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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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원본)
"불장난――정조 책임이 없는 불장난이면? 저는 즐겨 합니다. 저를 믿어 주시나요? 정조 책임이 생기는 나잘에 벌써 이 불장난의 기억을 저의 양심의 힘이 말살하는 것입니다. 믿으세요."
평(評)―---이것은 분명히 다음에 서술되는 같은 임이의 서술 때문에 임이의 영리한 거짓부렁이가 되고 마는 일이다. 즉,
"정조 책임이 있을 때에도 다음 같은 방법에 의하여 불장난은 ―― 주관적으로만이지만――용서될 줄 압니다. 즉 아내면 남편에게, 남편이면 아내에게, 무슨 특수한 전술로든지 감쪽같이 모르게 그렇게 스무드하게 불장난을 하는데 하고 나도 이렇달 형적을 꼭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
그러나 주관적으로 이것이 용납되지 않는 경우에 하였다면 그것은 죄요 고통일 줄 압니다. 저는 죄도 알고 고통도 알기 때문에 저로서는 어려울까 합니다. 믿으시나요? 믿어 주세요."
평―---여기서도 끝으로 어렵다는 대문 부근이 분명히 거짓부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역시 같은 임이의 필적, 이런 잠재의식, 탄로 현상에 의하여 확실하다.
"불장난을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과는 성질이 아주 다릅니다. 그것은 컨디션 여하에 좌우되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어떻다는 말이냐고 그러십니까. 일러 드리지요. 기뻐해 주세요. 저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입니다.
자각된 연애니까요.
안 하는 경우에 못 하는 것을 관망하고 있노라면 좋은 어휘가 생각납니다. 구토. 저는 이것은 견딜 수 없는 육체적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자연 발생적 자태가 저에게는 어째 유취만년(乳臭萬年)의 넝맛조각 같습니다. 기뻐해 주세요. 저를 이런 원근법에 좇아서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評)――나는 싫어도 요만큼 다가선 위치에서 임이를 설유(設喩)하려 드는 대시의 자세를 취소해야 하겠다. 안 하는 것은 못 하는 것보다 교양, 지식 이런 척도로 따져서 높다. 그러나 안 한다는 것은 내가 빚어 내는 기후 여하에 빙자해서 언제든지 아무 겸손이라든가 주저없이 불장난을 할 수 있다는 조건부 계약을 차도 복판에 안전지대 설치하듯이 강요하고 있는 징조에 틀림은 없다.
나 스스로도 불쾌할 에필로그로 귀하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박빙을 밟는 듯한 회화(會話)를 조직하마.
"너는 네 말마따나 두 사람의 남자 혹은 사실에 있어서는 그 이상 훨씬 더 많은 남자에게 내주었던 육체를 걸머지고 그렇게도 호기 있게 또 정정당당하게 내 성문을 틈입(闖入)할 수가 있는 것이 그래 철면피가 아니란 말이냐?"
"당신은 무수한 매춘부에게 당신의 그 당신 말마따나 고귀한 육체를 염가로 구경시키셨습니다.
마찬가지지요."
"하하! 너는 이런 사회조직을 깜박 잊어버렸구나. 여기를 너는 서장(西藏)으로 아느냐, 그렇지 않으면 남자도 포유(哺乳)행위를 하던 피데칸트로푸스 시대로 아느냐. 가소롭구나.
미안하오나 남자에게는 육체라는 관념이 없다. 알아듣느냐?"
"미안하오나 당신이야말로 이런 사회조직을 어째 급속도로 역행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조라는 것은 일대일의 확립에 있습니다. 약탈 결혼이 지금도 있는 줄 아십니까?"
"육체에 대한 남자의 권한에서의 질투는 무슨 걸렛조각 같은 교양 나부랭이가 아니다. 본능이다. 너는 이 본능을 무시하거나 그 치기만만한 교양의 장갑으로 정리하거나 하는 재주가 통용될 줄 아느냐?"
"그럼 저도 평등하고 온순하게 당신이 정의하시는 '본능'에 의해서 당신의 과거를 질투하겠습니다. 자― 우리 숫자로 따져 보실까요?"
평――여기서부터는 내 교재에는 없다.
신선한 도덕을 기대하면서 내 구태의연하다고 할 만도 한 관록을 버리겠노라.
다만 내가 이제부터 내 부족하나마나 노력에 의하여 획득해야 할 것은 내가 탈피할 수 있을 만한 지식의 구매다.
나는 내가 환갑을 지난 몇 해 후 내 무릎이 일어서는 날까지는 내 오크재로 만든 포도송이 같은 손자들을 거느리고 끽다점(喫茶店)에 가고 싶다. 내 아라모드(멋)는 손자들의 그것과 태연히 맞서고 싶은 현재의 내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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