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기(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5765357
기일(記一)
밤이 이슥하여 황이 짖는 소리에 나는 숙면에서 깨어나 옥외(屋外) 골목까지 황을 마중나갔다.
주먹을 쥔채 잘려 떨어진 한 개의 팔을 물고 온 것이다.
보아하니 황은 일찌기 보지 못했을만큼 몹시 창백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주치의(主治醫) R의학박사(醫學博士)의 오른팔이었다.
그리고 그 주먹 속에선 한 개의 훈장(勳章)이 나왔다.
ㅡ희생동물공양비(犧牲動物供養碑) 제막식기념(除幕式紀念)ㅡ
그런 메달이었음을 안 나의 기억은 새삼스러운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개의 뇌수(腦髓) 사이에 생기는 연결신경(連結神經)을 그는 암(癌)이라고 완고히 주장했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그의 참으로 뛰어난 메스의 기교(技巧)로써 그 신경건(神經腱)을 잘랐다.
그의 그같은 이원론적(二元論的) 생명관(生命觀)에는 실로 철저한 데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가 얼마나 그 기념장을 그의 가슴에 장식하기를 주저하고 있었는가는 그의
장례식 중에 분실된 그의 오른팔ㅡ현재 황이 입에 물고 온ㅡ을 보면 대충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래 그가 공양비(供養碑) 건립기성회(建立期成會)의 회장이었다는 사실은 무릇 무엇을 의미하는가?
불균형한 건축물들로 하여 뒤얽힌 병원구내(病院構內)의 어느 한 귀퉁이에 세워진 그 공양비(供養碑)의 쓸쓸한 모습을 나는 언제던가 공교롭게 지나는 길에 본 것을 기억한다.
거기에 나의 목장으로부터 호송돼 가지곤 해부대(解剖臺)의 이슬로 사라진 숱한 개들의 한(恨)많은
혼백(魂魄)이 뿜게 하는 살기를 나는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더더구나 그의 수술실을 찾아가 예(例)의 건(腱)의 절단을 그에게 의뢰해야 했던 것인데ㅡ
나는 황을 꾸짖었다. 주인의 고민상(苦悶相)을 생각하는 한 마리 축생(畜生)의 인정(人情)보다도
차라리 이 경우 나는 사회일반(社會一般)의 예절을 중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ㅡ
그를 잃은 후의 나에게 올 자유ㅡ바로 현재 나를 염색(染色)하는 한 가닥의 눈물ㅡ나는 흥분을
가까스로 진압하였다.
나는 때를 놓칠세라 그 팔 그대로를 공양비(供養碑) 근변(近邊)에 묻었다.
죽은 그가 죽은 동물에게 한 본의 아닌 계약을 반환한다는 형식으로......
기이(記二)
봄은 오월(五月). 화원시장(花園市場)을 나는 황을 동반하여 걷고 있었다.
완상(玩賞) 화초종자(花草種子)를 사기 위하여......
황의 날카로운 후각은 파종후(播種後)의 성적(成績)을 소상히 예언했다.
진열된 온갖 종자(種子)는 불발아(不發芽)의 불량품이었다.
허나 황의 후각에 합격된 것이 꼭 하나 있었다.
그것은 대리석 모조(模造)인 종자(種子) 모형이었다.
나는 황의 후각을 믿고 이를 마당귀에 묻었다.
물론 또 하나의 불량품도 함께 시험적 태도로ㅡ
얼마 후 나는 역도병(逆倒病)에 걸렸다.
나는 날마다 인쇄소의 활자 두는 곳에 나의 병구(病軀)를 이끌었다.
지식과 함께 나의 병(病)집은 깊어질 뿐이었다.
하루 아침 나는 식사 정각에 그냥 잘못 가수(假睡)에 빠져들어갔다.
틈을 놓치려 들지 않는 황은 그 금속의 꽃을 물어선 나의 반개(半開)의 입에 떨어뜨렸다.
시간의 습관이 식사처럼 나에게 안약(眼藥)을 무난히 넣게 했다.
병(病)집이 지식과 중화(中和)했다.
ㅡ세상에 교묘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ㅡ
그 후 지식은 급기야 좌우(左右)를 겸비(兼備)하게끔 되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마스터 신청했는데 이거 돈 많이 안 되죠…? 취미로만 해야겠네요
-
차타고 2시간인데 어케감 전화 문의했는데 어렵다해서 그냥 환불함.. 쪽팔릴뻔;;
-
독재하는데 일반스카에서 하는 거 나중에 너무 쳐질까요? 아직은 혼자서 딴짓 안하고...
-
ㅈㄴ망상인데 대학가서 과대하면 안됨?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하려나
-
같이 할 사람… 본인은 글홀 살고 책 오면 바로 공부 시작 예정
-
개쳐졸림 조금밖에안먹어도 졸려
-
ㅅㅂ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있다
-
울 학교 친구중에 ebs로 개념만 듣고 예제 한번씩 풀더니 블라 스텝3까지 푸는애가...
-
뱃지받았다 2
히히
-
한완수 같이 강의없이 공부하는 자습서로 독학하고싶은데.. 폴라리스 네비게이터 말고는 본적이 읎음
-
없는 데도 있음? 내 친구가 그렇다는데 오...
-
난 4급 공익임 2
신검과 탐구 둘 다
-
성적표발표~연대수시발표 10일동안 연대에 불합격 시키게할 방법없나요? 입학처가서...
-
유형과 풀이가 정해져있으니 기계적 풀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과물이 완성된다면 오르비에 올려볼게요
-
가보자고
-
시대대치재종반입니다. 라인업 어떤가요? 국어 : 김재훈, 윤지환 수학 : 김범찬,...
-
오늘 학교에서 한 말 16
"계산이요" "아이스아메리카노 사이즈 업해서 한잔이요" "네"
-
아니 지방약 vs 설대메디컬 제외 원하는 과가 닥전임? 16
인스타 보는데 댓글에 서울대 내려치기 뭐지… 닥후는 아니어도 닥전은 아니지 않음?
-
주변에 의대생들도 편차가 되게 심한 듯 분명 집안도 좋은 인설의 인데도 나같은...
-
일반화학 시간에 그러면 괜찮을려나
-
메가패스 환급 0
어디서 신청하나요.... 안 보여요ㅠㅠ
-
강의실에서 큐브 답변 조지고 있으면 반수각 잡는 사람같아요? 4
수업 시작전에 할게없서요
-
이 단어장 하나로 충분하려나요
-
어떤선생님의 어떤강좌를 추천하시나요???
-
반갑습니다 2
-
시발 뭐지
-
나는 이해 감 0
왜 이해 가나 길게 쓰려다가 생각해 보니 적절치 않은 것 같고, 내 개인사도 있고,...
-
ㅇㅂㄱㅇㅂㄱ 2
안뇽
-
어려지고 싶다ㅜㅜ
-
보통 기출 학습을 다 하셨을거란 말이죠 질문1) 혹시 '기출을 공부했다 or 기출을...
-
눈 웰케 많이옴? ㄷㄷ 나 집갈 수 있겠지 오늘
-
오늘 공부 포기 5
오전에 좀 공부했는데 컨디션이 심각하게 안 좋아서 반데옾 할거임 자러가야지
-
이루매 커엽네요 2
-
잘먹겠습니다 1
맛있는 점심식사
-
오숩완 5
-
일회용 전담 1
이거 피기 시작했는데 원래 이렇게 맛이 안 나나요? 목만 조금 시원하고 입안에서...
-
과잠 사야됨? 9
고민중
-
3모를 제패하겠다 13222? 목표 ㄱ
-
같이 힘내요 저도 안자고 달림
-
학교에서 수특 독서&문학으로 진도나간다하는데 내신대비용으로 학원 다닐거라서 굳이...
-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
-
작수 28, 30 2개 틀렸고 6평 92 (28,30) 9평 96 (30) 원래는...
-
여기서 버스타고 잠실가고 잠실에서 2호선으로 한양대역가고 거기서 또 언덕 올라서...
-
물1지1에서 물1생2공부해볼까 하는데 투투 아니면 메리트 크게 없으려나요
-
아 진짜 ㅈㄴ 싫다 왤케 힘들지
-
클렌징 폼 원래 500원 2개 정도로 개많이 짜서 얼굴에 비벼댐 난 이게...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