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썰: 싱글벙글 전라도 여행기(불륜퇴치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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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두 친구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나와 A, B는 고등학교때 같은반이었던 친구들로, A는 고연대 공대를 나와 머기업에 취직한 친구였고, B는 고등학교때 나와 아주 열심히 피씨방을 다니다 고속버스 왕복 8시간 학교를 간 뒤 공부를 시작해 수도권 대학에 편입도 하고 취직도 잘 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었다.
때는 20년 여름, 여행지를 찾다 찾다 도저히 갈 곳이 안보여서 대충 사다리타기로 전라도, 동전던지기로 전북을 정한 뒤 전주와 군산 2박 3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남자들의 여행이란게 보통 그렇지만, 숙소나 이런 것은 주로 한명정도 예약을 캐리하는 사람이 없으면 중구난방 당일에 결정되곤 한다. 그리고 우리 셋중에 그런 계획주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첫날 전주 여행은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물론 한옥마을의 관광객들과 상인들에게는 재앙의 세얼간이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날으는 돈까쓰를 닮은 A, 말라깽이에 온갖 잡병을 달고 살아서 언제나 창백한 인상의 B, 그리고 당시 무슨 저항정신이 깃들었는지 양 옆을 싹 밀고 앞머리를 뒤로 묶고 머리띠까지 장착한, 이른바 '조선족 2류깡패머리'를 한 나까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게스트하우스 파티같은데 갔다면 아마 상대 여성분들은 똥밟았다 생각하겠지.
그래도 우리는 당시 컨셉이 '분탕'이 아닌 우리끼리 재밌게 놀기였기에 게하 파티와 같은 주제넘는 짓은 하지 않았기에 피해를 끼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첫날 마신 막걸리가 문제였으니, 평소 물만 잘못 마셔도 맨날 체하는 B가 하필 그날 막걸리를 먹고 체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와 A는 자는 내내 B의 화장실 왔다갔다하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해 결국 늦잠을 자고야 말았다.
전날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군산에서의 숙소는 다음날 대충 찾아보려 했건만, 늦잠을 자고 쫓겨나듯 숙소에서 나오고 나니 숙소가 없었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는 짐만 가득 든 노숙자 신세가 된 것이다.
여기서 이성적인 판단력을 가진 상태였다면, 전주에 하루 더 체류하거나,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했겠지만, 우리는 그냥 대충 귀찮으니 군산가서 아무데나 찾아보자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야놀자에 딱 하나 남은 숙소를 잡게 된다. 우리는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터미널에서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이거. 택시가 군산 시내쪽이 아니라 무슨 공장이랑 어촌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택시 창 밖으로 느껴지는 바다냄새와, 건어물 냄새는 우리 셋에게 이거 리얼 ㅈ됐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게 했다.
그리고 택시에서 나와 숙소를 본 우리는 일단 그 다 쓰러져가는 외관에 경악을 하고야 만다. 그래도 대안이 아예 고급호텔밖에 없으니 일단 들어가서 방 내부를 보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방에 들어가는데, 하...방에는 곰팡이 찌린내가 나고 이불은 누런 색으로 이미 변색이 일어난지 오래 되었으니. 코로나고 뭐고 여기서 있으면 곰팡이 때문에 폐렴이 걸릴 것 같았다. 아니 무엇보다 우리가 여기서 잤다간 다음날 한국인 세명이 아니라 염전의 춘식이나 원양어선의 뽀꿀롬으로 다시 태어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쎄하게 왔다.
약 5분, 고니가 아귀를 앞에 두고 있다면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느낌일까. 우리는 말이 없었다. 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A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야 그냥 호텔 갈까?"
우리는 돈이고 뭐고 일단 생명과 건강이 우이었기에 셋다 동의하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사실 환불받을 때 시비가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사장님께서 먼저 환불해 주겠다 하셔서 굉장히 놀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장님도 놀라셨을거다. 주로 어촌 노동자 숙소로 쓰이는 곳에 희멀건 대학생 세명이 오면 그게 더 이상하지. (물론 내 헤어스타일이 어촌 에이스인건 논외로 치자)
우리는 숙소를 호텔로 옮기고, 잠시 쉬다가 군산항쪽으로 가서 회를 먹기로 했다.
군산항에서의 시간은 나쁘지 않았다. 석양을 보며 같이 사진도 찍고, 추억도 많이 남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무언가 이상한 커플이 있었다. 왜 약간 중년인데 둘의 느낌이 누가 봐도 결혼한 관계는 아닌 것 같은 그 느낌. 뭐 요즘같은 비혼 시대에 무슨 편견에 찬 시선이겠냐 하겠지만, 그그 보면 아는 그 끈적한 느낌. 뭔가 금지된 사랑의 느낌. 그런 느낌이 너무나 씨게 오는 커플이었다.
물론 나나 내 친구들이나 남이사 불륜을 하든 뭘 하든 신경을 안쓰는 사람들이라 금세 그 커플은 잊혀지는 듯 했다.
횟집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가 횟집에 들어가서 회를 시키는데 그 커플이 들어왔다. 그 커플은 들어오자 마자 사장님께 매우 도발적인 질문을 날렸다.
"사장님 여기 가장 가까운 모텔이 어딘가요?"
걸어서 15분이라는 사장님의 대답에 그 커플은 고민하다가 회를 먹고 가자며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하필 그림과 같은 구조로 앉은 것이다.
자, B는 전날 체한 상태여서 굉장히 예민했다. 그리고 평소에도 불만충 기질이 있어서 뭘 맛있게 먹어도 미식가 할배 빙의해서 '어 이건 맛은 있는데 좀 짜다'이러는 친구였다. 그런데 하필 커플 중 여자분이 B옆에 앉은 것이다.
횟집에서 B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으 회가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야.' '아씨 사장님이 핸드폰 만진 손으로 서빙해 나 또 토할 것 같아.' '아 여기는 왤케 간장이 신선하지 않은거 같지?' '아 회가 뭔가 질긴게 좀 오래된 고기 같아'
B의 불만 메들리가 이어질수록 여자의 표정이 썩어가는 것이 대각선 방향에 있는 나는 실시간으로 보였고, 내가 웃참을 하느라 죽어갈 무렵, 문득 남자의 반응이 궁금해서 남자쪽을 한번 바라봤는데, 아이고, 그만 먹던 소주를 뱉고 말았다.
남자가 여자 표정이 썩어갈 때 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어 회가 참 맛있네'하면서 허겁지겁 회를 먹는 것이다. 아니 허겁지겁이란 표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거 여초에서 나온 나쁜 단어인 것은 알지만, '허버허버'라는 말이 이만큼 어울리는 상황이 없었다.
그럴 무렵에 내가 소주까지 쿨럭대며 뱉어버렸으니, 그 커플의 시선이 우리 일행을 향했고, 나는 헛기침을 하며 남자의 원망어린 시선을 흘려보냈다.
우리가 회를 빨리 먹고, 2차로 숙소에서 한잔 더 하자며 계산하고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데, 그 커플이 나왔다. 딱 봐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남자는 이미 화가 난 여자를 그래도 숙소 가서 더 얘기하자며 달래고 있는데 정말 금지된 사랑같다는 내 직감이 여기서 정확했음을 느꼈다.
우리는 이후 친구들 만날 떄 마다, B를 이 대 이혼 시대의 불륜퇴치사로 소개하게 된다.
이게 선배태그인 이유는, 여행갈 떄 야놀자는 일주일 전에 예약하라는 여행 선배의 조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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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글 개웃기네요 ㅋㅋㅋㅋ 뽀꿀롬
서론을 좀더 간략히하면 더 몰입이 잘될거같아요
뭔가 처음에 저걸 쓸때 이후 빌드업 한 내용이 있었는데 까먹어 버렸네요ㅠㅠ다음에 제대로 반영하겠습니다
근데 개웃기ㅔㅋㅋ

필력 대단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여
볼때마다 필력 대단하시네요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