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CheII [962214] · MS 2020 · 쪽지

2022-03-19 03:55:32
조회수 540

스트레스성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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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엿같아.

돌아버릴 것 같어.

중졸들 모아놓은 시험에서 고졸인 내가 쩔쩔매는게 너무 짜증나.

알바 끝나고 알텍 수1 지수로그 본교재 풀다가 두시간이 지나갔어.

문제가 어려운것도 엿같겠지.

근데 저 두시간동안 집중 못하고 30분마다 나와서 물마시고 커피마시고 그랬어.

19년 11월 수능날때는 10시간도 앉아 있었는데, 군대까지 다녀온 놈의 집중력이 저정도밖에 안된다는게,

내 한계가 저 정도라는게 너무 싫어.

20년 상반기, 입대하기 전에는 돈벌려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책상 앞에 앉으면 이 꼴이 나는 거냐.

21년 2월 6일 눈보라 치는 밤, 주둔지 입구에 2시간동안 추위도 거뜬하게 버티면서 경계를 섰었는데,

환경이 더 편해져서 느슨해진 건가?

군종병 5달동안 뛰면서 새벽3시 4시에 눈뜨고, 새벽기도회 준비하고 중계하는 동안 집중하고,

교회에서는 분명히 행정업무를 빠르게 잘 끝냈는데.

굳어진 머리를 다시 쓰려고 해서 그런가?


어떻게 되어처먹은게 입대하기 전 6달이 전역하고 나서 4달보다 더 열심히 살았던거냐고.

그때는 일기? 그딴거 적은 적이 없어. 일기도 군대 와서 쓰게 된거야.

그때 일기를 썼었다면 내가 지금보다 1분은 더 치열하게 살았겠지.

1년 6개월을 이세계에서 보내고 현실로 돌아오니 그런 기억이 다 사라졌어.

성공했던 경험, 이긴 경험이 머릿속에서 사라졌어.

시발... 항상 과거가 행복했어. 보람찼어.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를 보면 항상 과거가 의미 있었다고. 항상 후회해.

그런데 신기한게 뭔지 알아?

과거가 쌓이면 쌓일수록, 맨 위에 있던, 제일 최근이 행복했어. 그때가 내가 제일 열심히 살았던거라고.


왜? 시간이 지나고 과거가 되어서야 행복한줄 알고 열심히 한 걸로 아는거야?

현재가 제일 행복하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걸 알고, 더 보람차게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건 안 되는거야?


내가 기억하는 성공한 경험?? 이긴 경험??

기억 나는게 한가지야. 딱 한가지.


군대에서 암호문을 빠르게 만들고 해독하는 대회가 있어. 보통 2주동안 무작위로 배열된 영단어 외우고 영단어책 들고 가서 시험 친다고 보면 돼. 통신여단 그룹에 들어가서 시험을 쳤어. 이 대회에서 하는 짓을 1년 넘게 하는 놈들, 주특기를 이걸로 받은 놈들이 한 부대에 몰려있단 말이야. 그 중에서 최고로 신속정확한 놈이랑 대결을 해야됐었단 말이야. 대대 대표로 나갔어. 그 전에 연습하는 건 군종병 하면서 연등시간 2시간 풀로 연습했어. 4당5락 마인드로 연습하는 하는 미친 새끼였어. 내가. 교회 가면 암호문 메뉴얼을 못보니까. 퇴근하고 씻고 남는 개인정비 2시간. 폰? 보관함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중대 프린트로 2주동안 400페이지는 뽑아서 연습했다. 손목시계 타임어택으로 계속 연습했어. 하다하다 육군 보안규정 각 절의 첫번째 조항, 두번째 조항은 컴퓨터 타자치듯이 외웠어. 대대 대표때 병사들은 귀찮다고 안 하더라. 그래서 병사 대표인건 확정났지만, 간부들이랑 경쟁을 했어. 별 달고 싶어하는 소위 1명, 장기 노리는 하사 2명 사이에서 이겼어. 나는 휴가 따려고, 그 사람들은 연금 받으려고, 살려고 외운 사람들이야. 사령부 직할부대 소속이지만, 간부들 사이에서 상 타면 적어도 사단장급 상이야. 적어도 장기는 붙는 상이라고. 그런데 병사인 내가 이기더라.


대대 간부들 대부분이 군종병 하면서 암호대회 나가겠다는 나를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어. 직속 소대장 중대장, 부대대장. 둘다 하다가 둘다 망치고 교회에 찍힌다고 하지 말라더라. 그런데 했어, 집가기 1달 가랑 남았으니까 휴가밖에 눈이 안 들어온거야.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어. 당시 작년에 사령부 2등한 간부가 정확성이 1순위고, 속도가 2순위라고 얘기해줬어. 극단적으로 보면 제일 늦게 끝낸 간부가 혼자 100점 맞아서 1등한 경우도 있고, 대대로 암호대회 1등 하는 사람들은 작문 3분 해독 2분 30초로 끝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연습때 작문 2분 40초, 해독 1분 50초까지 연습으로 줄였어.


본선, 통신여단 그룹에서 이겼어. 주특기 받은 놈이 1등으로 끝내고, 내가 2등으로 끝냈지만, 집으로 상장이 날라왔어. 여단 1등이라고. 문화상품권 5만원도 날라오더라. 휴가는 아쉽게도 쓰지 못했고. 1년동안 업으로 삼아오던 프로를 내가 이긴거라고. 시험장 나올때는 시원섭섭했는데, 집에 와서 상장 받으니까 말년에 열심히 살았던건 알겠더라. 이게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성공이야. 쓰다보니 실마리가 보이네. 인제 보이냐... 진작에 보였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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