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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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인 전용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일한다. 대부분의 치과는 장애인이 치료받는 데 어려움이 많고, 병원에서도 잘 반기지 않는다. 작은 통증에도 반응이 크고 그게 때때로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과의사들도 꺼리는 것이다.
이 곳을 찾는 어떤 한 분은 50대로 양쪽 어금니가 없어 틀니를 하기 위해 왔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뒤늦게 찾아왔는데 이미 이는 썩을대로 썩어있었다. 조금이라도 방법이 없을까 싶어 갖은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신경이 다 망가져 틀니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방법이 없다는 그 말을 듣고 그 분은 침울한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다.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살펴 가세요" 하며 보내드리려는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물어보았다.
"이 근처에 빵집이 있습니까?"
"저 밑으로 한참 내려가야 하는데요"
한참 뒤 다시 온 그분의 손에 들린 봉지. "정말 감사했습니다. 비록 치료는 못했지만 너무나 세심하게 신경써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합니다"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 분이 건넨 봉지에는 커다란 카스테라가 7봉이나 들었다.
나는 카스테라는 먹지 못한다. 특유의 연유향에 알러지가 있고 밋밋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한다. 이렇게 호의를 베풀 거면 뭘 좋아하는지 미리 물어만 봤더라도 훨씬 더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 분이 다시 안타까웠다. 나는 먹다 남은 카스테라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남은 것들도 싸가서 강아지나 동생들에게 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났다. 오랫동안 어금니가 없어서 단단한 음식을 먹지 못한 그 분에겐 부드럽고 촉촉한 카스테라가 가장 맛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먹어 본 빵 중 가장 맛있었을 빵을 형편도 어려운 분이 몇 봉이나 사왔을 정성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쓰레기통에 버려둔 카스테라를 집어들었다.
그 날 먹었던 카스테라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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