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22-05-10 14: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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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과 27살 수능공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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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kkiaaaaaaaaa




1. 19살과 27살의 공부 스트레스는 차원이 다르다.


뇌가 빠릿빠릿 돌아가지 않는다? 이건 사실 10년 내내 수능을 봐온 사람 입장에서 크게 못 느끼겠다


다만, 27살되면 너나할것없이 평범한 경우 몸의 어느부분 하나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같은 경우는 어깨와 목, 허리가 안좋아서 (다안좋네 ㅅㅂ) 


한떄 누워서 공부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19살에는 한 자리 앉아서 9시간동안 울며겨자먹기로 공부도 해봤지만


27살에는 2시간만 앉아있어도 어디하나가 아파서 앉아있기가 힘들더라




2. 19살과 27살의 수능 목표는 차원이 다르다.


19살 떄는 시부레 연세대 철학과붙어서 철학과 훈남 소리 들으며 이대 애들이랑 소개팅 로망가지면서 공부했다


이 목표가 오르비에서 그나마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4수 까지는 버텨주더라


그런데 5수부터 마이너에 접어들며 점차 이 꽃다운 로망들이 사그라들면서


26살부터는 이대 소개팅은 개뿔, 의대 입학이 아니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는거 아닌가? 걱정이 생겨버렸다.


로망보다는 생존 수능에 가까운 수준이다보니 공부하는 기분이 아름다운 꿈을 꾸기보단, 불안과 초조함이 더 크더라




3. 19살과 27살의 수능 시험장은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이 말한다. 재수 삼수하면 수능 시험장 떨림 1도 없다고, ㅇㅇ 맞음


19살 현역때에도 사실 뭐 떨림보다는 설렘 비슷한 감정이었고


재수때는 한결 가볍게, 삼수떄는 내 안방 드나들듯 마음 편하게 시험볼 수 있었다


근데 사수때부터는 뭔가 내 존재 자체가 소수에 속하면서 이번 시험 안되면 인생 조진다는 걱정이 커졌고


5수때 국어풀다가 손떨리고 앞이 안보여서 화장실가서 토하고 옴


이때 시험장 노이로제걸려서, 이후 수능계절이라 불리는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만 마주하면 우울증 걸리더라


지금도 10월말 차가운 공기 올때면 한동안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


(근데 진짜 그때쯤되면 세상이 좀 흑백이 되지않음??)




4. 19살과 27살의 수능 응원은 차원이 다르다.


19살, 20살떄는 주변 수험생 친구들과 함께 화이팅했고


21살, 22살때는 아직 날 기억해주는 동문들의 응원을 일방적으로 받았고


23살, 24살떄는 진짜 친구를 구별해주는 수단으로 몇 안남은 친구의 소중한 응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로는 누군가의 응원이 민망해졌고, 오히려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았으면 싶더라


25살때 아버지 회사의 상사분에게 자그마한 쪽지를 받았을떄는 아부지한테 미안할 따름


그 후, 산속고시원에서 공부한 터라 가족의 응원도 희미해졌을때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5. 19살과 27살의 수능 수험생들과의 대화는 차원이 다르다.


19살부터 22살, 오르비 메인라인인 사수까지와의 대화에서는 여전히 대학얘기가 주를 이뤘다.


대학은 어디가 좋다더라 과가 어떻고, 취업은 어떻고, 내 친구 누가 미팅을 했더라 뭐하더라


23살부터는 나와 동갑내기 수험생들이 수능이 아닌 공무원을 준비했고,

27살에 수능을 준비하는 나는 이미 남들에게 정상 수험생이 아니었다.


대화가 참 애매해졌다.


결국 수험 전반적인 이야기만 할 뿐, 주변을 맴돌며 대화에 참여하는 척만 했다.




물론, 여기서 나처럼 19살부터 20대 중후반까지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겠지


하지만 나또한 ㅋㅋㅋ 이런 늦깎이 수험생을 목표한 적은 없었다.


영민한 머리에, 학창시절 내내 우수한 성적을 받아왔고, 좋은 교우관계를 맺어왔다(고 생각함^^;;)


그냥 하다보니 이렇게 됐고, 이어지더라




우리 귀요미 현역, 이번해에 깔끔하게 대학가면 제일 좋겠지만 1년 더 하는 것도 좋은 인생공부라고 생각한다.


재수, 삼수생이라면 올해 초 결심했던 초심 그대로 끝까지 달려서 이번 해에 부디 마무리했으면 좋겠고


사수 이상이라면... 지금 느껴지는 그 괴상한 ㅈ같은 느낌이 앞으로 매 1년마다 제곱으로 커진다는 사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야생에서 생존할 것이 아니고, 대학에 입학할거라면 더이상 미뤄지는 순간 오랜기간 소수로 밖에 살 수 없다.


어디를 가든 다수에 속하고, 일반적인 상황에 속하는 것이 사실 마음편하고 안정적이자나?




그러니 마지막 수능임을 절대 잊지말구 화이팅... ㅈ같은 수능 1년 더 하지 말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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