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23)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465275
T씨는 그대로 그 옆에 쓰러졌다. 구덩이는 벌써 반이나 팠다. 그때 T씨는 그 옆에 쓰러졌다.
언 땅에 깨쳐 가며 파는 곡괭이 소리― 이리 뒤치적 저리 뒤치적 나가 떨어지는 얼어 굳은 흙덩어리 다시는 모두어질 길 없는 만가(輓歌)의 토막과도 같이 처량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달려들어 T씨를 일으키었다. T씨의 콧구멍과 입으로는 속도 빠른 허―연 입김이 드나들었다. 그 옆에 서 있는 그의 서 있는 그의 모양― 그 부동자세는 이 북망산 넓은 언덕에 헤어져 있는 수많은 묘표나 그렇지 아니하면 까막까치 앉아 날개 쉬이는 헐벗은 마른 나무의 그 모양과도 같았다.
관은 내려갔다. T씨와 그 아내와 그리고 그의 울음은 이때 일시에 폭발하였다. 북망산 석양천에는 곡직착종(曲直錯綜) 된 곡성이 처량히 떠올랐다. 업의 시체를 이 모양으로 갖다 파묻고 터덜터덜 가던 그 길을 돌아 들어오는 그들의 모양은 창조주에게 가장 저주받은 것과도 같았고 도주하던 ‘카인’의 일행들의 모양과도 같았다.
그는 잊지 아니하고 T씨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업이 죽은 뒤의 T씨의 집에는 한바람이 하나 불고 있었다. 또 그러나 그가 T씨의 집을 찾기는 결코 잊지는 않았다.
T씨는 무엇인지 깊은 명상에 빠져서는 누워 있었다. T씨는 일터에도 나가지 아니하였다. 다만 누워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T!……」
「………」
그는 T씨를 불러 보았다. 그러나 T씨는 대답이 없었다. 또 그러나 그에게도 무슨 할말이 있어서 부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쓸쓸히 그대로 돌아오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문이나마 그는 결코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북부에는 하룻밤에 두 곳―거의 동시에 큰 화재가 있었다. 북풍은 집집의 풍령(風鈴)을 못견디게 흔드는 어느날 밤은 이 뜻하지 아니한 두 곳의 화재로 말미암아 일면의 불바다로 화하고 말았다. 바람 차게 불고 추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원근에서 몰려 들어와서 북부 시가의 모든 길들은 송곳 한 개를 들어 세울 틈도 없을만치 악마구리 끓듯 야단이었다. 경성의 소방대는 비상의 경적을 난타하며 총동원으로 두곳에 나누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충천의 화세는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하여 가기만 하는 것이었다. 소방수들은 필사의 용기를 다하여 진화에 노력하였으나 연소의 구역은 각각으로 넓어만 가고 있을 뿐이었다. 기와와 벽돌은 튀고 무너지고 나무는 뜬숯 으로 되고 우지직 소리는 끊일 사이 없이 나고 기둥과 들보를 잃은 집들은 착착으로 무너지고 한 채의 집이 무너질 적마다 불똥은 천길 만길 튀어오르고 완연히 인간세계에 현출된 활화지옥(活火地獄)이었다. 잎도 붙지 아니한 수목들은 헐벗은 채로 그대로 다 타죽었다.
불길이 삽시간에 자기 집으로 옮겨 붙자 세간기명은 꺼낼 사이도 없이 행길로 뛰어나온 주민들은 어디로 갈 곳을 알지 못하고 갈팡질팡 방황하였다.
「수길아!」
「복동아!」
「금순아!」
다 각기 자기 자식을 찾았다. 그 무리들 가운데에는
「업아! 업아!」
이렇게 소리 높여 외치며 쏘다니는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정신의 조리를 상실한 그들 무리는 그 소리 하나쯤은 귓등에 담을 여지조차도 없었다. 두 구역을 전멸시킨 다음 이튿날 새벽에 맹렬하던 그 불도 진화되었다. 게다가 고닭이 울던 이 두 동리는 검은 재의 벌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같이 큰 일에 이르기까지 한 그 불의 출화 원인에 대하여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그날 밤에는 북풍이 심하였던 것 수개의 소화전은 얼어붙어서 물이 나오지 아니하였던 까닭에 많은 소방수의 필사적 노력도 허사로 수수방관치 아니하면 아니되었던 곳이 있었던 것 등을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M군과 그 가족은 인명이야 무사하였지마는 M군은 세간기명을 구하러 드나들다가 다리를 다쳤다.
이재민들은 가까운 곳 어느 학교 교사에 수용되었다. M군과 그 가족도 그 곳에 수용되었다.
M군이 병들어 누운 옆에는 거의 전신이 허물이 벗다시피 된 그가 말뚝 모양으로 서 있었다. 초췌한 그들의 안모에는 인세의 괴로운 물질이 주름살져 있었다.
그가 그 맹화 가운데에서 이리저리 날뛰었을 때,
「무엇을 찾으러― 무슨 목적으로 내가 이러나」
물론 자기도 그것을 알 수는 없었다. 첨편에 불이 붙어도 오히려 부동자세로 저립하고 있는 전신주(電信柱)와 같이 그는 멍멍히 서 있었다. 그때에 그의 머리에 벽력같이 떠오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얼마 전에 그간 간호부를 마지막 찾았을 때 C간호부의
「이것을 잘 부탁합니다」
하던 그것이었다. 그는 그대로 멱진적으로 맹렬히 붙어오르는 화염 속을 헤치고 뛰어들어갔다. 그리하여 그 젖먹이를 가슴에 꽉 안은 채 나왔다. 어린것은 아직 젖이 먹고 싶지는 않았던지 잠은 깨어 있었으나 울지는 않았다. 도리혀 그의 가슴에 이상히 힘차게 안기었을 제 놀라서 울었다.
「그렇지. 네 눈에는 이 불길이 이상하게 보이겠지」
그러나 그의 옷은 눌었다. 그의 얼굴과 팔뚝 손을 데었다. 그러나 그는 뜨거운 것을 느낄 사이도 없었고 신경도 없었다. 타오르는 M군과 그의 집, 병원 그것들에 대하여는 조고만 애착도 없었다. 차라리 그에게는
「벌써 타 버렸어야 옳을 것이 여지껏 남아 있었지」
이렇게 그의 가슴은 오래오래 묵은 병을 떠나 버리는 것과 같이 그 불길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만 한 가지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를 건진 것과 같은 쾌감을 그 젖먹이에게서 맛볼 수 있었다.
한 사람 중년 노동자가 자수(自首)하였다. 대화재에 쌓여 있던 중첩한 의문은 일시에 소멸되었다.
「희유의 방화범!」
신문의 이 기사를 읽고 앉아 잇는 그의 가슴 가운데에는 그 대화에 못지 아니한 불길이 별안간 타오르고 있었다.
「T야! T야!」
T씨는 그날 밤 M군과 그의 집, 병원 두 곳에 그 길로 불을 놓았다. 타오르지 않을까를 염려하여 병원에서 많은 ‘알콜’을 훔쳐내어 부었다. 불을 그어대인 다음 그 길로 자수하려 하였으나 타오르는 불길이 너무도 재미있는 데 취하였었고 또 분주 수선한 그때에 경찰에 자수를 한대야 신통할 것이 조곰도 없을 것 같아서 그 이튿날 하기로 하였었다.
날이 새자 T씨는 곧 불터를 보러 갔다. 그것은 T씨 마음 가운데 상상한 이상 넓고 큰 것이었다. T씨는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하루 이틀―T씨는 차츰차츰 평범한 인간의 궤도로 복구하지 아니하면 아니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대로 언제까지라도 끌고 갈 수는 없었다.
「희유의 방화범!」
경찰에 나타난 T씨에게 세상은 의외에도 이러한 대명찰을 수여(授與)하였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 작수 성적이면 목시 장학금 어느정도 될려나 궁금하다옹 0 0
97 97 2 97 97 (인문) 이다옹
-
(무서운 이야기) 08들은 요리조리 체인지 얄리얄리 얄라셩 0 0
이 노래가 나오는 그레이의 미술관이었나 애니를 모른다
-
타수가 계속바뀜 ㅋㅋ 땅훈햄 3타 ><
-
정병훈짤 좀 주세요 0 1
-
에이~ 0 1
하원한지 1시간 반 지났는데 8시간 뒤에 등원이라고? 구라 치지마 ㅋㅋㅋ
-
종강이란거 개야르렁띠하네 6 0
걍개기모찌야르야르얄라셩임
-
내 행동강령 3 1
문제를 모르겠다,헷갈린다 국어:제일 그럴싸한거 찍고 넘어간다 수학:무조건 넘긴다...
-
스블 26 27 차이 0 0
많나요? 작년껄로 들으면 강의랑 싱크 안맞나요?
-
먹으나마나인데
-
(재업)팔로우하거나 글 읽어볼 오르비언 추천 ㄱ 2 0
이따 늦은 밤에 재업 한번 더 하겠음--> 이 말대로 재업함 오르비 시작한 지 얼마...
-
제가 시험을 학원에서 봤는데 보통 고등학교에서 시험볼때 주는 평가원 성적표 종이로 나눠주나욥..?!
-
수학 적백 인원 예상 4 0
몇명 봄?
-
통합과학3을 추가해야 합니다 0 0
물회생지 기본적인거라도 다 때려박아야 ㅇㅇ
-
25학년도 4규s2 풀고있는데 0 0
중고나라에서 엄청 싸게 팔길래 사서 푸는데 26 27도 풀면 좋나요? 문제 겹치는거...
-
길고양이가 막 따라옴 0 0
귀여워서 멀리서 구경햇는데 나한테 옴 놀고 싶었지만 사람 손 타면 고양이한테...
-
내 우울증이 생각보다 심했구나 1 0
약 며칠 못먹으니까 체감 확되네 뭐지
-
수학 노베 추천부탁드려요 0 0
고2까지수학 모의고사가 30점대였는데 이번 겨울에 세젤쉬랑 미친기분 시작편을 풀어서...
-
나는 관상 안믿음 1 0
나 생긴건 적백 고정인데 아니양...
-
공부기록(72) 29 1
-
수능 행동강령 큰 의미없는 이유 10 1
ㅈㄴ 긴장 -> 문제 풀다 막힘 -> ㅅㅂ? -> 뇌정지 -> 행동강령 까먹음 ->...
-
21년 4월 16일 3 0
다시 돌아간다해도 내 선택은
-
초딩때 안경끼다가 고딩, 성인때 안경 안낀 사람들 7 0
이런분들은 고딩, 성인때 렌즈끼고 다닌거에요? 시력 자체가 저 몇년동안 좋아지지는 않았을듯한데
-
올리면품?
-
해설지도 열심히 쓰고 있으니 댓 ㄱㄱㄱ
-
이감 4-1 0 0
76점 개 ㅈ된줄 알았는데 등급컷 상태가?
-
오뿡이들 X지 ? 7 1
-
아니 진짜 버그같은데 4 0
지난주 금요일에 학원 갔다온 게 굉장히 어제일 같은데
-
시대 6평으로도 장학금 가능인가요? 13 0
만약 된다면 91 94 3 99 98로는 어림도 없겠죠?ㅠ
-
2년뒤 설표 프로필: 3 0
회원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
나는 아닌 것 같다
-
6모 수학 소신발언 5 0
더프 서프 였으면 욕 개처먹었을 듯
-
재수 0 0
수능 마지막이니까 아쉬워서 참가했는데 이젠 전적대 이상 못가면 너무 현타올듯 설대...
-
기숙학원 추천 0 0
현역이고 여름동안 기숙 들어가서 빡세게 공부하고싶은데요 썸머스쿨? 같이 그런거...
-
풀어볼까
-
6모때 점심을 집에 놔두고 감 0 0
어찌저찌 버티고 마지막 교시에 탐구 보고 있는데 배에서 무슨 천둥소리 크기로 계속...
-
어른이란 뭘까 4 0
어른스럽다는게 뭐일거같나요
-
내신반영이 타격이 큰긴 한데 6 1
재수를 못할 정도는 아닌듯 고려대 일부 전형 서 성 경희대 등등 메디컬+ 계약 있는...
-
왓? 우리 마소 개ㅈ밥다됐네 전 시총1위인데
-
회원에 의해 삭제된 게시물입니다.
-
진짜 1 0
후쿠오카 이자식은 아무리봐도 할게 없네 숙박비 생각하면 딱히 싼 것도 아니고
-
침대 위 너와 나 1 0
침대에서 오르비 하는데 모기가 귀 옆에서 바로 앵앵거림 와 소름돋음 ㅈㄴ 무서워 ㅠㅠ
-
근데 공대가면 뭐 배움? 3 2
공놀이 배움?
-
이해원 n제 1 0
이해원 n제 난이도 어느정도인가요? 선택 기하고 작수 3(80점) 이번 6모 1...
-
수학 문제 0 0
푸시는분 선착1 천덕
-
내신 7등급 후반 등장! 6 1
커리어하이 2.5
-
사문 N제 추천 2 0
시대북스에서 나르샤 살까 사만다 살까 고민입니다. 둘이 어떻게 다른건가요? 추천좀 해주세요
-
고1 내신 0 1
이제는 휴짓조각이 되어버림..
-
내신 올리는게 유행인가 4 1
내신 2점대<——-얘네가 찐고통임 수시정시 어느하나 놓을수가없음
-
뭐이리 결함이 많은거지 0 0
이제는 시험 범위를 모르겠네;

꾸준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