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22-02-22 14:37:53
조회수 16,934

10수 짬밥의 모든 것 "어디서 공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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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에 나와 일하다가 느낀 건데


일이랑 공부랑 진행되는 프로세스 자체에는 차이가 없음


단지 일은 돈이 벌린다는거고 <-> 공부는 미래 내가 벌 수 있는 돈의 액수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거고


그러다보니 일하면서도 느끼는 10수 짬밥으로 체득한 배운 몇가지를 시리즈물로 풀어볼 예정




0. 공부 장소 선택은 과탐과목 선택 이상으로 내 대학을 바꿀만큼 중요한 것이 아닐까?


불타는 의지와 노오오오오력


중요하지 중요한데 이 의지랑 노력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하는 바가 존나게 큰 경우가 많음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좋은 말이지 명언 맞긴한데, 우리는 장인이 되는게 목표지 지금 장인인척 할 필요는 없잖음?


그냥 내가 모자란 인간이고, 의지박약이며, 노력따위 일주일도 못가는 인간임을 인정하고,

환경을 나에게 맞게 어떻게든 조성하여 이런 나를 결과적으로 한시간이라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환경을 탓하지말라, "노오력 의~~~지가 모자라" 삽자루, 손주은 쓴소리 영상 반복시청하고

"맞아 16시간은 공부해야해!" 마음먹으며 또 하루를 불만족스럽게 종료하는 것 보다는


28453배 낫지않을까?


P.S 10수를 하던 나는 줄곧 후자를 선택하였으며 약 3000일 가량을 불만족스럽게 종료하였습니다 :)




사실 서연고 이상 합격, 7급이상 공시 붙은 사람들 몇백명은 봤지만 공부할 때나 생활을 볼 때

노력! 의지! 독기품고 이악물고 공부하는건 거의 본 적이 없음


멀리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정작 같이 밥먹고 얘기해보면 

그냥 편한 마음으로 늘 하던 공부 당연하게 하는 느낌


그리고 합격한 뒤에 허벅지를 샤프로 찌르며 코피흘리며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합격수기를 쓰지


그들이 사기꾼이라는게 아니라 과거는 인상깊은 부분이 기억나기 마련이며, 이런 수기아니면 잊혀지기 마련


그리고 사실 이악물고 매일매일을 지옥에서 버티며 공부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겐 어려운 공부를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지속하듯 꾸준히 하는게 더 어렵고 멋지다고 생각함

그렇지않음?


꼭 독기품고 허벅지 샤프 찌르면서 16시간 목표로 공부하는 넘들은 늘 한 3~4일 공부하다가 갑자기 실종되더라






공부장소 1. 고등학교 자습실


- 공부한 기간 : 17~18 (2년)


- 추천점수 : 99


사실 장소라기보단 상황적인 점수가 더 큰데


현재 본인이 인문계 고등학생이고, 우리 학교가 시에서 중위권 이상은 간다?


지금 본인이 매일 출근하는 그 곳이, 본인의 나이와 상황이 인생에서 가장 공부하기 좋은 시절임


살면서 그렇게 내 인생에 신경 많이 써주고 (의도야 어떻든), 전문적인 어른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 없음


+ 주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목적을 위해 노력하려고 하는 커뮤니티도 흔치않고


+ 술 담배 연애 유흥에 나름대로 방어선이 있는 곳도 잘 없음


+ 나중에서야 알게된거지만, 내 노력에 대해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곳도 없음


사회나가면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자기 살기 바빠짐


수업때문에 시간이 적어서, 친구가 장난쳐서, 선생님이 마음에 안들어서, 자습실이 구져서


95%는 개소리.. 거기가 공부 제일 잘되는 곳임






공부장소 1. 산속고시원


- 공부한 기간 : 19~20.5 + 27.5~28 (3년)


- 추천점수 : 95 or -200 (마이너스 200)


우선, 산속고시원에 대한 로망은 충분히 이해함


나 혼자서 오로지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여기에 밥주고, 헬스장있고, 자습실있고, 나만의방 있고...


이거뭐 유토피아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이런 모든 장점들이 오롯이 단점으로 돌아옴


조온나 외로움


19년을 친구와 부모님과 형제자매와 살다가 나와서 고독 그 자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이게 과연 쉬울까? 막말로 이런 고독에서 살아남기보다 20시간 인강보는게 덜 빡셈


인강보면 대화하는 기분이라도 들잖어


몇개월 이 고독과 싸우다보면 몸부림치는 지경이 오는데 


이 순간 옆 사람이, 그것도 이성이 "혹시 무슨 공부하세요?" 말이라도 걸면 고독이 황홀함으로 폭팔함


갑자기 이 사람이 내 10년지기 친구같고 이 사람의 인생이 궁금한 동시에 내 인생을 알려주고 싶어짐


그렇게 한번 열린 입은 닫힐 생각이 없고, 한번 이어진 인연은 끊어지질 않고 무럭무럭 늘어남


실 예로 산속고시원 가보면 자습실보다 운동장에 사람들이 더 많음


다 고독에 몸부림 치다가 베스트프렌드 먹은 격


정상적으로 공부해서 서울대 갈 사람도 이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면 인서울 하게됨



다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하는게 환경 자체는 공부에 끝내주게 설계되어있음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앞에 한 200m만 나가보면 황금빛 논밭이 쫙 펼쳐져있고


동산까지 살퐁살퐁 뛰어갔다오면 해가 촤악 뜨면서 수능이 끝나면 내 인생도 해뜨겠지? 동기부여받고


7시에 식당이모가 차려준 5첩반상 미역국 먹고 설거지없이 EXIT하고 독서실로 직행


사실상 이 생활대로라면 16시간은 기본적으로 가능


실제로 산속고시원에 12시간, 15시간 스터디 허다함. 며칠못가고 파해서 그렇지ㅋㅋ


내 지인이 산속고시원 간다고하면 수능치기 3개월전에 슈퍼 초사이어인 모드로 들어가서


고독에 허덕이기 직전에 나오라고 할 것임





공부장소 2. 재수학원


- 공부한 기간 : 20.5~21 (6개월)


- 추천점수 : 85


20살, 산속고시원에서 6개월 공부하다가 점점 산속고시원 모든 인물의 속사정과 인생사를 알게될때쯤


내 장래희망이 산속고시원 총무가 아님을 깨닫고 무작정 대치동으로 상경하여 재수학원 들어갔음


이 재수학원마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독학 재수학원이었는데


충격적이게도 나는 10년 공부를 하는 중 단 한번도 재수종합반에 들어가본 적이 없음ㅋㅋㅋㅋㅋ


왜그랬느냐?... 사실 집안 살림에 해가 덜 되고자하는 마음 반 + 내 인생 내가 설계해나가겠다는 마음 반이었는데


집안 살림 거덜내고, 내 인생 설상가상으로 만들어버릴뻔




돌이켜보면 그냥 고3 끝나고 어디서 재수할까? 고민할 때 집안 여유있으면 재종, 없으면 독학재수하라고 하고싶음


말그대로 가장 안정적임


학교와 똑같은 시스템 + 비스무리한 목표 + 나름 신경써주는 강사


다만, 다들 알다시피 학원마다 분위기가 너무 차이가 크고 심지어 같은 학원 내에서도 반마다 차이가 크더라


내가있던 독학재수학원은 매달 시험을쳐서 자리배정을 했는데


9월달인가?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시험에 집중을 못해 낮은 반에 갔다가


내 인생에 수능을 1년 더 보는건 어떨까 고민을 백번 넘게 함


이때부터 9월달쯤 되면 내년 수능 고민해보는게 습관된 듯?





공부장소 3. 폐쇄형 독서실


- 공부한 기간 : 22~23 (2년)


- 추천점수 : 65


재수할 때 독학재수학원 9월 노이로제 + 신림동 고시촌의 발견으로 독서실 독재를 계획하게 됨


재수할 때 살았던 곳은 대치동 솔 뭐시기 고시원이었는데 10년전 물가로 45만원에 성인남성 둘 들어가면 빈틈없는 방이었음


그런데 사회에서 만난 신림의 친구집 놀러갔다가 같은 가격에 우리집 4배 크기의 집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음


게다가 고시촌이라는 곳은 5급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우리나라 최상위 권들의 집합소라는 것에 큰 흥미를 가짐


그 즉시 신림동 고시촌으로 이사왔고, 고시낭인들과의 조우를 시작함



독서실... 난 다 좋은데 그 특유의 어두운 반그늘 느낌이 너무 답답했음


2년 공부했는데 마지막 3개월은 그 차가운 방바닥 맨발로 밟으며 연갈색 독서실 책상 색깔만 봐도 잠이 옴


물론, 그 비좁고 답답한 공간이 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체공학적으로 이 공간이 1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공간인가 생각이 들게됨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내가 있던 곳은 대한민국 최상위 예민보스들이 모인 고시촌이라


비니루 스러운 옷을 입고 사각사각거리거나 

의자를 세게 빼거나 

책장을 촥촥 넘기거나 

볼펜을 서걱서걱 많이 그으면 

어김없이 포스트잇이 날라옴


그러다보니 내 모든 움직임이 제한되고, 안그래도 어두운곳에 내 인생마저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었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환경이라면 감옥 독방보다도 못한 생활환경임 리얼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고시낭인 형들의 안색이나 몰골이 너무나도 후리해보이고, 피폐해보이는 것은

이 독서실 문화가 한몫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듦




공부장소 4. 도서관 (개방형 독서실)


- 공부한 기간 : 24~25.5 (1.5년)


- 추천점수 : 80


2년간의 신림 고시촌 생활을 마치고 고향(포항)으로 돌아옴


이때 포항공대 도서관을 공대 관계자 추천으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내 10년 인생중 가장 좋은 시설, 최고의 인재들과 공부할 수 있었음



도서관은 폐쇄형 독서실보다 훨씬더 추천해주고싶은 이유는 당연히 그 개방감때문


어느정도 작은 소음은 무난하게 낼 수도 있고 + 몸이 찌뿌둥할때는 주변을 걸어다니며 몸을 풀 수도 있고


여기에더하여 내가 다니던 곳은 08시부터 22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런 시간제한이 오히려 그 시간만큼은 꼭 내가 스타트끊고 마지막에 나와야겠다는 동기부여도 해줬음


그리고 폐쇄형 독서실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에 마음대로 엎드려자고, 딴짓을 하고는 했지만


도서관은 한 한달 있다보니 얼굴이 익혀지며 안그래도 나이먹고 수능공부하는데 자빠져 자거나, 딴짓은 못하겠더라


그래서 최대한 공부에 몰입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노력했음 ㅋㅋㅋ



다만! 도서관도 안좋은 점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주변에 어린 아이들이나 커플이 앉으면 답이없음


내가 자리를 옮겨야하는데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빈번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꽤 많았음


여기에더하여 대학 도서관이라는 특징상 시험기간이나 대학 이벤트가 열리면 이용하지 못했는데


약간의 소외감과 함께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못한 이방인이라는 마음에 섭섭함이 몰려오곤 했지



난 어지간히 틀딱이라 우리때는 없었는데 요즘은 개방형 독서실도 너무 잘 나와있더라


이용해보지못해서 모르겠지만, 돈내고 이용하는 시설좋은 개방형 도서관 같은 느낌?


꽤 좋은듯? 






공부장소 5. 군대


- 공부한 기간 : 25.5 ~ 27.5 (2년)


- 추천점수 : 70


군대를 제주도 의경 운전병으로 갔는데


특기상 공부할 시간이 진짜 많았음


내 시간나는대로 선후임과 안놀고, 운동안하고, 특히 축구안하고 오로지 공부만 한다면 하루 8시간까지도 가능할듯?


시설은 물론 폐쇄형 독서실이지만 그렇다고 사회 독서실처럼 꽉막힌 폐쇄형이라기보단 창문도 크게 나있고, 널널한 도서관같은 느낌


우리 부대의 경우, 자격증을 따면 외박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여럿 공부를 하는 분위기였고 독서실에 가면 늘 몇명은 있었음


그러다보니 갓 입대한 일이병만 아니라면, 자기 할 일만 해놓았다면 얼마든지 짱박혀서 공부할 수 있는,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



다만, 군대가 예전처럼 사람 괴롭히는 곳이 아님과 동시에 내가 갔던 곳은 고학벌 +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던만큼


가서 눈귀막고 공부만해서 대학 한등급 높히면 무조건 개이득! 은 아니라고 생각함


오히려 군대 1.5년간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인생을 살았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게 남는 것 아닐까? 싶음


나같은 경우에는 이미 입대시점 자체가 19살부터 수능낭인 인생을 살았고 이미 25.5살이었던만큼 군대에서도 공부하려했지만


처음으로 느껴보는 사회속의 재미와 훈훈함 속에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무조건 수능을 봐야하는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음


그리고는 제대 후 산속고시원가서 수능공부 1년 반 더함ㅋㅋㅋ




추천전략


집에 여유가 많다 -> 최고의 재종반을 찾아서 등원하고, 마음에안들면 바로 바꾸기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 -> 독학 재수학원


여유는 있지만 혼자하고싶다 -> 오전(개방형 독서실) + 저녁(폐쇄형 독서실) -> 3개월 산속고시원


여유가없다 -> 도서관 (집에서는 할 생각도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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