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방랑(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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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기억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정신에선 이상한 향기가 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 뼈만 남은 몸을 적토(赤土) 있는 곳으로 운반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나의 투명한 피에 이제 바야흐로 적토색을 물들여야 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적토 언덕 기슭에서 한 마리의 뱀처럼 말라 죽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름다운―꺾으면 피가 묻는 고대(古代)스러운 꽃을 피울 것이다.
이제 모든 사정이 나를 두렵게 하고 있다. 사람들이 평화롭다는 그것이, 승천하려는 상념 그것이, 그리고 사람들의 치매증 그것마저가.
그러한 온갖 위협을 나는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것들의 침범으로 정신의 입구를 공허하게 해서는 안 된다.
끝없는 어둠에 나의 쇠약한 건강은 견디어 내지 못하는가 보다. 나는 이 먼 데 공포로부터 자진 도피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등불이 어스름하다. 이건 옥체실(屋體室)임에 틀림없다.
공기는 희박하다―아니면 그것은 과중하게 농밀한가. 나의 폐는 이런 공기 속에서 그물처럼 연약하다. 전실(全室)에 한 사람 몫 공기 속에 가사(假死)의 도적이 침입해 있는가 보다.
이 무슨 불길한 차창일까. 이 실내에 들어서는 즉시 두통을 앓지 않으면 안 되다니.
승강대에 다시 서서 저 어둠 속을 또 바라보았다. 이건 또 별과 달을 삼켜버리고 있다. 악취로 가득 차 있을 테지.
머리 위 하늘을 찌르는 곳에 한 그루 나무가 보였다. 그것은 거멓게 그을은 수목의 유적일 것이다. 유령보다도 처참하다.
몽몽한 대기가 사라지고 투명한 거리는 가일층 처참하다. 그 위를 거꾸로 선 나의 그림자가 닳아 없어지면서 질질 끌려간다.
8월 하순―이 요란하기 짝이 없는 음향 속에 애매미 소리가 훨씬 선명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들은 저 어둠에 압살되었을 것이다.
따스한 애정이 오한처럼 나를 엄습한다. 또 실로 오전 3시의 냉기는 오한이나 다름없다. 일순 나는 태고를 생각해 본다. 그 무슨 바닥 없는 공포와 살벌에 싸인 저주의 위대한 혼백이었을 것인가. 우리는 더더구나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식어 가는 지구 위에 밤낮 없이 따스하니 서로 껴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역마다 정지한다는 이 열차가, 한 번도 정차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의 기억엔 없다. 나는 그것을 모조리 건망(健忘)하고 있나 보다.
먼동이 트여올 것이다. 이윽고 공포가 끝나는 장엄한 그리고 날쌘 광경에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것은 어둠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미 이젠 저 해룡의 혀 같은 몽몽한 대기는 완전히 가시었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시원한 공기가 폐부에 흐르고, 별들이 운행하는 소리가 체내에 상쾌하다. 어느 틈엔가 별의 보슬비다. 그리고 수줍어하듯 하늘은 엷은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별은 한층 더 기쁜 듯이 반짝인다.
수목이 시원스러운 녹색을 보이는 시간은 언제쯤일까. 나무들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주 딴 방향으로부터 저 하현달이 다시금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방향이 다른 것으로 보아 그것은 다른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약간 따스함조차 띠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사치로 해서 참을 수 없이 빛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나에게 표정을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짓지 않으면 아니 된다. 나는 기꺼이 표정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때, 내가 해야 할 표정은 어떤 것이 제일 좋을까? 어떤 것이 제일 달의 자랑에 알맞는 것이 될까?
나는 잠시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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