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록(3)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7065497
추악한 화물
그예 찾아내고 말았다.
나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풀칠한 현관 유리창에 거무데데한 내 얼굴의 하이라이트가 비칠 뿐이다.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내 바로 옆에서 한 말리의 개가 흙을 파고있다. 드러누웠다. 혀를 내민다. 혀가 깃발같이 굽이치는 게 퍽 고단해 보였다.
온돌방 한 칸과 ‘이첩칸(二疊間)’.
이렇단다. 굳게 못질을 하여 놓았다. 분주하게 드나드는 쥐새끼들은 이 집에 관해서 아무것도 나에게 전하지 않는다.
안면 근육이 별안간 바작바작 오그라드는 것 같다. 살이 내리나보다. 사람은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이 내리고 오르고 하나보다. 날라와야겠다. 그 오물투성이의 대화물을!
절이나 하는 듯이 ‘대가(大家)’라 써 붙인 목패 옆에 조그마한 명함 한 장이 꽂혀 있다. ‘한○○, 전등료(電燈料)는 ○○정 ○○번지로 받으러 오시오.’ (거짓말 말어라) 이 한○○란 사나이도 오물투성이의 대화물을 질질 끌고 이리저리 방황했을 것이어늘…… ○○정이 어디쯤인가!
(거짓말 말어라)
왜 사람들은 이삿짐이란 대화물을 운반해야 할 구차 기구한 책임을 가졌나.
나는 집 뒤로 돌아가 보려 했다. 그러나 길은 곧장 온돌방까지 뚫린 모양이다. 반 칸도 못 되는 컴컴한 부엌이 변소와 마주 붙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 거기도 못이 굳게 박혀 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성격 파산, 무엇 때문에? 나의 교양은 나의 생애와 다름없이 되었다. 헌 누더기 수염도 길렀다. 거리. 땅.
한 번도 아내가 나를 사랑 않는 줄 생각해 본 일조차 없다. 나는 어느 틈에 고상한 국화 모양으로 금시에 수세미가 되고 말았다. 아내는 나를 버렸다. 아내를 찾을 길이 없다.
나는 아내의 구두 속을 들여다본다. 공복…… 절망적 공허가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 숨이 가빴다.
그 다음에 무엇이 왔나.
적빈…… 중요한 오물들은 집안 사람들이 하나 둘 집어냈다. 특히 더러운 상품 가치 없는 오물만이 병균같이 남아 있었다.
하룻날, 탕아는 이 처참한 현상을 내 집이라 생각하고 돌아와 보았다. 뜰앞에 화초만이 향기롭게 피어 있다. 붉은 열매가 열린 것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여지없이 변형되고 말았고, 기성을 발하여 욕지거리다.
종시 나는 암말 없었다.
이미 만사가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서 손바닥만한 마당에 내려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내 손때가 안 묻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
나는 책을 태워 버렸다. 산적했던 서신을 태워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나의 기념을 태워 버렸다.
가족들은 나의 아내에 관해서 나에게 질문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도 말하지 않는다.
밤이면 나는 유령과 같이 흥분하여 거리를 뚫었다. 나는 목표를 갖지 않았다. 공복만이 나를 지휘할 수 있었다. 성격의 파편 ─ 그런 것을 나는 꿈에도 돌아보려 않는다. 공허에서 공허로 말과 같이 나는 광분하였다. 술이 시작되었다. 술은 내 몸 속에서 향수같이 빛났다.
바른팔이 왼팔을, 왼팔이 바른팔을 가혹하게 매질했다. 날개가 부러지고 파랗게 멍든 흔적이 남았다.
몹시 피곤하다. 아방궁을 준대도 움직이기 싫다. 이 집으로 정해버려야겠다.
빨리 운반해야 한다. 그 악취가 가득한 육신들을 피를 토하는 내가 헌 구루마 위에 걸레짝같이 실어 가지고 운반해야 한다.
노동이다. 나에게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일 공강 ㅋㅋ 0
아싸(맞음) ㅋㅋ
-
05보다 06이 2만명 정도 많은데 올해 수능 응시자수가 2만명...
-
[속보] 오세훈 관용차량에 여성 침입⋯회의 자료 등 훔쳐 도주 중 4
한 여성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관용차량에 침입해 물건을 절도한 뒤 달아나 경찰이...
-
이감 간쓸개 2
이감 간쓸개 주간지 어떻게 사나요 학원 안 다니면 못사나요??
-
헤헷 4
흐흣
-
요게 무슨말인가요???
-
경희대 학고반수 2
경희대 학고반수 중인데 수강 안해도 알아서 학고라는데 최저학점이 9학점이라 혹시...
-
전대 의대를 목표로 재수하려는 학생입니다 작수 언매 1개 틀렸습니다. 작년에 언매...
-
문제 어느정도 암기하는게 도움이 되나요..? 문제풀면서 안익숙하고 처음보는...
-
외대 학고반수 0
수강신청 암것도 안해도된다는디.?
-
러셀 기숙 0
밥 맛있음??
-
ㅋㅋㅋㅋㅋㅋ 개기염네
-
기숙복귀 0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하 시 발
-
에휴이..
-
흠 설명 들어보니까 재밌을거 같기도 중학교 수학은 좀 쫄리지만
-
안녕하세요 치과의사만의 커뮤니티 그 이상, 모어덴입니다. 치과대학&치전원 등록...
-
당분간 문제 풀지 말고 개념 복습 및 연구 더 나아가 기출분석을 통한 문제에서 얻을...
-
국어4등급목표면 11
뭐부터해야하죠 현재 국어6등급 작년 김승리풀커리탔었음
-
ㄱㅁ글 한번해봄 1
친구랑 밥먹고옴
-
퇴근 전까지 2
지1 교과서 천체 부분을 정독하겠다
-
오늘안되려나
-
왜냐하면 본인이 커뮤를 안 끊어서 재수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
-
진짜 수능이후로 1
수학 쳐다도안보니 다 까먹음뇨 ㅋㅋ
-
안녕하겠냐? 5
-
아
-
15분 공부하고 5분 쉬고 12번 반복한 후 1시간 풀로 쉬는데 이거 이렇게 해도...
-
광클실패 3
인생…ㅠㅠ
-
이런..
-
사실상 그리 없는거죠???
-
교육부 “증원 알고 입학한 의대 25학번 수업거부 명분 없어” 11
교육부는 4일 “의대 2025학번은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증원을 이유로 한...
-
국수탐!
-
태블릿 까먹어서 기록x 5h 44m
-
약대 질문 4
여긴 딱히 휴학 이런거 없죠? 의대 휴학은 들어봤는데 약대 휴학은 딱히 들어본 적이 없어서
-
불후의명강은 부교재사서 진도맟추며 풀라고하시는데 잘생긴개념은 부교재...
-
뭐 사는거마다 다 떨어지노… 어제 NVDL 65000에 들어갔는데 60000이네 슈발
-
이번에 다시 수능 칠까하는데 22학년도 수능 화1 만점이고 지구는 2등급이 많이...
-
교수님 나는 돈을 내는 입장입니다. 이해시키세요.
-
원광 22>8(-14)(의대) 원광 7>3(-4)(약대) 원광 34>4(한의예...
-
고우시다
-
전설의 작년 서울대 0명 ㅈ반고인데 학교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된지 3년정도 돼서...
-
영어 0
대학에서 토킹어바웃해라고 발표시키는데 콩글리쉬 밖에 모르는 나로썬 견디기...
-
수확황들아 22
교수님이 갑자기 푸시라하셔서 대갈빡 굴려보긴했는데 답좀
-
일반고 정시현실 7
내신 1점대중에 수능 등급 평균 1.5이상없음… 근데 그 선배들도 진짜 개열심히...
-
수특영단어 2
수특 영단어 암기 필요한가요?
-
집가는 중 0
졸려
-
논란이많던데.. 지금메가패스끊은상태긴한데 대성으로 가여할까요?생윤은?
-
이거 다들 그럼? 아님 나만 이럼?
-
시대 수학 0
아직 2컷에서 2문제정도 더 밎추는데 시대는 제가 들어본적은 없지만 제 생각에는...
-
미쳣냐??????????? 2년동안멀쩡하던 교칙을 올해뜯어고쳐??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