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별기(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971033
1
스물세 살이오―삼월이오―각혈이다. 여섯 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 다만 나비만큼 남겨 가지고 약 한 제 지어 들고 B라는 신개지(新開地)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게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그러나 이내 아직 기를 펴지 못한 청춘이 약탕관을 붙들고 늘어져서는 날 살리라고 보채는 것은 어찌하는 수가 없다. 여관 한등(寒燈) 아래 밤이면 나는 늘 억울해 했다.
사흘을 못 참고 기어이 나는 여관 주인영감을 앞장세워 밤에 장고소리 나는 집으로 찾아갔다. 게서 만난 것이 금홍(錦紅)이다.
“몇 살인구?”
체대(體大)가 비록 풋고추만하나 깡그라진 계집이 제법 맛이 맵다. 열여섯 살?
많아야 열아홉 살이지 하고 있자니까,
“스물한 살이에요.”
“그럼 내 나인 몇 살이나 돼뵈지?”
“글쎄 마흔? 서른아홉?”
나는 그저 흥! 그래 버렸다. 그리고 팔짱을 떡 끼고 앉아서는 더욱더욱 점잖은 체했다. 그냥 그날은 무사히 헤어졌건만.
이튿날 화우(畵友) K군이 왔다. 이 사람인즉 나와 농하는 친구다. 나는 어쩌는 수 없이 그 나비 같다면서 달고 다니던 코밑수염을 아주 밀어 버렸다. 그리고 날이 저물기가 급하게 또 금홍이를 만나러 갔다.
“어디서 뵌 어른 겉은데.”
“엊저녁에 왔던 수염 난 양반, 내가 바루 아들이지. 목소리꺼지 닮었지?”
하고 익살을 부렸다. 주석이 어느덧 파하고 마당에 내려서다가 K군의 귀에 대고 나는 이렇게 속삭였다.
“어때? 괜찮지? 자네 한번 얼러 보게.”
“관두게, 자네나 얼러 보게.”
“어쨌든 여관으로 껄구 가서 짱껭뽕을 해서 정허기루 허세나.”
“거 좋지.”
그랬는데 K군은 측간에 가는 체하고 피해 버렸기 때문에 나는 부전승으로 금홍이를 이겼다. 그날 밤에 금홍이는 금홍이가 경산부라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언제?”
“열여섯 살에 머리 얹어서 열일곱 살에 낳았지.”
“아들?”
“딸.”
“어딨나?”
“돌 만에 죽었어.”
지어 가지고 온 약은 집어치우고 나는 전혀 금홍이를 사랑하는 데만 골몰했다.
못난 소린 듯하나 사랑의 힘으로 각혈이 다 멈췄으니까.
나는 금홍이에게 놀음채를 주지 않았다. 왜? 날마다 밤마다 금홍이가 내 방에 있거나 내가 금홍이 방에 있거나 했기 때문에――
그 대신――우(禹)라는 불란서 유학생의 유야랑(遊冶郞)을 나는 금홍이에게 권하였다. 금홍이는 내 말대로 우씨와 더불어 ‘독탕’에 들어갔다. 이 ‘독탕’이라는 것은 좀 음란한 설비였다. 나는 이 음란한 설비 문간에 나란히 벗어 놓은 우씨와 금홍이 신발을 보고 언짢아하지 않았다.
나는 또 내 곁방에 와 묵고 있는 C라는 변호사에게도 금홍이를 권하였다. C는 내 열성에 감동되어 하는 수 없이 금홍이 방을 범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금홍이는 늘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우, C 등등에게서 받은 십 원 지폐를 여러 장 꺼내 놓고 어리광 섞어 내게 자랑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는 백부님 소상 때문에 귀경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정자 곁으로 석간수가 졸졸 흐르는 좋은 터전을 한군데 찾아가서 우리는 석별의 하루를 즐겼다. 정거장에서 나는 금홍이에게 십 원 지폐 한 장을 쥐어 주었다. 금홍이는 이것으로 전당잡힌 시계를 찾겠다고 그러면서 울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김동욱 안듣는데도 몸이 알아서 반응해버리네..
-
오운완 0
공복 유산소 40분
-
얼버기기상
-
모기 컷 0
-
얼버잠 수면실패 0
늦잠
-
아니면 따로 인터넷 달아서 쓰시는중?
-
멋지시네요(cool)
-
얼버잠 1
-
소득분위 10분위중 8분위 이하 아마 거의 반?은 국장+전액장학(학교장학) 받아서...
-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누구나 열등감 하나쯤은 갖고있겠지만 제 열등감은 품고 살...
-
재수 문제집 0
이번 수능 끝나고 새로운 문제집 사고 싶어서 지금은 pdf 파일 a4로 프린트해서...
-
현역이고 시리즈도 겁나 많던데.. 미대라 수학은 안하고 국영지1세계사 만 하는데...
-
오늘 공부한 시간 - 3시간 42분 오늘 한 공부 수학 - 오르빗 70번까지 -...
-
그렇게하면 많이 안맞을까요? 의대생기부가 그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죠 치한약수 중에
-
얼버기 0
는 아니고 걍 잠 못 잠 ㅅㅂ
-
작수 무서운 점 2
19 22는 9평 물로 낸 후 다 방심시킨 뒤에 폭탄 던지고 1컷 84 떴는데...
-
님들 왜 안잠 1
-
저번주 목요일에 서민앱에서 신청해서 금욜승인나고 지금 ibk 계좌개설해서 오늘...
-
반수 최저러라 파이널 강좌로 김승리T 처음 들어봅니다 주간 학습 계획표 보면 EBS...
-
말이 되나 싶네 국어 그냥 호기심에 메가 낮은타수 분들 해설 봤는데 무슨 문학지문도...
-
국가장학금 기초수급자 아닌 이상 받을 수 있는 성적 커트라인 못해도 3.3/4.3...
-
ㅈㄴ 병신같긴 하다 휴르비 드간다….
-
그동안 쭉 의대생기부로 써왔음 차피 갈수있을만한 유일한 학종의대가 지역인재...
-
이번 9평을 기준으로 해봅시다 (1) 남들이 다 맞출법한데 혼자 틀린 문제 ex)...
-
옆에서 휴지 부스럭 거리고 재채기하면 많이 민폐죠…? 재채기도 코등 찌르면서 최대한...
-
이거에 양말만 갈아 신음 강민철 듣습니다
-
지역: 서울시, 과천시, 성남시, 용인시 과목: 수학 (미적, 확통), 물리학1 -...
-
농구를 그렇게했는데 겨울언제와
-
오늘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끊임없이 콧물 질질 나고 재채기 했음 에어컨...
-
가을 옷 15
옯비언들도 가을 옷 사나요 다들 패션 취향 어떤지 궁금 일단 전 스트릿 조아해요
-
6평 집모 50 9평 현장 50인데 6평은 뭐 집모라 그렇다치고 9평은 헷갈리는...
-
진심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임…
-
그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가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잘시간이 온거같다
-
자야되는데 0
늦개자면 학교 가서 쳐졸걸 알면서도 폰을 놓을 수가 없다..
-
표점 상관없고 1컷이나 2등급만 맞으면 되는상황이면 기하가 꿀 아님?
-
수분감 어삼쉬사 0
어삼쉬사는 무슨 쉬사를 9~14, 20~21이라고 잡아뒀던데 11번부터 막히는...
-
패션 안경 살까 0
원래 도수 높은 안경 썼다가 렌즈 끼고 그나마 사람답게 생겨졌는데 그 이후로 안경...
-
ㅅㅂ 공군가기 힘들다
-
오르비 망했다
-
하
-
화작 기하 영어 물리 지구 순서 원점수 85 93(22, 26틀) 3 45(13,...
-
걱정 마셈 1
이번 비 끝나면 수능 공기 입갤임
-
9월 끝나가는데 30도가 말이되냐;; 자다가 모기 때매 깼는데 슬슬 무서워질 지경임
-
안 자는 사람? 2
왜 안 자용?
-
드뎌 다했다 0
집 가자 더럽게 힘들었지만 오늘치 총정리과제 다 맞아서 행복
-
되도록이면 정상인들하고만 교류하는 게 좋음 이래서
-
오늘의 망상 2
연애도 좀 하고 친구들이랑 농구도 좀 하고 아는 형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 잔...
-
심한 발상보다는 기출에서 나왔던 발상이 꼬여서 나오는 문제가 많은 n제 추천해 주세요
-
사설 망: 문제 너무 이상한데 사설 잘봄: 평가원보다 쉬운데, 평가원 이렇게 싑게...
-
국어 기출 책 뭐풀죠 지금까지 평가원 기출 제대로 안풀어봄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