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5-01-08 01: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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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오해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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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대학 동기인 K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가 길어져서 "나 지금 타이 마사지 중인데.. 이따 전화할게" 하는데, 그가 나와 꼭 풀 오해가 있다며 얘기 좀 하자고 했다.

  대학 시절, 나는 나의 예비신랑 J와 캠퍼스 커플이었다. 그는 나보다 두 살 위였는데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우리는 그때 비밀 연애중이었다. 그는 학군단 소속이었고 그의 친구들은 군대에 가 있었다. 어느 날, 학과 사무실 우편함에서 J 앞으로 온 편지를 봤다. 어떤 여자가 보낸 살가운 편지였다. 나는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

  그날 이후, 무작정 J를 피했다. 강의실에서 그와 떨어져 앉고, 조모임도 같이 배정되지 않도록 교수님에게 부탁했다. 강의가 끝나면 재빨리 나갔고 기숙사로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는 내 행동에 무척 당황한 듯 보였다.

  나는 그가 여자 동기와 밥 먹는 모습만 봐도, 저들 중에 나처럼 비밀연애하는 여자 친구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그런데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그와의 오해를 풀었다. 그때 내가 본 편지는 먼저 군대에 갔던 K가 여자 이름으로 보낸 장난 편지였던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하고 말았다. 만약 내가 그를 믿어 주고, 편지에 대해 물어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비록 사랑했기에 결혼까지 가지만 저 문제는 내게 풀리지 않은 응어리였는데 k덕에 말끔하게 풀 수 있어 미소가 번졌다.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남몰래 미소가 번진다. 스무 살, 풋풋했던 내 첫사랑. 



















다음날 남편과 남편친구들을 밖에 두고 거실에서 신부화장을 받는데 k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J! 너 나한테 진짜 큰 거 쏴야 된다. 내가 거짓말까지 하면서 니가 양다리 싸지른 거 다 해명했잖아. 어유, 제수씨도 참 집요해. 내가 정말 소설가 되는 기분이었다 인마"
"야! 마누라에게 다 들려 인마. 내가 쏠게 쏠게. 오늘은 좀 조용히 해"
"아차, 제수씨 지금 저 방에 있지. 아무튼 알겠어. 암튼 결혼 축하한다 짜식!"












결혼하면,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해야 하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한다고 들었다.
나도 다 알면서 넘어가는 거야. 병x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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