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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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씨는 그대로 그 옆에 쓰러졌다. 구덩이는 벌써 반이나 팠다. 그때 T씨는 그 옆에 쓰러졌다.
언 땅에 깨쳐 가며 파는 곡괭이 소리― 이리 뒤치적 저리 뒤치적 나가 떨어지는 얼어 굳은 흙덩어리 다시는 모두어질 길 없는 만가(輓歌)의 토막과도 같이 처량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달려들어 T씨를 일으키었다. T씨의 콧구멍과 입으로는 속도 빠른 허―연 입김이 드나들었다. 그 옆에 서 있는 그의 서 있는 그의 모양― 그 부동자세는 이 북망산 넓은 언덕에 헤어져 있는 수많은 묘표나 그렇지 아니하면 까막까치 앉아 날개 쉬이는 헐벗은 마른 나무의 그 모양과도 같았다.
관은 내려갔다. T씨와 그 아내와 그리고 그의 울음은 이때 일시에 폭발하였다. 북망산 석양천에는 곡직착종(曲直錯綜) 된 곡성이 처량히 떠올랐다. 업의 시체를 이 모양으로 갖다 파묻고 터덜터덜 가던 그 길을 돌아 들어오는 그들의 모양은 창조주에게 가장 저주받은 것과도 같았고 도주하던 ‘카인’의 일행들의 모양과도 같았다.
그는 잊지 아니하고 T씨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업이 죽은 뒤의 T씨의 집에는 한바람이 하나 불고 있었다. 또 그러나 그가 T씨의 집을 찾기는 결코 잊지는 않았다.
T씨는 무엇인지 깊은 명상에 빠져서는 누워 있었다. T씨는 일터에도 나가지 아니하였다. 다만 누워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T!……」
「………」
그는 T씨를 불러 보았다. 그러나 T씨는 대답이 없었다. 또 그러나 그에게도 무슨 할말이 있어서 부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쓸쓸히 그대로 돌아오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문이나마 그는 결코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북부에는 하룻밤에 두 곳―거의 동시에 큰 화재가 있었다. 북풍은 집집의 풍령(風鈴)을 못견디게 흔드는 어느날 밤은 이 뜻하지 아니한 두 곳의 화재로 말미암아 일면의 불바다로 화하고 말았다. 바람 차게 불고 추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원근에서 몰려 들어와서 북부 시가의 모든 길들은 송곳 한 개를 들어 세울 틈도 없을만치 악마구리 끓듯 야단이었다. 경성의 소방대는 비상의 경적을 난타하며 총동원으로 두곳에 나누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충천의 화세는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하여 가기만 하는 것이었다. 소방수들은 필사의 용기를 다하여 진화에 노력하였으나 연소의 구역은 각각으로 넓어만 가고 있을 뿐이었다. 기와와 벽돌은 튀고 무너지고 나무는 뜬숯 으로 되고 우지직 소리는 끊일 사이 없이 나고 기둥과 들보를 잃은 집들은 착착으로 무너지고 한 채의 집이 무너질 적마다 불똥은 천길 만길 튀어오르고 완연히 인간세계에 현출된 활화지옥(活火地獄)이었다. 잎도 붙지 아니한 수목들은 헐벗은 채로 그대로 다 타죽었다.
불길이 삽시간에 자기 집으로 옮겨 붙자 세간기명은 꺼낼 사이도 없이 행길로 뛰어나온 주민들은 어디로 갈 곳을 알지 못하고 갈팡질팡 방황하였다.
「수길아!」
「복동아!」
「금순아!」
다 각기 자기 자식을 찾았다. 그 무리들 가운데에는
「업아! 업아!」
이렇게 소리 높여 외치며 쏘다니는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정신의 조리를 상실한 그들 무리는 그 소리 하나쯤은 귓등에 담을 여지조차도 없었다. 두 구역을 전멸시킨 다음 이튿날 새벽에 맹렬하던 그 불도 진화되었다. 게다가 고닭이 울던 이 두 동리는 검은 재의 벌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같이 큰 일에 이르기까지 한 그 불의 출화 원인에 대하여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그날 밤에는 북풍이 심하였던 것 수개의 소화전은 얼어붙어서 물이 나오지 아니하였던 까닭에 많은 소방수의 필사적 노력도 허사로 수수방관치 아니하면 아니되었던 곳이 있었던 것 등을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M군과 그 가족은 인명이야 무사하였지마는 M군은 세간기명을 구하러 드나들다가 다리를 다쳤다.
이재민들은 가까운 곳 어느 학교 교사에 수용되었다. M군과 그 가족도 그 곳에 수용되었다.
M군이 병들어 누운 옆에는 거의 전신이 허물이 벗다시피 된 그가 말뚝 모양으로 서 있었다. 초췌한 그들의 안모에는 인세의 괴로운 물질이 주름살져 있었다.
그가 그 맹화 가운데에서 이리저리 날뛰었을 때,
「무엇을 찾으러― 무슨 목적으로 내가 이러나」
물론 자기도 그것을 알 수는 없었다. 첨편에 불이 붙어도 오히려 부동자세로 저립하고 있는 전신주(電信柱)와 같이 그는 멍멍히 서 있었다. 그때에 그의 머리에 벽력같이 떠오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얼마 전에 그간 간호부를 마지막 찾았을 때 C간호부의
「이것을 잘 부탁합니다」
하던 그것이었다. 그는 그대로 멱진적으로 맹렬히 붙어오르는 화염 속을 헤치고 뛰어들어갔다. 그리하여 그 젖먹이를 가슴에 꽉 안은 채 나왔다. 어린것은 아직 젖이 먹고 싶지는 않았던지 잠은 깨어 있었으나 울지는 않았다. 도리혀 그의 가슴에 이상히 힘차게 안기었을 제 놀라서 울었다.
「그렇지. 네 눈에는 이 불길이 이상하게 보이겠지」
그러나 그의 옷은 눌었다. 그의 얼굴과 팔뚝 손을 데었다. 그러나 그는 뜨거운 것을 느낄 사이도 없었고 신경도 없었다. 타오르는 M군과 그의 집, 병원 그것들에 대하여는 조고만 애착도 없었다. 차라리 그에게는
「벌써 타 버렸어야 옳을 것이 여지껏 남아 있었지」
이렇게 그의 가슴은 오래오래 묵은 병을 떠나 버리는 것과 같이 그 불길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만 한 가지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를 건진 것과 같은 쾌감을 그 젖먹이에게서 맛볼 수 있었다.
한 사람 중년 노동자가 자수(自首)하였다. 대화재에 쌓여 있던 중첩한 의문은 일시에 소멸되었다.
「희유의 방화범!」
신문의 이 기사를 읽고 앉아 잇는 그의 가슴 가운데에는 그 대화에 못지 아니한 불길이 별안간 타오르고 있었다.
「T야! T야!」
T씨는 그날 밤 M군과 그의 집, 병원 두 곳에 그 길로 불을 놓았다. 타오르지 않을까를 염려하여 병원에서 많은 ‘알콜’을 훔쳐내어 부었다. 불을 그어대인 다음 그 길로 자수하려 하였으나 타오르는 불길이 너무도 재미있는 데 취하였었고 또 분주 수선한 그때에 경찰에 자수를 한대야 신통할 것이 조곰도 없을 것 같아서 그 이튿날 하기로 하였었다.
날이 새자 T씨는 곧 불터를 보러 갔다. 그것은 T씨 마음 가운데 상상한 이상 넓고 큰 것이었다. T씨는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하루 이틀―T씨는 차츰차츰 평범한 인간의 궤도로 복구하지 아니하면 아니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대로 언제까지라도 끌고 갈 수는 없었다.
「희유의 방화범!」
경찰에 나타난 T씨에게 세상은 의외에도 이러한 대명찰을 수여(授與)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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