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y Lake [870531] · MS 2019 · 쪽지

2022-06-14 10: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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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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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말이냐 우리 소가 제일이다」 


그럴 적마다 돌쇠는 이렇게 생각하고 더욱 맛있는 죽을 먹이고 딸랑 딸랑 이려 이려ㅡ하고 신이 나서 소를 몰았습니다. 


원래 게으름뱅이 돌쇠입니다만은 이튿날부터는 소 모는데 고만 재미가 나서 장작을 팔러 다녀서 돈도 많이 모았읍니다. 눈이 오거나 아주 추운 날은 좀 편히 쉬어 보려도 소가 말을 안 들었읍니다. 첫 새벽부터 오양간 속에서 발을 구르고 구슬을 내 흔들고ㅡ넘쳐 흐르는 기운을 참지 못해 껑정껑정 뜁니다. 그러면 돌쇠는 할 수 없이 또 황소를 끌어내이고 맙니다. 


이러는 사이에 어느덧 두 달이 거진 다 지나가고 삼(三)월 그믐께가 다가왔읍니다. 그때부터 웬일인지 자꾸 소의 배가 부르기 시작했읍니다. 돌쇠는 깜짝 놀래어 틈 있는 대로 커다란 배를 문질러 주기도 하고 또 약을 써보고 했으나 도무지 효력이 없읍니다. 노인네들에게 보여도 무슨 때문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읍니다. 


돌쇠는 매일을 걱정과 근심으로 지냈읍니다. 아마 이것이 필경 뱃속에 있는 도깨비 장난인가 보다 하는 것은 어슴푸레 짐작할 수 있었으나 처음에 꼭 두 달 동안이라고 약속한 일이니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뿐아니라 소는 다만 배가 불러 올 뿐이지 별로 기운도 줄지 않고 앓지도 않는 고로 


「제기 그냥 두어라. 며칠 더 기대리면 결말이 나겠지. 죽을 것 살려주었는데 설마 나쁜 짓이야 하겠니」 


이렇게 생각하고 사(四)월이 되기만 고대했읍니다. 


소는 여전히 기운차게 이 구루마를 끌고 산이든 언덕이든 평지같이 달렸읍니다. 


그예 삼(三)월 그믐이 다가왔읍니다. 


돌쇠는 겨우 후ㅡ하고 한숨을 내쉬이고 그날 하루만은 황소를 편히 쉬이게 했읍니다. 그리고 이왕이니 오늘 하루만 더 도깨비를 두어두기로 결심하고 소를 오양간에다 매인 후 맛있는 죽을 먹이고 자기는 일찍부터 자고 말았읍니다. 


이튿날 사(四)월 초하룻날 첫 새벽입니다. 문득 돌쇠가 잠을 깨이니까 오양간에서 쿵쾅쿵쾅하고 야단스런 소리가 났읍니다. 돌쇠는 깜짝 놀래어 금방 잠이 깨어서 뛰쳐 일어났읍니다. 


소를 누가 훔쳐가지나 않나 하는 근심에 돌쇠는 옷도 못 갈아 입고 맨발로 마당에 뛰어내려 단숨에 오양간 앞까지 다름질쳤읍니다. 그랬더니 웬일인지 돌쇠의 황소는 오양간 속에서 이를 악물고 괴로와 못 견디겠다는 듯이 미친 것 모양으로 겅중 겅중 뜁니다. 가엾게도 황소는 진땀을 잔뜩 흘리고 고개를 내저으며 기진역진한 모양입니다. 


돌쇠는 깜짝 놀래어 미친듯이 날뛰는 황소 고삐를 붙잡고 늘어졌읍니다. 그러나 황소는 좀체로 진정치를 않고 더욱 힘을 내어 괴로운 듯이 날뜁니다. 


「대체 이게 웬 영문야」 


할 수 없이 돌쇠는 소의 고삐를 놓고 한숨을 내쉬이며 얼빠진 사람같이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읍니다. 


「돌쇠 아저시 돌쇠 아저씨」 


그때입니다. 어디서인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돌쇠는 확실히 들었읍니다. 돌쇠는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버쩍 나서 주위를 돌아보았읍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때 또 어디서인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 왔읍니다. 


「돌쇠 아저씨 돌쇠 아저씨」 


암만해도 그 소리는 황소 입 속에서 나오는 것 같았읍니다. 그래서 돌쇠는 자세히 들으려고 소 입에다 귀를 갖다 대었읍니다. 


「돌쇠 아저씨 저예요 저예요 저를 몰르세요?」 


그때에야 겨우 돌쇠는 그 목소리를 생각해 내었읍니다. 


「오ㅡ너는 도깨비 새끼로구나 날이 다 새었는데 왜 남의 소 뱃속에 입때 들어 있니 약속한 날짜가 지났으니 얼른 나와야 허지 않겠니」 


그랬더니 황소 속에서 도깨비 새끼는 이렇게 대답했읍니다. 


「나가야 헐 텐테 큰일 났읍니다. 돌쇠 아저씨 덕택으로 두 달 동안 편히 쉬인 건 참 고맙습니 다만은 매일 드러누워 아저씨가 주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가 기한이 됐길래 나가려니까 그 동안에 굉장히 살이 쪘나봐요 소 모가지가 좁아서 빠져 나갈 수가 없게 됐단 말예요 억지루 나가려면 나갈 수는 있지만 소가 아픈지 막 뛰고 발광을 하는구먼요 야단났읍니다」 


돌쇠는 그 말을 듣고 기가 탁 막히고 말았읍니다. 


「그럼 어떡허면 좋단말이냐 그거 참 야단이로구나」 


돌쇠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기고 말았읍니다. 도깨비 새끼에게 황소 뱃속을 빌려준 것을 크게 후회했지만 인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읍니까. 무엇보다도 소가 불쌍해서 돌쇠는 고만 눈물이 글썽 글썽 하고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았읍니다. 


그때 또 도깨비 새끼 목소리가 들려 나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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