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22-04-05 14:35:58
조회수 17,594

세상의 모든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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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중에서도 특히나 슈퍼 초 게으른 완벽주의자인데


이 더러운 습관이 나를 아주 갈갈 갉아먹은 세월이 있음


(그런 적이 있는게 아니라 바로 어제오늘도 꾸준히 갉아먹고 있지만)


그러다보니 이 끔찍한 습관에 대해서 몇년을 고민해봤고

어렴풋이 해답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함




1.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사실 존나 부지런함


이 사람들 특징은 다음과 같음


뭔가 한번 해야 할 때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주 그냥 뭐하나 하려고하면 자료수집과 계획 과정이 존나게 빡세게 함


얼마나 빡세냐면 자료수집을 위해 자료를 공부하고, 계획을 위해 계획 방법을 연구하는 수준으로


이 과정에 오지게 몰입해서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음


전반적인 수능공부, 강의 커리큘럼 등등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뺨치고


생전 1강 들어보지 않은 강의도 내용을 다 아는 수준


그리고 온라인 쇼핑할때 꽤나 고통스러운데 뭐하나 사려면 다나와에서 다 비교해서 가격 싸게 사야하고

쿠팡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 발견하면 검색해서 더 좋은 것 없나 꼭 비교해봐야 직성이 풀림


장바구니 들어가보면 최소 10개정도는 이미 들어가있음




2.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어쩔수없이 겁을 먹게 됨


위 과정처럼 빡세게 에너지와 시간을 다 소모하다보니 이후 실행단계까지가 엄청 힘이 드는데


문제는 앞에 세워둔 계획들이 이떄부터 걸림돌이 되기 시작함


체계적으로 세워둔 강의 커리큘럼과 공부 계획(예,복습)들이 하루중 1시간도 허투루쓰면 안될것처럼 들어차있는데


정작 내 뇌와 신체는 거기에 훈련이 되어있지않기때문에 제대로 되는 날이 없다는 것


이렇게 하루이틀 실패하다보면 점점 실행 자체가 부담이 되어버림


이때부터 난 뭔가 아는게 많고, 준비가 되어있는 듯 한데 아 뭔가 하루종일 하는게 하나도 없는기분이 들기 시작함


+ '에이 오늘은 글렀다 내일로 패스!'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건 이미 2번 과정을 충분히 이수한 게으른 완벽주의자 중급자임




3.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음


그렇게 정해진 데드라인은 다가오고있고, 어느날 게으른 완벽 (아 존나 길다 그냥 게.완.이라고 부르겠음)은 다시 몰입을 시작함


공부에? 그럴리가.. 그랬으면 게.완이가 아니라 진작에 완벽자가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1번 과정으로 돌아감


다시한번 최적화된 커리큘럼과 학습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좀 더 체계적이고 진화된 초 게.완이로 진화함


1번 과정에서 계획한 것들은 얼추 연고대 갈 사람이라면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본인 수준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이제 3번 과정에서부터는 거의 연성울 의대는 겨우 문닫고 입학할 수준의 계획을 짜기 시작함


한마디로 애초에 벤치프레스 40kg 깔짝거리던 친구가 갑자기 150kg는 들어야만 인생을 제대로 사는거야 외치는 꼴


그리고? 당연히 더욱 더 강화된 2번 과정으로 돌아가서 개고생을 하기 시작함


이 과정에서 정신이 매우 피폐해지는데, 매일밤을 '진짜 인생조졌구나' '나같은 패륜아는 사라져야해'등등 정신적 자해하기 시작함




4. 게으른 완벽자는 절대 포기하지않음


그렇게 가볍게 수능 조지고 난 공부에 재능이 없으니 내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야겠다


라고 했으면 그래도 나름 머리는 있는 사람들이라 인생 순탄하게 살아가겠지만 그럴리가..


1번과 3번 과정에서 이미 거의 독학재수학원은 가볍게 차릴 정도의 지식과 지혜는 있는지라


결론을 '아... 내가 너무 게을렀다. 다음 수능은 진짜 제대로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이때부터 제대로 1번 과정으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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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 현재 저는 이런 제 과거 미친짓들을 지혜삼아 인생 잘 헤쳐나간 케이스이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A. 계획표 다 시발 찢어버려 그냥 지금 있는거 다 지우고 그놈의 강의 커리큘럼 그냥 탈퇴해라 진짜 좀


이놈의 계획, 커리큘럼떄문에 인생 다 조지는중임


농담이 아니고 지금 뭔가 책상에만 앉으면 아 머리 깜깜해지는 분들은 인생 깜깜해지기 전에 계획표 다 물어뜯어 찢어버리시길


답이없음 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내가 들어야 할 강의를 둘러보는 것 자체가 공부를 막는 행위


당연하지 내 스스로 적을 어디 고등학교 만만한 내 옆자리 친구가 아니라 연성울 의대로 세워놨는데 안 쫄릴 리가...


일단 상대부터 제대로 고르자고, 지금 내가 계획을 못 따라가고 있다면 거기서 얻을 것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부담 그 자체임


제대로 된 계획표라면 하루 계획이 끝나고 '아 열심히 했다'라는 동기부여와 함께 다음날을 또 준비할 에너지를 얻어야하는데


허구언날 드는 생각이라곤 '아 오늘도 병신이었네...'인데 어떻게 다음날 공부할 에너지가 생기겠음


일단 그 미친 계획표부터 찢자 제발




B. 3초 + 3분 공부법


책상에 앉아서 '아 공부 오지게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밀려오기도 전에 즉, 3초안에 책을 펴시오


그리고 '그래 책편 김에 딱 3분만 공부하자 진짜 3분만'이라는 생각으로 딱 3분만 공부해보시오


이렇게 3분 후에 '아 공부 다했다 덮자'라는 마음이 들 것 같음?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수능에서 미래가 없는 듯 보이니 일찌감치 다른 재능찾아 떠나는게 내 인생 위하는 길이고


보통이라면 그냥 하던대로 쭉 공부하게 되어있음


그런데 이때 공부라는 것은 노트북 켜고~ 인터넷 켜고~ 대성 검색하고~ 로그인하고~ '내 강의실' 누르고 이게 아니라


그냥 어제 공부한 것을 보거나, 앞에 놓여있는 문제집을 들거나, 모의를 치거나 하는 등등


진짜 내 공부를 말함


사실 이게 맞는게 강의를 듣는 것과 공부는 다르다는 것 다 알잖음?


내 공부를 기준으로 강의에서 필요한 것을 쏙쏙 뺴먹어야지 뭐 커리큘럼 다 따라가면 누가 개근상이라도 주나


본인이 강의 커리큘럼 다 안따라가면 대학 죽어도 못가겠다 싶으면, 무조건 강의로만 공부를 해야겠다면


그냥 아침 / 점심 / 저녁 이렇게 하루 3번 '공부의 시작'만큼이라도 강의말고 책 펴는 것으로 시작하시길


이렇게 책상에 앉았을 때 공부가 아닌 컴퓨터나 폰으로 시작을 한다면 남들보다 존나게 어려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음


안그래도 공부 하기싫어죽겠는데 인터넷과 검색등등 오만 유혹을 피해갈 수 있었으면 이미 연고대 붙었지




C. 기준 다시 세우기


자기전에 제발 정신적 자해좀 하지말자


'아 오늘도 ㅈ같은 하루를 보냈다' '내가 디져야지 진짜' '내일은 제대로 해야지'


그 제대로의 기준을 누가 세운거임? 설령 하루에 1시간밖에 공부를 안했더라도 그건 공부를 안한거임?


물론 하루 1시간 공부하면 연고대는 커녕 인서울도 못하겠지만, 저런 생각으로 내일 제대로 한 적이 있냐 이말인데


애초에 본인이 세운 다짐과 오늘 진행한 공부의 격차가 크다면 이건 다짐으로의 가치가 없음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동기부여와 공부의 체계성을 위한 것인데


이 다짐과 계획을 현재의 나로부터 세운게 아니라, 목표 대학으로부터 세운거니까 될 턱이 있나


아니, 그래 헬창이 되고싶은 그 마음은 알겠는데 오늘 스쿼트 40kg 하던놈이 헬창은 200kg는 해야한다는 말 듣고 200kg 1번도 못 들어놓고 아 오늘도 운동을 못했다 난 병신이네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구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의미있고 가치있는 기준은 '서울대를 갈 미래의 나'가 아니라 '공부를 ㅈ같이 한 어제의 나'로부터가 되어야함


어제 2시간 공부했으면 오늘 2시간 30분을 하더라도 '아 열심히 했다 이거 할만하네 내일은 더 해볼까?'가 되는것이 더 효율적


매일 30분 올릴 수도 없겠지만 이 작아보이는 수치가 20일만 매일 지켜도 무려 하루 공부량 10시간을 올릴 수 있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올린 공부시간이라면 내가 해낸 성공기록을 토대로 다시한번 성공하는 것이기에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의미있는 성공임


지금 4월인데 이런식으로 매일 10분씩이라도 아니 5분씩이라도 올리면 200일이면 17시간도 하겠다ㅋㅋㅋ 안그럼?


물론 그 안에 수많은 고초가 있겠지만 매일매일을 정신적 자해하며 밤을 보내는 것보단 훨씬 더 가능성 크지않겠냐고




D. 질색하는것 알지만 그냥 어디 재수종합학원 가라...


가면 마음에 안드는 질떨어지는 수업과 비효율적인 시간표 다 이해하지만


그냥 가세요


게.완이들에게는 강압적인 시스템이 답입니다


하기싫어죽겠는 비효율적인 시스템들 억지로라도 따라가면 진짜 반이라도 감


우리 게완이들 머리도 좋으니 반 이상 갈거임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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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쓰고있는 나는 수능공부를 10년간 하고 시부레 의대 포기했으며


고졸로 시작하여 현재는 블록체인 관련 개발을 하며 살고있음


거 수험생이나 개발자나 하루 생활은 또이또이더라ㅋㅋ



10년 공부하고 결과도 못 낸 사람이 학습글을 쓰냐? 할 수 있겠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ㅋㅋㅋ 의대 간 사람이 이런 우리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글 쓸거임


세상의 모든 수험생, 특히 우리 장수생들 화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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