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등잡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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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失手)
몇 해 전까지도 동경 역두(驛頭)에는 릭샤─즉 인력거가 있었다 한다. 외국 관광단을 실은 호화선이 와 닿으면 제국 호텔을 향하는 어마어마한 인력거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한다. 그들 원래(遠來)의
이방인들을 접대하는 갸륵한 예의리라.
그러나 오늘 그 '달러'를 헤뜨리고 가는 귀중한 손님을 맞이하는 데 인력거는 폐지되었고 통속적인,
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통속적인 자동차로 한다고 한다. 이것은 원래(遠來)의 진객(珍客)을
접대하는 주인으로서의 갸륵한 위신을 지키는 심려에서이리라.
그러나 그 코 높은 인종을 모시는 인력거는 이 나라에서 아주 없어진 것이 아니다. 아닐 뿐만 아니라 아직도 너무 많다. 수일 전 본정(本町) 좁고도 복작복작하는 거리를 관류(貫流)하는 세 채의 인력거를 목도하였다. 말할 것도 없이 백인의 중년 부부를 실은 인력거와 모 호텔 전속의 안내인을 실은
인력거다.
그들은 우리 시민이 정히 못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국어로 지껄이며 간혹 조소 비슷이 웃기도 하고
손에 쥐인 단장을 들어 어느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자못 호기(好寄)에 그득 찬 표정이었다.
과문(寡聞)에 의하면 저쪽 예의 준칙으로는 이 손가락질 하는 버릇은 크나큰 실례라 한다. 하면 세계 만유(漫遊)를 하옵시는 거룩한 신분의 인사니 필시 신사리라.
그러하면 이 젠틀맨 및 레이디는 인력거 위에 앉아서 이 낯선 거리와 시민들에게 서슴지 않고 실례를 하는 모양이다.
'이까짓 데서는 예를 갖추지 않아도 좋다.' 하는 애초부터의 괘씸한 배짱임에 틀림없다.
일순 나는 말할 수 없는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혀 마음대로 하라면 우선 다소곳이 그 인력거의 채를
잡고 있는 거부(車夫)를 난타한 다음 그 무례한의 부부를 완력으로 징계하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또 생각하여 보면 그들은 내가 채 알지 못하는 바 세계적 지리학자거나 고현(考現) 학자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 단지 일개 평범한 만유객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적지 않은 '달러'를 이 땅에 널어 놓고 갈 것이요 고국에 이 땅의 풍광과 민속을 소개할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족히
진중히 접대하여야만 할 손님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이들을 징계하였다는 것이 도리어 내 고향을 욕되게 하는 것이리라. 그렇건만─.
그때 느낀 그 불쾌한 감정은 조곰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쪼록 많은 수효의 외국 관광단을 유치하는 것은 우리들 이 땅의 주인 된 임무일 것이며 내방한
그들을 겸손하고도 친절한 예의로 접대하여 써 그들로 하여금 이 땅 이 백성들의 인상을 끝끝내
좇도록 하는 것 또한 지켜야 할 임무일 것이다.
그러나 겸손을 지나쳐 그들의 오만과 모멸을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을 말없이 감수하는 것은 위에 말한 주인으로서의 임무에도 배치되는 바 크다.
이 땅에 있는 것을 그들에게 구경시켜 주는 것은 결코 동물원의 곰이나 말승냥이가 제 몸뚱이를
구경시키는 심사(心思)와는 다르다. 어디까지든지 그들만 못하지 않은 곳 그들에게 없는 그들보다
나은 곳을 소개하고 자랑하자는 것일 것이어늘─.
인력거 위에 앉아서 단장 끝으로 손가락질을 하는 그들의 태도는 확실히 동물원 구경에 근사한
태도요 따라서 무례요 더없는 굴욕이다.
국가는 마땅히 법규로써 그들에게 어떠한 산간벽지에서라도 인력거를 타지 못하도록
취체(取締)하여야 할 것이다.
그들이 부두, 역두에 닿았을 때 직접 간접으로 이땅의 위신을 제시하여 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우선 인력거로 실어 숙소로 모신다는 것은 해괴망칙하기가 짝이 없는 일이다. 동경뿐만 아니라 서울
거리에서도 이 괘씸한 인력거의 행렬을 보지 않게 되어야 옳을 것이 아닌가.
연전에 나는 어느 공원에서 어떤 백인이 한 걸식(乞食)에게 오십 전 은화를 시여(施與)한 다음
카메라를 희롱하는 것을 지나가던 일위(一位) 무골(武骨) 청년이 구타하는 것을 목도한 일이 있다. 이 청년 역 향토를 아끼는 갸륵한 자존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었음에 틀림없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그
이방인은 어찌 되었든 잘못된 일일 것이니 '투어리스트 뷰로'는 한낱 관광단 유치에만 부심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실수가 미연에 방지되도록 안으로서의 차림차림에도 유의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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