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4)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7146317
「아 돌쇠 아저씨 좋은 수가 있읍니다. 어떻게든지 해서 이 소가 하품을 허두룩 해 주십시오.
입을 딱 벌리고 하품을 헐 때에 지가 얼른 뛰어 나갈 텝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평생 이 뱃속에서 살거나 또는 뱃가죽을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읍니다. 그 대신 하품만 허게 해 주시면 이 소의 힘을 지금버덤 백갑절이나 더 세이게 해드리겠읍니다」
「옳다. 참 그렇구나. 그럼 내 하품을 허게 헐 테니 가만이 기다려라」
소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돌쇠는 얼른 이렇게 대답은 했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은 딱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소가 하품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읍니다. 그뿐 아니라 소가 하품하는 것을 돌쇠는 입때껏 한 번도 본 일이 없읍니다. 그래서 함부로 옆구리도 찔러보고 콧구녕에다 막대기도 꽂아보고 간질려도 보고 콧등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ㅡ별별 꾀를 다 내이나 소는 하품커녕은 귀찮은 듯이 몸을 피하고 도리질을 하고 한두어 번 연거푸 재채기를 했을 뿐입니다. 도무지 하품을 할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도깨비 새끼가 뱃속에서 자꾸 자라서 제절로 배가 터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물어 뜯기어 아까운 황소가 죽고 말 것입니다. 땅을 팔아서 산 황소요 세상에 다시 없이 애지중지하는 귀여운 황소가 그 꼴을 당한다면 그게 무슨 짝입니까. 돌쇠는 답답하고 분하고 슬퍼서 어쩔 줄을 모를 지경입니다.
생각다 못해서 돌쇠는 옷을 갈아입고 동네로 뛰어 내려 왔읍니다.
「어떡허면 소가 하품 하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제발 좀 가르쳐 주십시오」
동네로 내려온 돌쇠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렇게 외치며 물었읍니다만은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었읍니다. 동네에서 제일 나이 많고 무엇이든지 안다는 노인조차 고개를 기울이고 대답을 하지 못했읍니다.
그렇게 얼마를 묻고 다니다가 결국 다시 빈 손으로 돌쇠는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읍니다. 인제는 모든 일이 다 틀렸구나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고 기가 탁탁 막힙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풀이 죽어서 길게 몇 번씩 한숨을 내쉬이며 돌쇠는 오양간 앞으로 돌아와서 얼빠진 사람같이 황소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몇 해 동안 힘도 많이 도웁고 애도 많이 쓴 귀여운 황소!
며칠 안되어 뱃속에 있는 도깨비 새끼 때문에 뱃가죽이 터져서 죽고 마를 귀여운 황소!
그것을 생각하니 사람이 죽는 것보다 지지 않게 불쌍하고 슬프고 원통합니다.
공연히 그놈에게 속아서 황소 뱃속을 빌려 주었구나 하고 후회도 하여 보고 또 그렇게 미련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매질도 해 보고ㅡ그러나 그것이 인제 와서 무슨 소용입니까. 얼마 안 있어 돌쇠의 둘도 없는 보배이던 황소는 죽고 마를 것이요 돌쇠 자신은 다시 외롭고 쓸쓸한 몸이 되리라는 그것만이 사실입니다.
참다 못해서 돌쇠는 눈물을 흘리고 소리내어 울며 간신히 고개를 쳐들고 다시 한 번 황소의 얼굴을 바라보았읍니다. 황소도 자기의 신세를 깨달았는지 또는 돌쇠의 마음 속을 짐작했는지 무겁고 육중한 몸을 뒤흔들며 역시 슬픈듯이 돌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얼마 동안 그렇게 꼼짝 않고 돌쇠는 오양간 앞에 꼬부리고 앉아서 황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읍니다. 밥 먹을 생각도 없읍니다. 배도 고프지 않았읍니다. 다만 귀여운 황소와 이별하는 것이 슬펐읍니다. 오정 때 가까이 되도록 돌쇠는 이렇게 황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읍니다.
그랬더니 차차 몸이 피곤해서 눈이 아프고 머리가 혼몽하고 졸려졌읍니다. 그래서 고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을 딱 벌리고 기다랗게 하품을 하고 말았읍니다.
그때입니다. 돌쇠가 하품을 하는 것을 본 황소도 따라서 기다란 하품을 하기 시작했읍니다.
「옳다 됐다」
그것을 본 돌쇠가 껑충 뛰어 일어나며 좋아라고 손뼉을 칠 때입니다. 벌린 황소 입으로 살이 통통히 찐 도깨비 새끼가 깡창 뛰어 나왔읍니다.
「돌쇠 아저씨 참 오랫동안 고맙습니다. 아저씨 덕택에 이렇게 살까지 쪘으니 아저씨 은혜가 참 백골난망입니다. 그대신 아저씨 소가 지금보다 백갑절이나 기운이 세이게 해 드리겠읍니다」
도깨비 새끼는 돌쇠 앞에 엎데어 이렇게 말하고 나서 넙죽 절을 하더니 상처가 나은 꼬리를 저으며 두어 번 재주를 넘었읍니다. 그리고나서 어디로인지 없어지고 말았읍니다.
그때에야 돌쇠는 겨우 정신을 차렸읍니다. 입때껏 일이 꿈인지 정말인지 잠깐 동안은 분간할 수 없었읍니다. 그리다가 고개를 들어 홀쭉해진 황소의 배를 바라보고 처음으로 모든 것을 깨닫고 하하하하 큰 소리를 내어 웃었읍니다. 그리고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황소의 등을 쓰다듬었읍니다.
죽게 되었던 황소가 다시 살아났을 뿐 아니라 이튿날부터는 입때보다 백갑절이나 힘이 세어져서 세상 사람들을 놀래었읍니다. 돌쇠는 더욱 부지런해져서 이른 아침부터 백마력(百馬力)의 소를 몰며「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두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하는 법야」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콧노래를 불렀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꾸준추!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문학언매 뺑이나 치자
-
아수라 들으면서 국어 실모 총 30개정도 풀거같은데 강k에 더해서 풀만한 실모...
-
킬러보단 딱 이 난이도나 살짝 더 어려우면 좋겠음. (11~21 정도) 이것도...
-
크기 체감을 위해 어제 알약과 샤프친구들과 사이좋게 한 컷 이제 잡고 지우기가...
-
예쁜 쌤이 때려주면 포상 아님……? 그거 노리고 일부러 숙제 안 해가고 했던...
-
그냥 궁금해서요 저만 손가락걸기 하면서 어떻게든 검토할 시간 만들고있던 거였나요?
-
경제지문에서마저 모든 경제주체는 합리적 판단을 하려고한다(=이득이 최대가 되려는...
-
아 잘잤다 0
개운?해
-
쌀먹만한줄알앗더니 큐브 좀 쓰긴햇나봄...
-
그치만 설대 정시 생기부반영 때문에 해야한다는 사실
-
5만원 어릴때의 나는 도대체 뭘 했던걸까
-
같은 출제 교수인가보네
-
단락의 개요 잡기
-
대성에서 빡모, 배성민t 모고, 션티t 키센스 이렇게 한 번에 시켰는데 빡모랑...
-
진짜 개좆같은데 그동안 푼 리트 전체 지문보다 더 어려움 비합리적 어려움
-
역사는 반복된다 7
수능국어는강기원 · 1157560 · 09/05 11:31 (수정됨) 20196월:...
-
승리쌤 아수라 0
승리쌤 커리는 kbs만 듣고 나머지 기출은 마닳로 독학했는데 아수라들어도 괜찮을까요??
-
감기 미치겠네 0
아으
-
잇올 벌써 이틀이나 못 갔네
-
힘내야지 6
낼 수 있으려나
-
공학수학가서 2
클리어모의고사 풀면 나다
-
진짜 어려운듯,,,
-
혹시 답만이라도 있으신분 계실까요 현장 간 날에 시험지는 받았는데 컨디션 안 좋아서...
-
눈치안보이고 시간잘가는 그런 딴짓 추천좀 참고로 전자기기 가능
-
이거 상상론으로 볼수있는 여지는 아예 없는건가요? 아닌거같긴한데 명쾌하게 왜 아닌지...
-
Siuuuuu 2
능 냄새
-
투두메 구함뇨 0
하는 사람 잇으면 쪽지 ㄱㄱ
-
저번에 "모든사람은 주류문화를 향유한다"가 맞는 선지인지를 물어보는 글을 올렸었는데...
-
언미생1지1 평가원 성적 2411 32346 2506 33323 2509 91 84...
-
인강용 스피드러너요
-
독서 -2 문학 -2 언매 -7..... 89점. 1컷 80 ㄷㄷ... 언매 35...
-
중버기 1
빨리 씻고 독서실게
-
현역이고 혹시 몰라 반수 준비하는 수시생임. 수능공부 하려고 인정 조퇴, 인정...
-
BYE:)
-
6교시만되면 졸림.,.
-
어제 너무 아파서 오후에 병원다녀왔는데 오늘도 열이 높아서 질병결석 쓰려고 했으나...
-
오르비에서 언급이 많이없다 엉엉 ㅠ
-
공부하다 졸릴때 6
어케함? 그냥 자요 XX 조금만 자려고 눈붙이면 한시간 자버림
-
솔직하게 말하셔서 좋음 이 부분 못봐서 헤맸다,난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
8시는 진자 힘들어서 안되겠다 … 차라리 밤 늦게까지 하고말지
-
국어강사들은 역대 킬러지문을 현장에서 다 뚫어낼 수 있을까 23
브레턴우즈 오버슈팅 할매턴우즈 잊잊잊잊 이런것들 생전 처음보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함...
-
등교완료 12
얼마 안남았다 일단 얼버기
-
경기대 추합 0
저 인문대학이 국어국문 영어영문 사학 글로벌 언어문학과를 다 합쳐서 23명뽑는 걸로...
-
흥미 없는 공부는 14
끌고가기가 너무 힘들군
-
사탐 변표를 악의적으로 ㅈㄴ낮게잡던가 사탐 전과목 2등급 블랭크를 내는수밖에없음...
-
프로미스나인 이나경 12
-
사이느와 삐!
-
존나화가나네그냥
-
서울대 의떨 취급해서 서울대생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의대 버리고 온 사람 널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