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킹 Z [1135378]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04-10 0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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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T와 수능 국어, 어떻게 같고 다를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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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해커스 로스쿨 언어이해 강사 이재빈입니다. LEET와 수능 국어의 차이점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작수 헤겔 지문을 가지고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헤겔은 LEET에서도 여러 차례 출제된 바가 있는 소재입니다. 


저는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과 LEET 언어이해 지문을 모두 꽤 오랫동안 만들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지문을 만들어 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래서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1. 복문의 밀도 차이 

 : LEET 언어이해는 복문의 비중이 높은 반면에,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은 복문을 최소화하는 게 원칙입니다.


2. 배경지식 수준의 차이 

 : '표상 (철학)'이나 '탄력성 (경제)', 'F=MA (과학)' 등의 배경지식은 리트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설명을 하지 않지만, 수능 국어에서는 그렇게 글을 썼다가는 큰일 납니다. 수능 국어는 고3~대1의 배경지식이 가이드라인, 리트 언어이해는 대4~석사의 배경지식이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작년에 '토지 과세 형평성에 대한 계량적 평가 기준'이라는 주제로 수능 국어용 경제 지문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수능 BIS 지문을 모델로, IAA가 제시하는 PRD (가격격차지수)를 통한 토지 과세 형평성 평가에 대한 지문을 만들었는데, '역진성'과 '누진성'에 대한 설명 없이 글이 전개된다는 이유로 지문이 S업체에 빠꾸를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반면에 리트 2020년 경제 지문에서는 아무런 개념 설명 없이 당연히 알고 있는 단어라는 전제로 '누진적 세금'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3. 동일한 내용에 대한 반복 서술 여부

 : 동일한 내용에 대한 반복 서술을 최소화하여 리트는 지문의 정보량 밀도를 극한으로 높입니다. 반면에 수능 국어는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반복을 거듭합니다. 


4.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추론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서술 여부

 : 리트는 생략이 많습니다. 언급해 주지 않아도, 주어진 내용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굳이 알려주지를 않습니다. 반면에 수능 국어는 일일히 다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2019년 이후 리트의 사실 확인 문제는 눈알 굴리기 (혹은 숨은 그림 찾기)로 푸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지문의 없는 내용에 대한 추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5. 비판의 정도

 : 수능 국어 지문에서는 비판을 할 때, "아쉬움을 준다" 정도라면 리트에서는 가차 없이 평가 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  리트 열번째 지문이었던 '칸트의 외면성 명제'와 같은 글은 칸트의 주장에 대한 전면적인 반박입니다. 


6. 생략된 결론의 존재 유무

 : 리트는 결론을 생략해 버리는 지문 구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의 내용을 맞춰보라는 것을 문제에 반영합니다.   반면 수능 국어는 결론을 생략하는 지문이 출제되지 않습니다. 가령 헤겔 지문에서 (나)의 마지막 단락은 리트라면 생 략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7. 어휘 수준의 차이

 : '정초하다', '현현하다', '즉물적' 등의 단어는 수능 국어 지문에 사용되면 쉬운 풀이로 대체됩니다. 


다음 지문을 제가 LEET의 방식으로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첫번째 단락>

헤겔은 '정립-반정립-종합' 구조의 변증법으로 철학적 논증을 수행하였다. 헤겔의 변증법은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이 아니라는 것은 추론이 가능하므로 명시하지 않음. 변증법이 논증의 방식이라는 것은 이미 서술되었으므로 동어 반복하지 않음)


즉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의 내적 구조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시공간적 현실로서 드러나는 방식 또한 변증법적이기에, 이념과 현실이 이루는 체계의 원리를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 체계성이 요구된다. (이 정도 내용은 복문으로 구성해야)


<두번째 단락>

 헤겔은 절대적 진리인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 영역을 '절대정신'이라 명명하며, 예술, 종교, 철학를 '절대정신'의 형태로 간주한다. 따라서 예술, 종교, 철학은 동일한 내용의 절대적 진리가 상이한 형식의 인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앞에서 이념이 드러나는 방식은 변증법적 체계에서 다루어 졌다고 하니까, 하위 범주인 미학도 당연히 변증법적 체계에서 다루어 지겠죠? 이 정도는 당연히 추론 가능하시죠? 

미학의 대상이 예술이라는 것 -> 배경지식으로 당연히 아는 거 아님? 고로 생략)


 절대정신의 세 형태는 각각 직관, 표상, 사유에 대응하며, 직관의 외면성과 표상의 내면성은 사유의 논리성에서 종합되고, 이에 맞춰 예술의 객관성과 종교의 주관성은 철학에서 종합된다.

(아니 님들 대학교 졸업하기 직전인데 직관, 표상, 사유 설명해줘야함?)


 <세번째 단락>

  그런데 헤겔에게 절대정신의 내용인 절대적 진리는 본질적으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기에, 이러한 내용을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세 정신 영역의 인식 수준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세 형태는 차등화되어 예술은 초보 단계, 종교는 성장 단계, 철학은 완숙 단계의 절대정신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진행에서 명실상부한 절대정신은 최고의 지성에 의거하는 철학 뿐이며, 예술이 절대정신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지성이 미발달된 머나먼 과거로 한정된다.   

(동어 반복은 과감히 생략한다.)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헤겔은 '정립-반정립-종합' 구조의 변증법으로 철학적 논증을 수행하였다. 헤겔의 변증법은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즉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의 내적 구조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시공간적 현실로서 드러나는 방식 또한 변증법적이기에, 이념과 현실이 이루는 체계의 원리를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 체계성이 요구된다. 


 헤겔은 절대적 진리인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 영역을 '절대정신'이라 명명하며, 예술, 종교, 철학를 '절대정신'의 형태로 간주한다. 즉 예술, 종교, 철학은 동일한 내용의 절대적 진리가 상이한 형식의 인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절대정신의 세 형태는 각각 직관, 표상, 사유에 대응하며, 직관의 외면성과 표상의 내면성은 사유의 논리성에서 종합되고, 이에 맞춰 예술의 객관성과 종교의 주관성은 철학에서 종합된다. 그런데 헤겔에게 절대적 진리는 본질적으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기에, 세 정신 영역의 인식 수준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세 형태는 차등화되어 예술은 초보 단계, 종교는 성장 단계, 철학은 완숙 단계의 절대정신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진행에서 명실상부한 절대정신은 최고의 지성에 의거하는 철학 뿐이며, 예술이 절대정신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지성이 미발달된 머나먼 과거로 한정된다.  



그리고 (가)와 (나)로 구분하는 구성의 지문은 출제되지 않습니다. 지문의 흐름의 변곡점은 읽는 이가 발견해야 하는 것인데, (가)와 (나)의 표지로 알려주면 너무 쉽기 떄문이죠. 


제가 수능 국어에서 리트 지문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생략된 내용들은 리트 사실 확인 문제의 보기 선지로 등장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윗 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헤겔의 변증법은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로 구성된다. 

 2. 헤겔에게 변증법은 논증 그 자체로 한정되지 않는다. 


와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철학 논문이나 전공서를 읽으면 독해가 어려운 이유가, 이와 같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생략된 정보나 생략된 논증 과정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문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생략이 많아집니다. 가령 여러분들이 고등학교 수학에서 '평균값의 정리'를 증명하는 답안에서, '미분 정의에 대한 증명'을 포함하지 않고 생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혹은 근의 공식에 대한 증명을 일일히 첨언하지 않고 답안을 작성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지문 전개 특성의 차이는 '수능 국어 헤겔 지문'과 '리트 칸트의 외면성 명제' 지문을 비교하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따라서 리트 지문을 공부하실 때는, 수능 국어 지문과 리트 지문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강사에 의한 지문 선별이 중요합니다. 최근 경향에 비슷한 리트 지문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러한 지문을 통한 공부만이 여러분들에게 최적의 공부 효용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빈T 간단 소개>

서울대 경제 졸업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창작과 비평 등단

현) 해커스로스쿨 LEET 언어이해 강사


교재 : 해커스 LEET 이재빈 언어이해 기본

        해커스 LEET 이재빈 언어이해 심화

Test : 22 LEET 백분위 99.1%


국어 관련 질문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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