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7)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200438
M에게 보내는 편지(五信)
자네의 장문의 편지 그 가운데에 오직 자네의 건강을 전하는 구절 외에는 글자 글자의 전부가 오직 나의 조소(嘲笑)를 사기 위한 외에는 아무 매력(魅力)도 가지지 아니한 것들이었네. 자네는 왜― 남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려 하는가. 남에게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곧 생에 대한 권리를 그 그 사람 위에 가져올 자포자기의 짓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일조일석 많은 재물을 탕진시켜 버렸다 하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를 무한히 경멸하에며 나중에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절망까지 하소연하지 아니하였는가, 그것이 자네가 스스로 구실을 꾸미어 가지고 나아가서 자네의 애를 써 잘―경―영되어 나오던 생을 구태여 부정하여 보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것은 비겁한 동시에―모든 비겁이 하나도 죄악 아닌 것이 없는 것과 같이― 역시 죄악인 것일세.
어렵거든, 혹은 나의 말이 우의적(友誼的)으로 좋지 않게 들리거든 구태여라도 운명이라고 그렇게 단념하여 주게. 그것도 오직 자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의 자네에게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나온 것인만큼 나는 자네에게 인생의 혁명적으로 새로운 제이차적 「스타일」을 충고치 아니할 수 없는 것일세. 그리고 될 수만 있다면 이 운명이라는 요물을 신용치 말아 주기를 바라는 것일세―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부터도 이 운명이라는 요물의 다시 없는 독신자(篤信者)이면서도―.
「운명의 장난?」
하,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나 있다면 너무도 운명의 장난이겠네.
M군! 나는 그 동안 여러 날을 두고 몹시 앓았네. 무슨 원인인지 나도 모르게, 이―원인 알 수 없는 병이 나의 몸을 산 채로 더 삶을 수 없는 데까지 삶아 가지고는 죽음의 출입구까지 이끌어 갔던 것일세. 그때에 나의 곱게 청산하여 버렸던 나의 정신 어느 모에도 남아 있지 않아야만 할 재생하기 전에 일어났던 일까지도 재생 후의 그것과 함께 죽 단렬(單列)로 나의 의식(意識) 앞을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 것이었네. 그리고 나는 반 의식의 나의 눈으로 그 행렬 가운데서 숨차게 허덕이던 과거의 나를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던 것이었네. 그것은 내 눈에 너무도 불쌍한 꼴로 나타났었기 때문에,
아― 그것들은―
「이것이 죽은 것인가 보다. 적어도 죽어가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몽롱히 느끼면서도
「죽는 것이 이렇기만 하다면야.」
이런 생각도 나서 일종의 통쾌까지도 느낀 것 같으며 그러나 죽어가는 나의 눈에 비치는 과거의 나의 모양 그 불쌍한 꼴을 보는 것은 확실히 슬픈 일일 뿐 아니라 고통이었네. 어쨌든 나를 간호하던 이 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무엇 나는 잠을 자면서도 늘―울고 있더라던가…….
「이것이 죽는 것이라면―」
이렇게 그―꼴사나운 행렬을 바라보던 나의 머리 가운데에는 내가 사랑에 주려 있는 형제와 옛친구를 애걸하듯이 그리며 그 행렬 가운데에 행여나 나타나기를 무한히 기다렸던 것일세. 이 마음이 아마 어떤 시인의 병석에서 부른―.
「얼른 이때 옛친구 한 번씩 모두 만나 둘 거나.」
하던 그 시경(詩境)에 노는 것이나 아닌가 하였네.
순전한 하숙(下宿)이라고만 볼 수도 없으나 그러나 괴상한 성격을 각각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금의 나의 사는 곳일세. 이곳 주인은 나보다 퍽 연배(年輩)에 속하는 사람으로 그의 일상생활 양(樣)으로 보아 나의 마음을 끄는 바가 적지 않았으되 자세한 것은 더 자세히 안 다음에 써 보내겠거니와 하여간 내가 고국을 떠나 자네와 눈물로 작별 한 후로 처음으로 만난 가장 친한 친구의 한 사람으로 사괴이고 있는 것일세. 그와 나는 깊이깊이 인생을 이야기하였으며 나는 그의 말과 인격과 그리고 그의 생애에 많은 경의로써 대하고 있는 중일세.
운명의 악희가 내게 끼칠 「프로그램」은 아직도 다하지 아니하였던지 나는 그 죽음의 출입구가지 다녀온 병석으로부터 다시 일어났네. 생각하면 그 동안에 내가 흘린 「땀」만 해도 말(斗)로 계산할 듯하니 다시금 푹 젖은 욧바닥을 내려다 보며 이 몸의 하잘 것 없는 것을 탄식하여 마지 않았으며 피비린 냄새 나는 눈방울을 달음박질 시켜 가며 불려 놓았던 나의 「포켓」은 이번 병으로 말미암아 많이 줄어들었네. 그러나 병석에서도 나의 먹을 것의 걱정으로 말미암아 나의 그 「포켓」을 건드리게 되기는 주인의 동정이 너무나 컸던 것일세. 지금도 그의 동정을 받고 있을 뿐이야. 앞으로도 길이 그의 동정을 받지 않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으며.
「돈을 모아 볼까.」
내가 줄기차게 살아 보겠다는 결심으로 모은 돈을 남의 동정을 받아가면서도 쓰기를 아까와하는 나의 마음의 추한 것을 새삼스러이 발견하는 것 같아서 불유쾌하기 짝이 없네. 동시에 나의 마음이 잘못하면 허무주의에 돌아가지나 아니할까 하여 무한히 경계도 하고 있었네.
M군! 웃지 말아 주게. 나는 그 동안에 의학(醫學) 공부를 시작하였네. 그것은 내가 전부터 그 방면에 취미가 있었다는 것도 속일 수 없는 일이겠으나 또 의사인 자네를 따라가고 싶은 가엾은 마음에서 그리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속일 수 없는 일이겠네. 모든 것이 다―그―줄기차게 살아가겠다는 가엾은 악지에서 나온 짓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칭찬하여 주기를 바라는 것일세. 또다시 생각하면 나의 몸이 불구자이므로 세상에 많은 불구자를 동정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불구자인 것이 사실인 만큼 내가 의학 공부를 시작한 것도 자네에게는 너무나 돌연적이겠으나 역시 사실인 것을 어찌 하겠나. 여기에도 나는 주인의 많은 도움을 받아 오는 것을 말하여 두거니와 하여간 이 새로운 나의 노력(努力)이 나의 앞길에 또 어떠한 운명을 늘어놓도록 만들는지 아직도 수수께끼에 붙일 수밖에 없네.
불쌍한 의문에 싸였던 그 「정말 절뚝발이가 될는지」도, 끝끝내는 한 개의 완전한 절뚝발이로 울면서 하던 예언에 어기지 않은 채 다시금 동경시가에 나타났네그려! 오고가는 사람이 이 가엾은 「인생의 패배자」 절뚝발이를 누구나 비웃지 않고는 맞고 보내지 아니하는 것을 설워하는 불유쾌한 마음이 나는 아무리 용기를 내어 보았으나 소제시킬 수가 없이 뿌리 깊이 박혀 있네 그려.
「영원한 절뚝발이 그러나 절뚝발이의 무서운 힘을 보여 줄 걸 자세히 보아라」
이곳에서도 원한과 울분에 짖는 단말마의 전율할 신에 대한 복수의 맹서를 볼 수 있는 것일세. 내 몸이 이렇게 악지를 쓸 때에 나는 스스로 내 몸을 돌아다 보며 한없는 연민과 고독을 느끼는 것일세. 물에 빠져 애쓰는 사람의 목이 수면 위에 솟았을 때 그의 눈이 사면의 무변대해임을 바라보고 절망하는 듯한 일을 나는 우는 것일세. 그때마다 가장 세상에 마음을 주어 가까운 사람에게 둘러싸여 따뜻한 이불 속에 고요히 누워서 그들과 또 나의 미소를 서로 교환하는 그러한 안일한 생활이 하루바삐 실현되기를 무한히 꿈꾸고 있는 것일세. 그것은 즉시로 내 몸을 깊은 「노스탤지어」에 빠뜨리어서는 고향을 꿈꾸게 하고 친구를 꿈꾸게 하고 육친과 형제를 꿈꾸게 하도록 표상되는 것일세. 나는 가벼운 고통 가운데에도 눈물겨운 향수(鄕愁)의 쾌감을 눈 감고 가만히 느끼는 것일세.
명고옥(名古屋)의 쿡 생활 이후로 전전 유랑의 칠년 동안 한 번도 거울을 들여다본 적이 없던 나는 절뚝발이로 동경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모양이 나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만치 그렇게도 무섭게 변한 데에 「악!」 소리를 지르지 아니할 수 없었네. 그것은 청춘―뿐이랴 인생의 대부분을 박탈당한 썩어 찌그러진 험집[傷痕] 투성이의 값없는 골동품인 나였던 것일세.
그때에도 나는 또한 나의 동체(胴體)를 꽉 차서 치밀어 올라오는 무거운 「피스톤」에 눌리우는 듯한 절망에 빠졌었네. 그러나 즉시 그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하는 것을 가르쳐 주며 이 패배의 인간을 위로하며 격려하여 주데.
그때에
「그러면 M군도 아차 T도!」
이런 생각이 암행열차(暗行列車)같이 나의 허리를 스쳐갔네. 별안간 자네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환등(幻燈)을 보는 어린 아해의
「무엇이 나올까」
하는 못생긴 생각에 가득 찼네. 그래서 나도 자네에게 나의 근영(近影)을 한 장 보내거니와 자네도 나의 환등을 보는 어린아해 같은 마음을 생각하여 자네의 최근 사진을 한 장 보내 주기를 바라네. 물론 서로 만나 보았으면 그 위에 더 시원하고 반가울 일이 있겠나마는 기필치 못할 우리의 운명은 지금도 자네와 나, 두 사람의 만날 수 있는 아무 방책도 가르쳐 주지 않네 그려!
내가 주인에게 그만큼 나의 마음을 붙일 수까지 있었느니만큼 아직 나는 아무 데로도 옮길 생각은 없네. 지금 생각 같아서는 앞으로 얼마든지 이곳에 있을 것 같으니까 나에게 결정적 변동이 없는 한 자네는 안심하고 이곳으로 편지하여 주기를 바라네. T는 요즈음 어떠한가 여전히 적빈(赤貧)에 심신(心身)을 쪼들리우고 있다 하니 그도 한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
나의 안부 잘 전하여 주게. 내가 집을 떠나 십년 동안 T에게 한 장 편지를 직접 부치지 아니한 데 대하여서는―나의 마음 가운데에 털끝만치라도 T에게 악의가 있지 아니한 것은 물론 자네가 잘 알고 있으니깐―자네의 사진이 오기를 기다리며, 또 자네의 여전한 건강을 빌며―영원한 절뚝발이 X로부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백프로고집불통내길을걷는삶의개척자 아무리죽고싶어도죽지못하는생은...
-
. 2 1
-
6모 목표 1 0
국어 백분위 100<-근데 요즘 국어 ㅈ되서 1등급도 못 맞을듯 수학 백분위...
-
학교 꾀병으로 뺄랫는데 ㅅㅂ 2 1
왜 갑자기 컨디션이 좆박냐
-
진짜 진입장벽 개높네 8 0
난 공부 못 하겠다
-
의?대 지망생 2 2
-
안녕 0 1
일시적으로죽으러갔다올게
-
저도 커하 인증 14 2
이건 원점수 커하 이건 누백 커하 (동년 6모)
-
딱 느낌 왔음 1 0
오늘 점심에 메가스터디 환급 들어올거 같은 기분임 저녁 비싼거 먹어야지
-
엿머그셈ㅗㅗㅗㅗㅗ 7 3
학교가기싫어서엿날ㅇ림ㅉ 잘못된건내가아니라세상이야
-
근데 무슨 문제를 보고 어 이거 기출서 본 발상인데 17 2
이래야함? 나는 전혀 안떠오름 ㅠㅠㅠㅠ
-
비갤에 저격글 싸지르고 온다
-
화작 풀때 독서처럼 지문 다 읽고 문제로 넘어가시나요 아니면 선지 읽고 지문...
-
수학80점대이상받아본적없음 0 0
씨발
-
전공서 보면 제목이 ‘~의 기초’ 이런식인거 많지 않음? 7 0
학부수준에서 배운다는 의미임
-
ㅇㅈ 3 1
과제인증이엇습니다~
-
커하 성적표 ㅇㅈ 7 0
근데 전교2등인가3등함 ㅅㅂ
-
ㅈㄱㄴ 카관의 연치 경희치 보통 순서가 어디가 높은지 한약 킬캠 유대종 한의 수학...
-
수학 모고 원점수 커하 3 1
77(찍맞+8점)
-
나도 사실 92점 받을뻔했어 0 0
근데 씨발 omr마킹실수해서 8n n<5 받음 사실 고2 (20 21) 찍맞이라...
-
내가 독하게 공부할게 ㅠㅠ 5 1
https://orbi.kr/00033313421/%5B%ED%8E%8C%5D6%EA...
-
군대 언제가노 5 0
좆문연은 싫고 에어공익은 길고 육군은 싫음?
-
1학기영어등수 0 0
147/25x
-
수능에비해 내신이 높은건가
-
이거 진짜인가요?? 5 0
https://orbi.kr/00076117871/26%EC%98%81%EC%96%B...
-
저는 여초딩인데 제가 왜 고등학교를 가야 하져 ㅠㅡㅠ
-
수험생활이 건강에 마냥 해로운 건 아닌거 같지 않나요? 4 1
몸 힘든건 백번 맞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하는게 술 먹는 대학생활보다 나은 거...
-
채점하기전에 못푼것들 건드려보기 채점하고나서 틀린거 답지안보고 고치기 해강,...
-
저는제수학에이상한자?부심이있음 1 2
전국 수학 모고 응시자 점수들에서 중앙값 찍어본 적 다수
-
역대 모고성적 ㅇㅈ 6 2
근데 몇개 잘못입력된듯 뭐지
-
학교공부 제1원칙 0 0
인강이가능할땐 생윤듣기 불가능할땐 엔제풀기 6월전까지 어렇게 가자잇
-
뻘글력 ㅁㅌㅊ 1 1
학교가기싫어서뻘글력이상승함
-
난 수학 못하는걸로 유명했음 0 0
내신성적 보여주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냥 문과로 가는건 어떻냐 였던....
-
저능아 5 1
뚜땨뚜땨
-
나는영못임 2 1
적년에영어4(5등급제)뜬적잇음 기말쳐서3까지올리긴랫는데
-
새삼느끼는거지만 9 0
설표 이새끼 수학점수 고점저점 40점차이가 어케가능한건지 으문임
-
작품 하나 알려줄 때마다 100덕 보내줌 조건 1. 연중아님 2. 로맨스, 순애,...
-
3등, 5등(통사도5등이엇을거임)
-
고1 담탱이한테 3 1
오수해서 한의대갔다 구라침
-
무조건 고점만을 상정하고 빌드업을 해서 원하던대로 증강이나 기물이 안나오면 그판은 그냥 회생불가
-
전교등수 한자릿수를 놓쳤다는.....
-
국스퍼거 ㅁㅌㅊ? 1 0
1학기 3/25x 2학기 5/25x 사실퍼거는아님..
-
내가 열어버린 커하 성적 ㅇㅈ 6 1
다들 나보다 높네 죽어야겠다
-
학기말 등수도 물어봐야 알랴줌 시발
-
난 전교등수 자체는 안 높았음 8 0
11등까지 1등급이었는데 보통 대부분 과목이 8~10등이었음
-
내신 커하 1 0
영어 전교 20등
-
꼴통이과반 특) 2 1
나형 비중이 1/3이상임
-
사탐 치는 놈이 못하기보단 과탐 치는 놈들이 미친거같긴 하다만....
-
2503만 그냥 알려주고 2506은 성적상담 하다가 내가 물어봐서 알게 됐고...
-
개추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12월 12일?
써져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