛰어 내려 왔읍니다.
「어떡허면 소가 하품 하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제발 좀 가르쳐 주십시오」
동네로 내려온 돌쇠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렇게 외치며 물었읍니다만은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었읍니다. 동네에서 제일 나이 많고 무엇이든지 안다는 노인조차 고개를 기울이고 대답을 하지 못했읍니다.
그렇게 얼마를 묻고 다니다가 결국 다시 빈 손으로 돌쇠는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읍니다. 인제는 모든 일이 다 틀렸구나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고 기가 탁탁 막힙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풀이 죽어서 길게 몇 번씩 한숨을 내쉬이며 돌쇠는 오양간 앞으로 돌아와서 얼빠진 사람같이 황소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몇 해 동안 힘도 많이 도웁고 애도 많이 쓴 귀여운 황소!
며칠 안되어 뱃속에 있는 도깨비 새끼 때문에 뱃가죽이 터져서 죽고 마를 귀여운 황소!
그것을 생각하니 사람이 죽는 것보다 지지 않게 불쌍하고 슬프고 원통합니다.
공연히 그놈에게 속아서 황소 뱃속을 빌려 주었구나 하고 후회도 하여 보고 또 그렇게 미련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매질도 해 보고ㅡ그러나 그것이 인제 와서 무슨 소용입니까. 얼마 안 있어 돌쇠의 둘도 없는 보배이던 황소는 죽고 마를 것이요 돌쇠 자신은 다시 외롭고 쓸쓸한 몸이 되리라는 그것만이 사실입니다.
참다 못해서 돌쇠는 눈물을 흘리고 소리내어 울며 간신히 고개를 쳐들고 다시 한 번 황소의 얼굴을 바라보았읍니다. 황소도 자기의 신세를 깨달았는지 또는 돌쇠의 마음 속을 짐작했는지 무겁고 육중한 몸을 뒤흔들며 역시 슬픈듯이 돌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얼마 동안 그렇게 꼼짝 않고 돌쇠는 오양간 앞에 꼬부리고 앉아서 황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읍니다. 밥 먹을 생각도 없읍니다. 배도 고프지 않았읍니다. 다만 귀여운 황소와 이별하는 것이 슬펐읍니다. 오정 때 가까이 되도록 돌쇠는 이렇게 황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읍니다.
그랬더니 차차 몸이 피곤해서 눈이 아프고 머리가 혼몽하고 졸려졌읍니다. 그래서 고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을 딱 벌리고 기다랗게 하품을 하고 말았읍니다.
그때입니다. 돌쇠가 하품을 하는 것을 본 황소도 따라서 기다란 하품을 하기 시작했읍니다.
「옳다 됐다」
그것을 본 돌쇠가 껑충 뛰어 일어나며 좋아라고 손뼉을 칠 때입니다. 벌린 황소 입으로 살이 통통히 찐 도깨비 새끼가 깡창 뛰어 나왔읍니다.
「돌쇠 아저씨 참 오랫동안 고맙습니다. 아저씨 덕택에 이렇게 살까지 쪘으니 아저씨 은혜가 참 백골난망입니다. 그대신 아저씨 소가 지금보다 백갑절이나 기운이 세이게 해 드리겠읍니다」
도깨비 새끼는 돌쇠 앞에 엎데어 이렇게 말하고 나서 넙죽 절을 하더니 상처가 나은 꼬리를 저으며 두어 번 재주를 넘었읍니다. 그리고나서 어디로인지 없어지고 말았읍니다.
그때에야 돌쇠는 겨우 정신을 차렸읍니다. 입때껏 일이 꿈인지 정말인지 잠깐 동안은 분간할 수 없었읍니다. 그리다가 고개를 들어 홀쭉해진 황소의 배를 바라보고 처음으로 모든 것을 깨닫고 하하하하 큰 소리를 내어 웃었읍니다. 그리고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황소의 등을 쓰다듬었읍니다.
죽게 되었던 황소가 다시 살아났을 뿐 아니라 이튿날부터는 입때보다 백갑절이나 힘이 세어져서 세상 사람들을 놀래었읍니다. 돌쇠는 더욱 부지런해져서 이른 아침부터 백마력(百馬力)의 소를 몰며「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두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하는 법야」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콧노래를 불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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