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연구소 [1084446]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2-04 20: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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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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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에 스탠퍼드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나는 어제 그 친구랑 우연히 깨어 있는 시간대가 맞아 꽤 오랜 얘기를 했다.


스탠퍼드는 나에게 꿈의 대학이었기에 친구가 하는 활동들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한국 학교로 전학오는 바람에 포기한 미국 대학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던 나는 


이 대화를 통해 내가 놓친 기회들에 대해서 한번 제대로 들어보고 싶었다.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진짜 다양한 경험 및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영상으로만 뵙던 개발자분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던지


구글, 애플 같은 회사에 입사한 졸업생들로부터 조언을 받는다던지


친구들과 함께 토큰을 만들어보고 이를 홍보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한다던지 


물론 그 친구가 나보다 빠르게 컴퓨터공학을 시작하기도 했고, 대학도 일찍 갔기에 실력차 및 경험차는 당연히 날 만했지만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수준의 격차였기에 꽤나 충격이 컸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었고 주변인들도 그렇게 말해줬었다. 


내가 보이는 성취면 남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근데 막상 그 친구에게 내가 지난 1년동안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것을 말하려 하니 하나 하나가 부족해보였다.


뭔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코로나 체제로 그럴듯한 대학생활을 하지도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미국 유학에 대한 미련이 겹쳐 몇년 동안 잊고 지냈던 열등감이 깨어나버렸다.


부럽고, 질투가 났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자신의 메일창을 보여주더라.


스팸메일도 아니고 실제 사람끼리 주고 받은 메일이 하루에 100장이 넘었다.


자신이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이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거리낌없이 연락하려고 노력해와서라고.


친구는 교수부터 졸업생, 심지어 무슨 인터넷 낭인까지 연락해가면서 이런 저런 기회를 얻어낸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나한테도 원한다면 소개해줄 수 있다면서 이런 저런 연락처들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현타가 씨게 왔고, 내 자신을 조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친구한테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을 자각하니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스탠퍼드를 다니고 있는 친구도 저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데 


내 주어진 환경에 불평만 하면서 더 노력하지 않은 과거의 내가 너무 ㅈ같았다.


그래서 난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하나 했다.


나는 이 열등감을 잊지 않을 생각이다.


이 열등감을 연료삼아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열등감을 묻어두고 외면하다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아 계속 마음고생하기보다


이 열등감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언젠가 내가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친구한테 열등감을 느끼는 부끄러운 친구가 아니라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친구의 성취를 축하해주고 나의 성취를 자랑할 수 있는 떳떳한 자세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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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가 조금 쎄게 와서 술도 마신 김에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띵한 상태라 약간 글이 엉망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남겨야 이 각오도 오래 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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